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4:11 (목)
멱라강의 전설 굴원의 초사
멱라강의 전설 굴원의 초사
  • 이광수
  • 승인 2021.04.2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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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중국의 춘추전국시대(BC770~221년)는 제, 진(晉), 초, 오, 월 오제가 패자였던 춘추시대와 진(秦), 한ㆍ위ㆍ조ㆍ초ㆍ연 제 칠웅이 강자였던 전국시대로 나눈다. 진시황이 천하를 통일했지만 대혼란기였던 춘추전국시대는 온갖 사상이 풍미했던 제자백가시대였다. 전국시대 초나라 정치가이자 시인인 굴원(屈原)의 비극적인 삶의 행적은 오늘날 중국 4대명절인 단오절(음력 5월 5일)로 이어져 전승되고 있다.

굴원은 중국 호북성 자귀현 굴원진 출신으로 사마천의 <굴원ㆍ가생전>에도 생몰연대가 명기되어 있지 않다. 그는 초나라 회왕의 신임을 받아 26세에 좌상의 중책을 맡아 크게 활약했다. 그러나 합종연횡(合從連衡)으로 칠웅이 자웅을 겨루던 시대라 진나라 장의의 계략에 속은 초나라 회왕의 미움을 사서 실각했다. 그때 지은 시가 그의 대표작인<이소:離騷>이다. 자신의 충정을 몰라주는 회왕에 대한 원망과 버림받은 신세를 한탄하는 장편 서사시이다. 그러나 자신의 충정을 뒤늦게 깨달은 회왕의 복명으로 다시 실권을 잡은 굴원은 적신 장의를 죽일 것을 진언했다. 그러나 회왕 사후 등극한 경양왕의 동생 자란(굴원을 귀양 보내게 한 장본인)의 참소로 다시 양쯔강 이남의 소택지로 추방되자 망국지세의 초나라를 한탄하며 지은 시가 <어부사:漁父辭>이다. 그는 자신이 옳고 세속이 그름을 탄식하는 시를 남기고, 죽어서 이 세상의 모범이 되고자 돌을 몸에 품고 멱라강에 투신자살했다.

그가 남긴 시는 한시(漢詩)에 큰 영향을 주었으며 멱라강에 투신하여 죽은 날이 음력 5월 5일이라 중국의 4대명절인 단오절과 함께 이 날을 중국 `문학의 날`로 정해 기리고 있다. 단오절에 댓잎에 싸서 먹는 쫑쯔는 굴원을 기리기 위한 음식으로 멱라수에 쫑쯔를 던져서 물고기들이 굴원의 시신을 뜯어먹지 못하게 했다는 풍속이 전래된 것이다. 또한 중국의 용선(龍船)경주도 강물에 빠진 굴원의 시신을 건져내기 위한 것에서 유래했다고 전한다.

굴원의 시는 초사(楚辭:초나라 노래)에 실려 있다. 초사는 전국 초기 초나라의 고유한 언어와 음악을 이용해 지어진 새로운 시체로 굴원과 그 이후의 작가들이 이 시체를 이용해 지은 시가를 말한다. 육경의 하나인 시경(詩經)과는 내용과 형식이 완전히 다른 시체이다. 시경의 현실적인 시와는 달리 개인의 고뇌와 번민을 수많은 대구로 표현해 중국문학의 문학성과 예술성을 한층 더 높였다.(초사, 권용호 역)초사에는 굴원 외 송옥, 가의, 회남소자, 동방삭, 유향, 왕포, 엄기, 왕일의 시가 함께 실려 있다. 굴원의 대표작 <이소>는 시경과 쌍벽을 이루는 375개의 구에 2490글자로 이루어진 장편 서사시이다. 번역된 시를 읽어보면 마치 한 편의 명수필을 읽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너무 긴 시라 <이소>의 마지막 구절만 옮긴다. `마무리: 이제 그만 하리!/이 나라에는 나를 알아주는 사람 없으니/고국에 무슨 미련을 두리/훌륭한 정치를 함께할 사람 없으니/나는 팽함이 있는 곳으로 가리라!` 주군에게 버림받은 신세를 한탄하면서 자신의 충정을 몰라주는 임금과 세상을 원망하는 비참한 심정을 노래하고 있다.

<어부사>는 늙은 어부와 나누는 대화체 형식의 시로 비록 유배를 당한 신세지만 혼탁한 시류에 영합하지 않겠다는 결기가 서려 있다. `새로 머리를 감은 사람은 반드시 옷을 입는다고 했소/어찌 능히 자신의 몸을 깨끗하게 할 수 있는데 바깥 사물의 더러움을 받으려 하겠소/비록 상강의 흐름에 몸을 던져 강 속 물고기의 뱃속에 장례를 치를지라도/어찌 희디흰 깨끗함에 어지러운 티끌을 묻힐 수 있겠소.` 망해가는 초나라를 한탄하며 멱라강에 투신해 절개를 지키겠다는 충정을 노래하고 있다. 후한 때의 시인 왕일은 굴원의 시를 이렇게 평했다. `굴원의 시는 문장의 형식과 내용이 뛰어나 백세가 지나가도 필적할 수 없을 것이며, 그 명성은 끝없이 전해져 영원히 없어지지 않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충신과 정신(貞臣)은 간신 모리배의 모함으로 팽 당하고, 아첨꾼이 득세하는 부조리한 세상사는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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