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1:45 (금)
눈이 백 마디 말을 대신한다
눈이 백 마디 말을 대신한다
  • 신화남
  • 승인 2021.04.29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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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남 신화남뷰티 갤러리 대표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신화남 신화남뷰티 갤러리 대표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

몇 년 전, 지인 아들의 결혼식에 참석한 적이 있었다. 결혼식이 끝나고 뷔페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너댓 살쯤 된 아이가 식탁 주위를 걸어 다니면서 어른들에게 다가가 눈을 흘기고 있었다. 그러다 연세가 지긋하신 할아버지에게 다가가 눈을 흘기며 쏘아보는 것이었다. 그러자 그 할아버지는 심기가 매우 불편한 표정을 지으셨다. 엄마는 아이를 끌어안으며 `너 이러면 엄마가 혼난다고 했어? 안 했어?`라고 호되게 나무라며 눈을 흘기는 것이었다. 그 아이의 눈 흘김은 엄마를 그대로 빼어 박은 듯했다.

타인을 향해 눈을 흘긴다는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다. 철모르는 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이러한 눈 흘김은 그 아이가 엄마에게서 그대로 배운 것이라는 사실 앞에 아이는 보는 대로 닮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이다. 자녀에게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그러면 혼난다"는 등, 어른들이 아이를 무섭게 혼내며 가르치려 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하지 않은 방법이라 생각한다. 가장 좋은 교육은 부모가 일일이 간섭하지 않고 본을 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미움과 원망, 시기와 불만의 눈 흘김을 당하며 자란 아이는 어릴 적부터 세상과 타인을 아름답게 볼 수 있는 긍정의 눈을 잃어버리기 쉽다.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총은 눈총"이라는 말이 있듯이 눈은 이렇듯 백 마디 말을 대신하는 것이다.

눈이 차지하는 인체의 비중은 `600만 분의 1`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나 눈만큼 많은 말을 하는 기관도 드물다. 우리는 흔히 `말은 당연히 입으로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비언어적 요소가 언어적 요소보다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법이다.

오래 전, 일본 어느 은행에 강도가 들이닥쳤다. 권총을 든 강도의 위협에 모든 은행원은 납작 엎드려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때 책임감이 강한 어느 은행원의 손이 강도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심스럽게 비상벨을 향하고 있었다. 그때 옆에 있던 다른 은행원이 그 모습을 보았는데, 순간 강도와 눈이 마주쳤다. 그러자 그 은행원은 강도를 향해 옆을 보라는 듯 가벼운 눈짓을 했다. 비상벨을 누르려는 은행원을 발견한 강도는 엉겁결에 방아쇠를 당기고 말았다. 강도에게 눈짓을 보낸 은행원은 책임감 강한 은행원과 승진 자리를 놓고 경쟁하는 관계였다. 눈짓 하나로 라이벌을 죽인 셈이다.

우리는 흔히 마음이 통하는 것을 가리켜 눈이 맞았다고 한다. 사랑하는 사람끼리 마주치는 눈은 메마른 사막에 아름다운 꽃을 피우고 엄마가 보내는 다정한 눈빛은 아기에게 한없는 포근함을 안겨준다. 눈짓은 비언어적 형태 중에서 가장 강렬한 의사 표현이다.

신(神)이 인간에게 선물한 가장 고마운 것이 눈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처럼 소중한 눈으로 우리는 타인들과 어떤 대화를 나누고 살아가고 있는가? 상대방을 존중하고 존경하는 눈빛, 나 자신보다 대상을 더 아끼고 위하는 사랑의 눈빛, 남의 어려움을 진정으로 걱정하고 위하는 위안과 위로의 눈빛 등 이러한 눈빛을 주고받는 가정에 어떻게 불화가 있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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