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8:19 (토)
드라마 폐지 사태, 실종된 여유 회복 절실
드라마 폐지 사태, 실종된 여유 회복 절실
  • 김중걸 편집위원
  • 승인 2021.04.05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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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역사 왜곡 논란에 휩싸인 SBS-TV 드라마 <조선구마사>가 방송 2회 만에 전격 폐지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맞았다. <조선구마사> 사태에 놀란 방송가가 불똥이 튈까 잔뜩 긴장하며 몸을 사린다. tvN드라마 <빈센조>는 중국산 비빔밥 장면을 다시 보기 서비스에서 삭제했다. JTBC도 하반기 방송을 준비 중인 드라마 <설강화>의 시놉시스가 외부로 유출되면서 민주화 역사 왜곡 의혹에 휩싸였다. 드라마 <설강화>는 지난 1980년대 군사정권을 배경으로 남북 대치 상황에서의 대선정국을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이자 청춘 남녀들의 사랑과 우정을 그린 멜로 드라마라고 한다.

그러나 유출된 시놉시스에는 운동권 학생이 알고 보니 `간첩`이었다는 설정을 한 것으로 외부에 알려지면서 구설에 올랐다. JTBC는 "민주화 운동을 폄훼하고 간첩을 미화하는 드라마가 결코 아니다"며 반박했다.

방송사의 해명에도 드라마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이 드라마가 민주화 운동의 가치를 깎아내린다는 의견을 쏟아졌다. `운동권 학생인 남자 주인공이 알고 보니 간첩`이라는 설정으로 알려지면서 당시 많은 대학생이 실제 간첩으로 몰려 피해를 본 적이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듯하다. 민주화 세력은 결국 `종복`이라는 세간의 편견을 더욱 강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기도 하다.

판타지 사극 <조선구마사>는 지나친 역사 왜곡과 중국향 작품이라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첫 주 방송을 타자 말자 중국풍 논란에 휩싸였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태종과 충녕대군(훗날 세종)이 악령에 맞서 벌이는 혈투를 그렸다. 그러나 충녕대군이 연회장 한쪽에 서서 사신을 맞이하고 월병과 중국식 만두를 대접하는 장면 등이 모욕적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동북공정으로 커지는 반중 정서에 불을 지피며 시청자 불만이 폭발하자 주요 광고주들 사이에서 광고 철회가 잇따랐다. 드라마 집필작가가 한중합작 업체와 계약을 했다는 이력까지 불거졌다. 그간 김치와 한복 등을 놓고 우리나라를 자극하면서 위협감이 커진 상황이 맞물리면서 드라마는 드라마가 아닌 일로 커졌다. <조선구마사>는 폐지에도 5000건 이상의 민원접수로 방심위는 드라마 폐지 여부와 관계없이 심의를 진행하겠다고 한다. 드라마 폐지 사태는 창작의 자유 논란까지 빚고 있다. 방송에서 `개그`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진 지금 드라마든 뭐든 조심해야 할 때인 것 같다.

국민 일체감 조성은커녕, 분열과 반목을 책동하는 진영 논리가 춤추는 팍팍한 세상 탓에 여유가 실종되면서 빚는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과정으로 낙담하고 낙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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