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7:01 (금)
메타버스와 호접몽
메타버스와 호접몽
  • 허성원
  • 승인 2021.03.30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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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대표 변리사 허성원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대표 변리사 허성원

어느 날 장주(장자)가 꿈에서 나비가 되었다. 훨훨 날아다니는 나비는 즐거이 노닐면서 자신이 장주임을 깨닫지 못한다. 그러다 문득 깨어보니 엄연히 장주이다. 알 수 없구나. 장주의 꿈에 나비가 되었던가, 나비의 꿈에 장주가 된 것인가? 장주와 나비는 필경 분별이 있을 터인데, 이를 일러 `물화(物化)`라 한다.

장자 제물론에 나오는 `나비 꿈` 즉 호접몽(胡蝶夢) 에피소드이다. 여기서 장자는 꿈과 현실의 혼동, 나비와 인간의 혼동을 `물화(物化)`라고 설명한다. 그러니 `물화(物化)`는 인간이 다른 존재로 변신하거나 다른 사물과 동화된 상태를 가리키는 듯하다. 혹은 현실이 아닌 다른 세상에 존재하며 활동하는 상황을 의미할 수도 있다. 이런 `물화(物化)`의 신세계가 우리의 일상이 될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지난해 9월에 BTS는 신곡 `다이너마이트`의 안무 버전 뮤직비디오를 게임 `포트나이트`에서 최초로 공개하였다. 유튜브 등에서 쇼케이스를 열던 관례를 깨고 게임 속에서 발표한 것은 신선한 시도였다. 전 세계의 팬들은 아바타를 통해 관람하면서 춤을 따라 추기도 하였다. 미국의 힙합 가수 트래비스 스콧도 포트나이트에서 콘서트를 연 적이 있다. 그는 거인 모습의 아바타로 나타나 공연을 펼쳤고, 관람을 위해 접속한 사람은 1200만 명이 넘었다. 이런 공연은 3D 환경에서 이루어지기에 어느 방향에서나 관람이 가능하고, 아바타들은 자신의 감정과 율동을 자유로이 표현할 수 있다.

이와 같이 가상의 세계에서 아바타를 통해 가상 혹은 현실의 이벤트에 참여하고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을 `메타버스(Metaverse)`라 부른다.

메타버스는 가상 혹은 초월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우주를 뜻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이다. 유형의 형체를 모방한 분신 아바타가 가상의 세계에 모여 소통하고 행동하니, 졸업식, 교육, 원격 회의, 남녀 데이트 등 모든 활동이 가능하다. 실제로 네이버는 올 초에 `제페토`를 통해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을 시행하기도 하였다. `제페토`는 가입자의 사진을 보고 닮은 아바타를 만들어주어, 가상 세계에서도 자신과 닮은 얼굴로 활동할 수 있다. 그래서 메타버스는 단순히 게임을 즐기는 차원을 넘어 사회, 문화, 경제 활동 등 현실 세계를 그대로 옮겨 체험할 수 있다. 아니 현실보다 훨씬 더 다양하고 더 효율적인 초월의 경험을 제공할 수도 있다. 현실의 물리, 사회, 경제 법칙이 그대로 통용될 수 있고,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고, 소유하며, 거래할 수도 있다.

로봇, 자동차 등 기계제품이나 디자인, UX 등을 전 세계 유저들을 상대로 동시에 시연하고 품평할 수 있어, 제조업체들도 메타버스의 가능성에 관심이 크다. 아디다스는 `애글릿`이라는 메타버스앱으로 비즈니스모델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애글릿은 플레이어가 지도를 따라가며 가상의 스니커즈 등 신발 경품을 획득하고, 실제 걸은 거리에 비례해 마모되며 필요에 따라 수선도 가능하다. 플레이어는 직접 자신이 입거나 신을 복장이나 스니커즈 디자인에 참여할 수도 있다.

이처럼 메타버스는 엔터테인먼트, 소셜네트워크, 전자상거래 등 많은 분야에서 무궁무진한 확장성을 가진다. 그래서 메타버스 시장의 선점을 위해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 경쟁도 치열하다. 우리나라의 여러 기업들도 이미 많이 도전하고 있다.

엔비디아 CEO 젠슨 황은 2020년 개발자 콘퍼런스에서 "미래 20년은 SF에서 보던 일이 벌어질 것이다. 메타버스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의 말 `메타버스가 오고 있다(Metaverse is coming!)`는 새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선언이자 경고가 되었다. 메타버스는 인터넷보다 훨씬 더 파괴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많은 사람들이 예견한다. 시대의 변화가 가져올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칠 수 없다. 놓친 기회는 곧 위기이기 때문이다.

머잖아 우리의 아바타는 메타버스의 세계에서 나비처럼 날아다니며 다양한 생활을 즐길 것이다. 그 아바타가 현실의 본인을 잊고 그만의 가상 속 인격적 존재를 남용할지도 모른다. 혹은 우리는 누가 진정한 자신인지를 잊고 방황하며 살지도 모른다.

그래서 다가올 `물화(物化)` 즉 메타버스의 시대에 결코 잃지 말아야 할 두 가지가 있다. 그것은 `기회`와 `자기 자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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