2024-04-25 19:10 (목)
문해문맹 세대
문해문맹 세대
  • 이광수
  • 승인 2021.05.02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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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얼마 전 EBS에서 문해력(文解力) 지진아에 대한 실험프로젝트가 방영되었다. 문해 관련 교육전문가와 일선교사의 참여하에 문해력 증진 임상실험까지 하여 상당한 성과를 내는 것을 보았다. 지금 우리나라교육현장의 문해력 저하는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 패널에 참여한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초등학생부터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문해력테스트 결과를 보면 우리학생들의 문해력 수준이 얼마나 취약한지 여실히 드러난다. 초등학생은 말할 것도 없고 중학생의 경우 독학이 가능하려면 2449개의 어휘를 기본학습도구어로 숙지해야 하는데 겨우 9%의 학생들만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왔다. 기본학습도구어는 국어뿐만 아니라 모든 학과목의 학습에 필수적인 어휘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대학2년 재학생의 11%가 초등학생 수준의 문해력이었다니 유구무언이다. 한글로 된 글을 읽으면서 무슨 뜻인지 이해 못 한다는 것은 문맹자나 다름없다.

정보화시대를 맞아 우리는 컴퓨터와 스마트 폰이 지식정보를 담고 있는 보물창고로 생각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컴퓨터와 스마트폰은 단지 빈 깡통에 불과한 기기일 뿐이다. 사람들이 그 깡통 속에 지식과 정보를 업로드 해야 내용을 채울 수 있다. 그 안에 든 지식정보들은 입력자들의 지식수준에 따라 그들의 생각과 어휘력으로 작성한 문장을 입력했기 때문에 문해력이 부족하면 내용파악에 과부하가 걸린다.

이처럼 문해력 취약이 초래할 문제점은 심각하다. 관공서, 기업체, 사회단체 등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문자로 작성한 문서를 통해 업무처리를 한다. 문해력이 부족한 사람이 과연 제대로 된 기안문서 하나 작성할 수 있겠는가. 정부나 기업체의 중요 프로젝트기획이나 외교국방문서 등은 국가나 기업의 명운이 걸린 중대사가 아닐 수 없다. 심리학에서는 인성적인 측면에서 문해력이 취약한 사람은 사고의 깊이가 없어 충동적인 행동을 쉽게 한다고 한다. 우리가 평소 의견이 다른 사람과 말다툼을 할 때 함부로 내뱉은 말이 빌미가 되어 시빗거리가 된다. 그러나 문서로 작성된 글은 정제되는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훨씬 덜 자극적이고 순화되어 있다. 이는 쌍방이 수용 가능한 어휘력으로 합리적인 용어를 선택하기 때문이다. 물론 예외는 있을 수 있다.

문해력 저하의 원인은 전자매체시대의 총아인 컴퓨터게임몰입과 활자매체(책, 신문, 잡지 등)기피현상이 초래한 결과다. 우리나라 성인 한 사람이 연간 읽는 책은 평균 7.5권이며, 그중 1년에 단 1권의 책도 읽지 않은 성인이 30%에 이른다고 하니 활자매체의 암흑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다들 바쁜 세상에 책 볼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반문하지만 그건 핑계에 불과하다. 퇴근 후 동네마트 앞에서 막걸리 마시며 입씨름하는 사람들을 보면 시간이 넘쳐나는 것 같다. 요즘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일반인까지 긴 글은 아예 읽어보지 않는다고 한다. 부피가 두꺼운 전문서적이나 고전과는 담을 쌓고 사니 학생 때나 사회인이 되어서나 문해력은 `오십보백보` 땅바닥을 긴다. 최근 문해력 관련 외국의 연구결과에 의하면 문해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취업과 연봉, 건강에도 정상인과 2배나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독서를 생활화하면 전두엽의 활성화로 학습능력이 향상되고, 읽기근육이 발달되므로 초등학생 시절의 독서습관은 성인이 되어도 변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부모가 책과는 담을 쌓고 TV드라마와 게임에 빠져 지내니 애들 보고 책 읽으라고 닦달한들 쇠귀에 경 읽기다. `나는 바담풍 해도 너는 바람 풍하라`고 백날 닦달해 봐야 말짱 도루묵이다.

문해력 저하의 또 다른 원인은 한자를 무조건 배척한 우리나라 어문정책의 패착이다. 한자는 중국어지만 우리 선조들의 기록물들은 모두 한자다. 그 시절의 한자는 우리글이기도 했다. 한글세대가 겪는 가장 답답한 문제는 지난 역사기록과 고전들을 번역 없이 맘대로 읽을 수 없다는 점이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언어의 상당 부분이 우리말화한 한자어이다. 한자배척은 문해력 지진아 양산의 원흉이기도 하다. 초중고대학의 교과과정에 한자교육병행방안을 시급히 검토해야 한다. 문해력 저하로 인한 세대 간 계층 간의 의사불통은 사회통합의 또 다른 저해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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