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6 08:32 (금)
주역 4대 난괘
주역 4대 난괘
  • 이광수
  • 승인 2021.03.28 23: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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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주역 64괘 가운데 길조를 상징하는 괘가 있는 반면 흉조를 상징하는 괘도 있다. 그러나 무조건 좋다거나 나쁜 괘는 없다. 서(筮)를 해서 좋은 괘가 나왔다고 기고만장하면 겸손하라고 경계한다. 또한 나쁜 괘가 나왔다고 실망하지 말고 근신하며 때를 기다리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보낸다. 설상가상이라고 했듯이 흉조를 나타내는 괘 중 만사불통인 4대 난괘가 있다. 주역에서 말하는 4대 난괘는 수뢰준(水雷屯), 중수감(重水坎), 수산건(水山蹇), 택수곤(澤水困)괘이다. 이 네 괘의 공통점은 상괘나 하괘에 물 수(水)가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다.

먼저 수뢰준괘를 보자. 주역에서 둔(屯)은 준으로 읽는다. 이 괘는 64괘의 시작인 중천건괘와 중지곤괘 다음에 오는 괘이다. 서괘전은 `천지가 생긴 연후에 만물이 천지를 채워나가는데 준이 그 만물 중 처음으로 생겨났다`고 했다. 지택림괘 구2효가 구5효로, 풍지관괘의 상구효가 초구효로 추이(推移)하여 준괘가 됐다. 준괘의 반역(도전괘)이 다음 괘인 산수몽괘이다. 괘사는 `크게 형통하고 바르게 함이 이로우니 스스로 나아가지 말고 제후를 세움이 이롭다`이다. 이는 구5효와 육2효가 중정하고 호응함으로 아랫사람을 믿고 일을 맡겨야 그 결과가 좋다. 괘의 서례는 지금은 어렵지만 참고 기다리면 광명이 온다. 만사를 직접 나서지 말고 신실한 수하에게 믿고 맡기며, 조급히 굴지 말고 여유 있게 일을 처리해야 결과가 좋다. 관련 괘는 도전괘 산수몽, 배합괘 화풍정, 호괘 산지박, 교역괘는 뇌수해괘이다.

다음은 중수감괘로 최고 난괘이다. 괘사는 `거듭된 심연(深淵)의 상으로 믿고 따르는 신실한 친구들이 있다면 형통하다`이다. 물, 비, 심연, 험수, 험지, 위험한 물구덩이, 습지 등을 상징한다. 감(坎)이 중첩되어 거듭된 위험이 따른다는 뜻이다. 지택림괘 초구효가 구5효로, 풍지관괘의 상구효가 구2효로 추이해 감괘가 됐다. 대상전은 `물이 거듭하여 이르는 것이 습감이다. 군자는 이를 보고 항상 덕을 행하고 가르치는 일을 반복한다`고 했다. 괘의 서례는 인생만사가 전락하는 난국이다. 앞뒤 모두 험한 물로 가득 찼으니 난감하다. 관련괘로 착종괘는 중수감으로 부도전괘이다. 배합괘는 중화리, 호괘는 산뢰이이다.

세 번째 괘는 수산건괘다. 갈 길이 막혀 답답할 때라 가던 길을 멈추고 다시 되돌아와 대인의 충고를 되씹어본다. 만사가 지연되고 힘든 상황이다. 모든 것이 내 탓이고 나의 무지한 결과다. 고난과 위험으로부터 탈출하는 구체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대상전은 `높은 산 위에 물이 고여 있는 형국이니 군자는 이를 보고 덕을 닦으며 자신을 항상 돌아보라`고 했다. 풍지관괘의 상구효가 3효로, 뇌산소과의 구4효가 5효로 추이 해서 수산건괘가 됐다. 이 괘의 반역은 다음 괘인 뇌수해괘이다. 관련괘는 도전괘 뇌수해, 배합괘 화택규, 호괘 화수미제, 착종괘는 산수몽이다.

네 번째는 택수곤괘이다. 괘사는 `곤은 형통하고 곧고 바른 대인이어야 길하고, 허물이 없으리라. 구차한 변명은 아무도 믿어주지 않는다`이다. 천지비괘의 육2효가 상육으로 추이해 곤괘가 됐다. 이 괘의 도전괘(반역)가 다음 괘인 수풍정괘이다. 서례는 곤하고 어렵다. 담장 벽에 막혀 가지를 뻗지 못하는 나무이고, 물 없는 웅덩이에서 헐떡거리는 고기와 같은 신세다. 은인자중하고 침착하게 때를 기다리며 말을 삼가야 한다. 다만 험한 가운데서도 몸은 곤궁하지만 도는 형통하다. 서례는 산 넘어 산이요 물 건너 물이라 어렵고 험난하다. 바깥출입을 자제하는 것이 좋다. 관련괘는 도전괘 수풍정, 배합괘 산화비, 호괘 풍화가인, 착종괘는 수택절이다.

이처럼 4대난괘의 모괘→지괘 추이의 승강왕래와 승비, 중정, 주효를 살피고, 반역, 변역, 호체, 교역을 비교분석해보면 <역전> 해석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주역 4대 난괘는 흉험 하고 어려운 괘이지만 좋아질 때를 기다리며 근신하라는 희망적인 메시지도 담고 있다. 따라서 이런 괘가 나오면 은인자중 자신을 성찰하면서 참고 견디면 분명 복된 날이 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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