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0:15 (금)
광적인 선거운동과 대학가 표절 바람
광적인 선거운동과 대학가 표절 바람
  • 류한열 편집국장
  • 승인 2021.04.06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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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여야가 4ㆍ7 재보궐선거 운동에 전투급으로 매진하고 있다. 서울ㆍ부산시장은 우리나라 1, 2위 도시의 행정을 총괄하는 만큼 선거의 무게감은 남다르다. 여야가 한 치의 양보 없이 몰입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선거전에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덤벼드는 여야 인사들을 보면 안쓰럽기도 하다. `선거는 전투다` `승자 독식 이기고 볼 일이다`는 말은 결과가 모든 과정을 정당하게 하기 때문이다. 지금 두 거대 도시에서 선거가 치러지는 이유를 갖다 대는 건 철 지난 소리다. 서울시장 선거는 생태탕이 펄펄 끓고, 부산시장 선거는 투기 의혹이 펄펄 난다. 이런 판에 정책을 내세우는 것 또한 철부지의 짓이다. 여야가 오직 의혹 재생산에 몰두하면서 뉴스공장을 풀 가동하고 있다. 해도 해도 너무한다 싶어도 뉴스공장은 같은 제품을 계속 만들어 의혹을 팩트처럼 만들고 있다.

광적인 선거운동은 윤리의식을 집어삼키고 팩트는 내치고 현상만 붙들 게 만든다. 감성 호소는 그나마 봐줄 만 한데, 이번 선거는 유권자의 눈을 가려 투표장에 이끌려고 작정한 모양새다. 선거운동에서 수세에 몰린 측은 판을 뒤엎기 위해서 한방을 노리는 전략을 쓴다. 선거판의 상식이다. 한방이 때에 따라 순풍이 되고 역풍되기도 한다. "적벽대전 바람이 바뀌고 있다"는 여권 후보의 바람이 어떤 바람인지 궁금하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선거판에서 제갈공명의 신기가 통하면 그 이상 무얼 바랄까. 온갖 바람이 난무해도 한 표에 묻어있는 진실이 큰 바람이든 작은 바람이든 결과 만들기를 바랄 뿐이다.

인제대학교가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이 다시 휩싸여 지역 명문 사학으로 발돋움하는 길에 걸림돌로 작용할지 몰라 시민들이 마음을 아리고 있다. 인제대는 김성수 전 총장이 논문 표절로 낙마하면서 심각한 홍역을 앓은 적이 있다. 앞 총장에 대한 아픈 기억이 다시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대학 구성원은 없지만 이번에 바룰 것은 바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양심의 소리는 작지만 덮는다고 사라지지 않는다. 전민현 총장의 논문 3편이 연구 윤리를 위반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4년 게재한 논문이 같은 해 한국의 한 학술지에서 출간한 논문을 번역한 것`이라고 미국 저널 오브 크리스탈 그로스(Journal of Crystal Growth)가 밝혔다. 같은 논문 3편을 영어로 번역해 재차 게재했다는 판정을 했다. 인용 표시가 없기 때문에 논문 표절이 되는 셈이다. 실제 전 총장의 연구윤리 위반 의혹은 지난 2019년 총장 임용 과정에서 불거졌다. 연구 부정 행위 의혹에 동의를 하지 않는 전 총장은 연구윤리진실성위원회 조사에 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진실의 잣대를 갖다 대 의혹의 진위가 가려지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

논문 표절은 학위를 받은 사람의 `주홍글씨`다. 학위를 따는 마지막 관문이거나 연구 업적을 내세우기 위한 결과물이기 때문에 논문 내용의 진실성이 의심받는 일은 심각하다.

유부녀가 다른 남자와 간통을 하고 가슴에 주홍색 `A`라는 머리글자를 다는 것이나, 연구자가 논문을 표절해 양심에 `P`라는 머리글자를 새기는 것이나 별반 다르지 않다. `A`가 `Adultery(간음)`이고 `P`는 `Plagiarism(표절)`이다. 논문 표절로 학위 취소 같은 사태는 지금도 일어나고 있다. 전민현 총장의 논문 표절 의혹에 `심각한 연구윤리 위반`이라는 화살이 꽂혔다. 간음을 한 사람이 양심을 진실하게 고백하고 `A` 글씨를 다른 `A` (Angel, 천사)로 받는 것처럼, 표절 의혹 `P` 글씨가 다른 `P`(Peace, 평안)로 바뀌기를 대학 공동체는 바라고 있다. 전제는 진실이 가려질 경우다.

이번 4ㆍ7 재보선이 서울ㆍ부산에 눈을 집중할 때 도내에서도 의령 등 4곳에서 선거 운동이 펼쳐졌다. 이번 선거판은 특히 의혹 각축장이 됐어도 타협할 수 없는 `신성한 한 표` 힘을 믿기 때문에 오늘 저녁 선거 결과에 눈과 귀를 열고 있다. 지역 사회 지성의 탑에서 부는 논문 표절의 바람이 대학을 살리는 순풍이 되기를 바란다. 물론 다시 강조하지만 전제 조건은 진실이 가려진 후 책임을 질 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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