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23:08 (목)
잔인한 4월, 불면의 밤을 보내는 이들에게
잔인한 4월, 불면의 밤을 보내는 이들에게
  • 김중걸 편집위원
  • 승인 2021.04.21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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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속 잔혹사 영원한 고통

서민이 겪는 민생고 더 암울"
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이제 4월도 얼마 남지 않았다. 혹자들은 4월을 잔인한 달이라고 한다. 한국 역사 속 4월에는 유독 많은 이들이 희생된 안타까운 역사적 사실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4ㆍ19혁명이 그랬고 제주 4ㆍ3사건, 세월호 사고가 그렇다. 잔인한 4월은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말이다. 미국 태생 영국 시인 T. S 엘리엇(Eliot)의 유명한 시 `황무지`(The Waste Land)가 출처라고 한다.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죽은 땅에서 라일락을 키워내고/ 기억과 욕망을 뒤섞고/ 봄비로 잠든 뿌리를 뒤흔든다/겨울은 따뜻했었다/ 대지를 망각의 눈으로 덮어주고/ 가냘픈 목숨을 마른 구근으로 먹여 살려 주었다~`라는 시의 첫 대목인 `4월은 가장 잔인한 달`이 4월을 상징하는 언어가 됐다. 이 시는 433행이나 되는 긴 시로 시인이 직접 붙인 주석이 50개나 달하는 어려운 시라고 한다.

잔인한 4월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해마다 4월이면 그 아픔의 상처가 도드라져 우리를 고통스럽게 한다. 한국의 역사 속 4월에 있었던 잔혹사는 어쩌면 우리가 안고 가야 할 영원한 고통일 지도 모른다. 문제는 사건의 진상규명 부재와 그에 따른 책임자의 진심 어린 반성이 이어지지 않으면서 고통이 세대로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 역시 진실규명보다는 정치적 이익을 위해 이용하면서 한 걸음도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불행이 아닐 수 없다. 결국 죽은 자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억울한 상황이다. 4월은 만물이 생동하는 찬란한 봄, 절기의 아름다움을 느끼기도 전에 우리는 가장 잔인한 달의 기억에서 머물러있다. 하루빨리 벗어나야 한다.

잔인한 4월은 한국 현대사의 역사적 소용돌이 속에서만이 아니다.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서 국민 희생이 그렇듯이 잔인함은 여전히 서민 개개인의 일상에서 마주하게 된다. 부조리한 세상 탓이라고 치부를 해야 할지는 모르겠으나 서민에게는 늘 잔인한 민생고가 도사리고 있다. 주한 벨기에대사 부인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여성 노동자와 AZ백신을 접종해 사지마비가 된 간호조무사 가족은 일주일에 400만 원이 드는 치료비 등을 감당하기 어려워 국민청원을 내고 힘들어한다. 인천시 부평구 집 앞에 차를 주차한 차주는 편의점에 잠깐 다녀온 사이에 동생병원비와 월세를 모아둔 현금 70만 원과 서류를 도난당하고서도 한 달 가까이 CCTV에 나온 범인을 붙잡지 못해 상심에 잠겨 있다. 이달 초 부산 해운대의 한 서비스센터를 찾았던 한 운전자는 조수석에 벗어둔 상의 안 주머니에 넣어둔 지갑이 타인의 손을 탄 사실을 뒤늦게 알고 분개하고 있다. 그는 자가 주차가 가능한데도 `키를 꽂아두고 내려라`는 경비원의 거듭된 종용이 이상했으나 행여 갑질로 보일까 봐 무시하지 못해 낭패를 당한 자신을 책망하며 일주일이 넘게 불면의 밤을 보냈다고 한다. 그는 자신과 같은 피해가 없기를 바라고 업체들도 코로나19 시대 감염의 우려가 큰데도 장갑도 끼지 않고 특히 고객이 원하지도 않는데도 대리 주차를 종용ㆍ강요해 고객 불편ㆍ불만ㆍ피해 초래는 서비스 정신에 어긋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인터넷에는 대리 주차로 심지어 차량도난과 파손, 귀중품 도난 피해를 봤다는 글이 올라 있다. 업체는 장기적으로 볼 때 고객 만족을 위해 불필요한 대리 주차를 강요하는 직원이 없는지 등 직원 관리를 잘해야 명품이라고 자부하는 업체 이미지 제고에 도움이 된다. 많은 국민은 이렇듯 생활 속에서 피해를 보고도 어디다 호소조차 하지 못하고 전전긍긍하며 불면의 밤을 보내고 있다. 그래도 부산 시내버스에 두고 내린 수술비 2000만 원을 15분 만에 할머니에게 되찾아 준 선행에 우리가 사는 세상이 아직도 따뜻하다는 희망을 품고 잠을 청해보자. 다가오는 계절의 여왕 5월에는 지구상 모든 사람의 아픔과 시름이 사라지는 달이 되기를 염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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