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2:01 (금)
"오늘 좋은 하늘에서 즐거운 소식 있기를"
"오늘 좋은 하늘에서 즐거운 소식 있기를"
  • 백미늠
  • 승인 2021.04.21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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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백미늠
시인 백미늠

 

 

 

아침은 매우 기분 좋다

오늘은 시작되고

출발은 이제부터다

세수를 하고 나면

내 할 일을 시작하고

나는 책을 더듬는다

오늘은 복이 있을지어다

좋은 하늘에서

즐거운 소식이 있기를

- 천상병 `아침` -

천상병의 시인의 `아침`이란 시다.

출근하는 길에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기쁨과 즐거움이 온몸으로 번져 왔다.

`오늘 하늘에서 즐거운 소식이 있기를 요` 여기저기 카톡 방에 부지런히 퍼다 날랐다.

내가 느끼는 좋은 기분이 그대로 전달된 듯 모두 즐거워하고 좋아했다.

연둣빛 4월은 정말 예쁘다.

코로나 확진자가 계속 뜨고 있지만 더욱 예쁜 봄으로 공원이나 강이나 산에는 마스크 낀 사람들로 붐볐다.

모처럼 화창한 주말이었다.

나도 4월의 빛깔인 생동감과 경이감 속에서 주말을 한껏 보내었는데 오늘 월요일은 이렇게 즐거운 비가 내리고 있다.

자동차에 부딪히는 빗소리에 귀가 맑아지고 앞 유리에 방울방울 맺히는 빗방울이 예뻐서 시야가 가려질 때까지 그대로 두었다. 빗방울도 연초록이었다.

나는 3월부터 비대면 `줌`으로 `일요일 저녁에 읽는 시`를 진행하고 있다.

김해시 인재육성지원과 평생 학습팀이 운영하는 배달강좌를 운 좋게 맡게 된 것이다.

김해 지역 작가와 시인들의 시를 따라 쓰고 낭독하는 프로그램인데 얼마 전 3주째 수업을 했다.

가장 평화로운 시간인 일요일 저녁 편안한 시간에 좋은 시 한 편을 읽으면 감정이 순화되고 부드러워져 즐겁게 월요일을 시작 할 수 있다.

나는 시를 쓰지만 시를 가르칠만한 실력은 안 된다.

하지만 시 한 편의 힘과 용기와 기쁨, 위로를 안다. 다행히 나의 마음이 12명의 학습자에게 잘 전달되었다.

"시 낭독이나 시 낭송은 말하듯이 편안하게 자연스럽게 하는 것입니다"

"글자 하나하나를 정확하게 발음하며 읽는 것이 기본이에요"

시 낭독과 시 낭송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면서 편안하게 진행을 하는데 학습자들은 강사인 나보다 더 시를 잘 읽고 이미지 전달이 잘 되었다.

모두 좋은 사람들로 그들의 시 감수성을 알 수 있었다.

비록 화면으로 보고 듣지만 학습자들이 조용히 읽는 시에 피가 맑아지고 무한한 평화가 물결친다.

"천상병 시인님 감사해요. 일요일 저녁에 읽는 시 한 편이 좋은 하늘이 주신 즐거운 소식이랍니다!"

한 달 전만 해도 나는 창원으로 출퇴근하며 피로로 기진맥진해 주말이면 꼼짝 않고 하루 종일 누워 지냈다.

그러나 일요일 저녁만 되면 시 낭독 수업을 하게 되면서 주말에 더 긴장이 된다. 오히려 수업 준비를 하며 학습자들과 만나 식사도 하고 시인을 방문하면서 예전과는 다른 활기찬 주말을 보내고 있다.

그렇다. 열정은 소진되는 것이 아닌 무엇인가를 할 때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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