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6:12 (수)
여불위의 여씨춘추
여불위의 여씨춘추
  • 이광수
  • 승인 2021.04.04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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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여씨춘추(呂氏春秋)>는 중국 전국시대 말기의 대상인이자 정치가인 여불위(呂不韋)가 3000여 명의 식객들(유가, 도가)을 동원해 편찬한 잡가류의 경세서이다. 사마천은 <사기> `여불위열전`에서 `여불위는 식객들로 하여금 각기 그들의 들은 바를 저술케 하고 이를 모아 따져서 십이기(十二紀), 팔람(八覽), 육론(六論)으로 분류해 22만 자에 이르는 저작을 만들었다. 여기에는 천지 만물, 고금의 일에 관한 것이 두루 갖추어져 있어서 서명(書名)을 <여씨춘추>라 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여불위는 전국칠웅의 하나인 위(衛)나라 복양사람으로 한(漢)나라에서 장사를 해 대부호가 되었다. 정치에 꿈을 둔 그는 초(楚)나라에 볼모로 잡혀 온 진(秦)나라 태자 자초(子楚)를 도왔는데, 그가 진나라 공양왕이 되자 상국(재상)이 되어 진나라의 권력을 장악하게 되었다. 공양왕 사후 그의 아들인 영정(장차 진시황)이 어려서 천자로 등극하자 여불위는 중부대우를 받으며 승승장구한다. 그러나 당시 진시황의 모후인 태후와 여불위의 비밀스런 관계가 탄로 나고, 모후 후견인으로 세운 노애라는 자가 반란을 일으켰다. 진시황은 `노애의 반란`을 평정해 그를 극형에 처하고 여불위를 권좌에서 추방했다. 진시황의 미움을 사 버림받은 신세가 된 그는 자결했다.

<여씨춘추>에는 다양한 사상과 역사기록들이 망라되어있다. 세상에서 규범이 될 만한 고금의 사례(史例)들을 다 모아 22만 자로 총합했으나 여러 사상가들의 학설을 잡다하게 채용해 잡가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도가사상을 기본원칙으로 각 사상의 장점들을 통합해 나름대로 새로운 학설을 형성했다. 그가 편찬한 <여씨춘추>는 진시황으로부터 팽당할 수 있다는 위기감에서 벗어나기 위해 만든 저작물이었다. 그는 통치규범이 될 저작물을 만들어 중앙집권제를 강화하는 이론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천제의 권위를 높이는 한편, 자신의 권력과시수단으로 이용하려 했다.

<여씨춘추>의 `십이기` `팔람` `육론` 중 `팔람` 심분람(審分覽)편의 지도(知度)-명철한 군주가 되는 기술에는 현명한 군주가 지녀야 할 덕목과 자세를 기술하고 있다. 과연 백성들로부터 추앙받는 명철한 군주의 위엄과 규범은 무엇일까.

먼저 군주(리더)는 사람의 본성과 생명의 참모습에 애증(愛憎)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는 것을 근본으로 삼아 나라에 유익한 고언에 귀 기울이고 민의에 부응하는 정사를 펼쳐야 한다. 두 번째 군주가 아무리 재주가 있고, 지혜롭다고 해도 모르는 바가 없었던 적은 없다. 군주가 궁색한데도 자신의 궁색함을 모른다는 게 문제다. 스스로 현명하다고 여기는 우행을 되풀이하는 군주를 일컬어 겹겹으로 꽉 막힌 답답한 군주라고 한다. 세 번째 사람을 임용하고도 그들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무지한 자와 더불어 인사를 의논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며 나라를 거덜 내는 군주다. 걸(傑) 왕은 간신을 임용했고, 주(紂) 왕은 악래를 임용했으며, 송나라는 당양을 임용했고, 제나라는 소진을 임용(모두 재방간신들)했으므로 천하 사람들은 나라가 멸망할 것이라고 했다. 적임자가 아닌데도 공적이 있기를 바라는 것은 마치 하짓날에 밤 길이가 더 길어지기를 바라는 것과 같고, 활을 쏘아 물고기를 잡을 때 물속이 아닌 하늘을 향해 활시위를 겨냥하는 것과 같다고 했다. 이런 어리석은 짓은 순임금과 우임금(태평성대를 누린 성군)도 행하기 어려웠을 터인데 하물며 속된 군주들은 말해 무엇 하겠는가. 이처럼 <여씨춘추>는 통일된 진나라의 국가통치이념과 이를 실천할 군주의 행동규범을 나라를 망친 패주와 여민동락한 성군의 사례를 예로 들어 명징하게 설명하고 있다.

현재 국내외 정세는 코로나19 팬데믹에 발목을 잡힌 채 안개 속을 헤매고 있다. 정책의 불확실성이 갈수록 증대되어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도 끄기 벅찬 상태다. 그런데도 다들 자기주장만 옳다고 고성방가지만 무엇이 참이고 거짓인지 분간하기조차 어렵다.

이런 때일수록 멀리서 치국치세의 방도를 구할 게 아니라 만고불변의 진리가 만재한 고전에서 명철한 지도자의 리더십을 찾아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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