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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로 이어진 세계 속에서 삶의 경계를 찾는 여정
예술로 이어진 세계 속에서 삶의 경계를 찾는 여정
  • 이정민 기자
  • 승인 2021.04.11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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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체가 원소와 재결합해 다른 객체로 바뀌는 과정을 나타낸 김근재의 설치작품 `질량 보존의 법칙- 환원`.
생명체가 원소와 재결합해 다른 객체로 바뀌는 과정을 나타낸 김근재의 설치작품 `질량 보존의 법칙- 환원`.

경남도립미술관 신소장품전

2017년 이후 4년만에 개최

자연ㆍ인간ㆍ사회 연결된 주제

문신 등 60여점 작품 한눈에

60명 중 지역 작가 35명 구성

회화ㆍ설치 작품 등 눈길 끌어

"이어진 세계란 무엇인가요?" 라는 질문에 어떤 사람은 "각 나라가 이어진 것이다", "우리 삶이 이어진 것이다" 라고 말할 것이다.

이에 경남도립미술관은 한 개인의 삶은 매우 다층적인 맥락으로 자연, 사회 환경과 연결되며 맞닿아 있다며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지난 2017년 이후 경남도립미술관이 4년 만에 개최하는 신소장품전 `이어진 세계들`에서는 1951년부터 2019년까지 약 60여 년에 걸쳐 자연ㆍ인간ㆍ사회라는 이어진 주제로 제작된 작품들이 한 전시장 안에서 여러 시기와 주제를 넘나들며 모든 일련의 흐름과 순환을 시사한다.

관객들의 집중도와 주제 간의 긴밀성을 위해 1전시실 자연, 2전시실 인간, 3전시실 사회로 공간을 나눴으며, 서양화, 조각, 한국화, 영상, 사진, 판화 등 총 79점을 수집했다.

그중 주제에 적합한 작품 60여 점이 공개되며 경남지역 소재의 작가는 총 35명이 참여해 관객들의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예술작품에는 그 시대의 정신과 삶의 흔적이 담겨있다. 예술가의 눈을 빌려 바라본 여러세계들의 연계성을 통해 차분히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낙동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화폭속에 담은 강복근의 `낙동강 자연, 자생, 자아`.
낙동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화폭속에 담은 강복근의 `낙동강 자연, 자생, 자아`.

△ 조화와 질서 `자연`의 의미를 파악

1전시실은 자연을 테마로 선보인다. 한국 미술 거장 문신 선생의 `탄생`, 낙동강의 아름다운 풍경을 화폭에 담은 강복근의 `낙동강 자연, 자생, 자아` 등을 만날 수 있다.

그중 한국 미술 거장인 문신의 새로운 작품을 볼 수 있다.

평면적인 구도 속 다채로운 색감을 뽐내는 문신의 `꽃 거북`.
평면적인 구도 속 다채로운 색감을 뽐내는 문신의 `꽃 거북`.

추상회화와 조각에 몰두한 문신이 1996년 프랑스에서 잠시 귀국했을 당시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 `꽃 거북`은 문신이 완벽한 추상화가의 길로 들어섰음을 확인할 수 있는 작품이다.

작품은 평면적인 구도 안에서 다채로운 색감을 통해 우주와 생명의 음률을 시각화 했다.

또, 김근재 작가의 설치작품도 관객들의 눈길을 끈다. 천장에서 내려온 줄에 매달려 공중에 떠 있는 거대하고 특이한 조형물 `질량 보존의 법칙- 환원`은 생명체와 사물의 형태가 분해ㆍ다른 원소와 재결합해 다른 객체로 바뀌는 과정을 시각화한 작품이다.

자유로운 영혼이 살아 숨쉬는 듯한 이강소의 `From an Island-03036`.
자유로운 영혼이 살아 숨쉬는 듯한 이강소의 `From an Island-03036`.

이처럼 1전시실에서는 조화와 질서, 균형, 리듬감 등 자연을 바라보고 사색한 작가들의 시선을 만나 볼 수 있다.

맞닿은 엄지손가락의 모습을 35개의 캔버스로 옮겨 담은 정호 작가의 `무제; 2H_30F35`.
맞닿은 엄지손가락의 모습을 35개의 캔버스로 옮겨 담은 정호 작가의 `무제; 2H_30F35`.

△다양한 사물 통해 개별의 `인간` 표현

2전시실에는 고유한 개성을 지닌 개별의 `인간`을 표현한 작품들로 구성했다. 맞닿은 엄지손가락의 모습을 35개의 캔버스로 옮겨 담은 정호 작가의 `무제; 2H_30F35`과 이건용의 신체 드로잉의 연작 중 2019년 작 이건용 `신체 드로잉 76-2` 등이 있다.

화면을 뒤에 놓고 팔의 움직임을 최대한 이용한 이건용의 `신체 드로잉 76-2`.
화면을 뒤에 놓고 팔의 움직임을 최대한 이용한 이건용의 `신체 드로잉 76-2`.

이건용의 `신체 드로잉 76-2`는 화면을 뒤에 놓고 팔의 움직임을 최대한 이용해 그리는 작품으로 신체의 감각을 활용해 완성된 화면에는 신체를 중심으로 한 방사선들이 남겨진다.

이렇듯 2전시실에서는 직접적으로 사람의 모습이 등장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사물과 도구를 통해 깊은 사유를 이끌고 인간의 의지나 생각을 드러내며 때로는 자기 성찰적 성격을 띠는 작품들을 볼 수 있다.

△다각적인 시각 속 `사회` 관찰

통영 출신 음악가 윤이상 옛 결혼사진을 재현한 조덕현의 `musician 3`.
통영 출신 음악가 윤이상 옛 결혼사진을 재현한 조덕현의 `musician 3`.

3전시실과 특별 전시실에서는 3ㆍ15부정선거를 표현한 서용선 작가의 `민주화`, 중국 원난성 출신의 장 샤오강 작가가 만든 `천안문` 등을 사회와 역사의 의미를 이야기하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또한, 전시장 입구 이화여대 교수로 재직 중인 조덕현 작가의 `musician 3`이 3전시실에 발을 들인 관객들을 반겨준다.

`musician 3`은 통영 출신 음악가 윤이상의 1950년대의 결혼사진을 재현해낸 작품이다. 이 작품은 옛날 사진을 재현했기에 시간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으며, 드레스가 액자 밖 바닥으로 흘러내린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할 수 있다.

3전시실과 특별전에서는 현대미술 작가들이 현대사회를 지배하는 자본주의와 도시개발, 농촌사회, 역사, 정치적 이슈에 이르기까지 다각적인 견지에서 제작된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 기획을 맡은 박현희 학예 연구사는 "당대 예술작품에는 그 시대의 정신과 흔적이 담겨져 있다. 약 60여 년에 걸쳐 제작된 작품들을 선보이는 이번 전시에서 여러 시기와 주제를 넘나드는 상황을 즐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여러 시대와 주제를 연결하는 전시 `신소장품 2017-2020 : 이어진 세계들`은 오는 6월 6일까지 펼쳐진다. 생활 속 거리두기 지침에 따라 사전예약제를 통해 관람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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