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5:02 (토)
치매라는 병
치매라는 병
  • 하태화
  • 승인 2021.03.30 2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태화 수필가ㆍ사회복지사
하태화 수필가ㆍ사회복지사

치매를 옛날에는 노망이라고 하여 나이가 많아져 생기는 노화 현상이라고 여겼으나, 요즘에는 뇌 질환의 하나로 인식되고 있다. 치매란 기억력을 비롯한 여러 가지 인지기능의 장애가 나타나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단순한 노화에 의한 기억력 상실과는 다르다. 치매에 의한 기억장애와 일반적인 건망증은 어떻게 구별할까. 건망증은 어떤 사건이나 경험의 내용 중 일부분을 잘 기억하지 못하거나 상기시켜주면 `아! 참`으로 깨닫지만, 치매는 그러한 사건이나 경험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모르기에 상기시켜주어도 `그런 말을 했다고?`라고 한다. 최근에는 치매 환자가 예전보다 훨씬 많아졌다. 수명이 짧아 치매가 오기 전에 세상을 떠난 예전과는 달리 100세 시대인 요즘이 치매 환자가 많은 것은 당연한 얘기다. 우리나라 치매 환자는 약 87만 명인데, 60세 이상 인구 1200만 명을 기준으로 하면 치매 환자의 비중은 7.3%이며, 그중 남성이 39%, 여성이 61%이다.

치매는 어떤 하나의 질병명이 아니라 특정한 조건에서 여러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증상들의 묶음인데, 이러한 치매 상태를 유발할 수 있는 질환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이며, 그 외 루이체 치매, 전두측두엽 치매 등이 있다. 알츠하이머병은 처음 치매를 발견한 독일의 정신과 의사 이름이다. 알츠하이머(Alois Alzheimer, 1864-1915)는 인류 역사상 알츠하이머병 치매 1호인 독일인, 당시 52세 여성인 아우구스테 데터(1850~1906)에게서 40대 후반부터 진행성 인지기능 장애를 발견했다. 또 사후 부검을 통해 뇌 피질의 신경세포에 대한 변화를 보고했는데, 그의 업적을 기려 알츠하이머병이라고 명명했다. 또 다른 원인인 혈관성 치매는 빈스방거(Otto Binswanger, 1852~1929)가 뇌의 동맥경화로 인해 생기는 새로운 형태의 치매를 보고했다. 우리나라의 치매 환자 중 알츠하이머병이 73.5%, 혈관성 치매가 11.1%이다.

치매의 증상으로는 크게 인지기능 장애와 정신행동 증상으로 나누는데, 인지기능 장애의 대표적인 것이 기억력 장애이다. 최근 혹은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단기 기억력의 감퇴가 주로 나타난다. 이로 인하여 새로운 정보를 습득하는 능력을 잃게 되며, 같은 질문을 반복해서 하게 된다. 시간이 지날수록 장기기억력 감퇴도 동반하게 된다. 다음으로 지남력(指南力) 장애인데 시간, 장소, 사람을 인식하는 기능이 저하되어 날짜와 계절을 구분하지 못하는 장애가 온다. 또한, 시공간 능력의 장애가 있어 길을 잃고 배회하거나 심한 경우 집안에서도 화장실을 찾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실행능력 장애는 일의 순서를 알지 못하는 장애로, 식탁을 차리거나 가스레인지나 TV를 켜지 못하는 일이 발생한다.

정신행동 증상으로는 망상과 의심이 있다. 기억력이 떨어진 치매 환자는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을 남의 탓으로 돌리기 때문에 의심이 증가하고, 심해지면 의심이 고착된 망상으로 연결된다. 또 치매 환자의 50% 정도가 우울증이 있으며, 즐겁거나 슬픈 일에 대한 감동이 없는 무감동 증상도 있다. 초조 증상으로 안절부절못하고 같은 행동을 반복하거나, 이것저것 뒤지거나 폐지 등 가치 없는 물건 등을 모으고 숨기기도 한다. 또한, 소리를 지르거나 발로 차는 등 공격성도 가지고 있다.

치매 치료는 근본 원인을 해결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증상이 나빠지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에 가깝다. 따라서 치매를 조기에 발견하여 더 이상 악화하는 것을 방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족 중에 약간의 치매 의심 증상이 보이면 중앙치매센터(1899-9988)나 보건소 산하의 치매안심센터, 면 지역이면 근처 보건소로 연락하여 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치매 환자로 등록되면 투약비용 지원 등의 여러 가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치매에 장사(壯士)가 없다고 했다. 환자 본인보다 가족에게 더 해당하는 말이 아닌가 싶다. 100세 시대, 늘어나는 치매 환자를 위해 애쓰는 종사자께 경의를 표하며, 이 글은 중앙치매센터의 자료를 참고하여 썼음을 밝힌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