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8 19:13 (목)
여행은 결국 되돌아오는 것이다
여행은 결국 되돌아오는 것이다
  • 허성원
  • 승인 2021.03.23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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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대표 변리사 허성원
신원국제특허법률사무소대표 변리사 허성원

주나라 목왕(周穆王, BC1000년경)에게는 목왕팔준(穆王八駿)이라 불리는 천리마 여덟 마리가 있었다. 그들은 발이 땅에 닿지 않는다는 절지(絶地), 새도 따르지 못한다는 번우 , , 하룻밤에 수천 리를 달리는 분소 , 자신의 그림자마저도 추월하는 월영(越影), 빛을 따라잡는 유휘(踰輝), 빛보다 빠른 초광(超光), 구름을 타고 달리는 등무(騰霧), 날개가 달린 협익(挾翼)이다. 이 엄청난 천리마들은 아무나 몰지 못한다. 마침 주목왕에게는 천하 최고의 마부인 조보(造父)가 있었다.

주목왕은 팔준마가 끌고 조보가 모는 마차를 타고 서쪽으로 여행을 떠났다. 황하의 하백을 만나고, 곤륜산에서는 황제(黃帝)도 만나 많은 보물을 얻기도 한다. 그리고는 곤륜산 정상의 천계에 궁전을 짓고 사는 서왕모(西王母)에게 갔다. 서왕모는 신선들의 우두머리로서 인간의 생사를 관장하며, 불로장생의 복숭아인 반도(蟠桃)를 기르는 과수원을 가진 아름다운 여신이다. 이러한 주목왕의 여행 기록은 목전자전(穆天子傳)에 기록되어 있다. 목천자전의 기록은 허구의 내용이 상당 부분 포함되어 있지만, 지리적인 기록이나 역사적 관점에서는 대체로 사실로 인정되고 있다.

주목왕은 서왕모와 사랑에 빠졌다. 서왕모는 아름다운 연못 요지(瑤池)에서 매일 호화로운 잔치를 열어주어, 주목왕은 한동안 그곳에 머물렀다. 요지에서의 잔치 장면을 그린 조선 시대 작품 `요지연도`(瑤池宴圖)는 국립고궁박물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그렇게 환락에 젖어 지내던 주목왕은 주나라에 외적이 침입했다는 소식에 부득이 돌아가야 하게 되었다. 주목왕이 떠날 때, 서왕모는 이별의 안타까운 마음을 시로 읊었다. "흰 구름 하늘에 떠 있고, 산봉우리 솟았네. 갈 길 아득하고 산천마저 우리 사이 갈라놓았구려. 그대 죽지 말고 언제나 다시 오시겠소?" 이에 주목왕은 나라를 안정시켜놓고 삼 년 내에 돌아오겠다고 약속한다, 그러나 그는 끝내 서왕모에게 다시 돌아가지 못한다.

트로이 전쟁의 영웅이자 이타카의 왕이며 지혜로운 영웅인 오디세우스에게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을 끝내고 귀향하는 도중에 돌풍을 만나 난파되어 부하들을 모두 잃고 홀로 표류한다. 그러다 오기기아라는 섬에 이르러 여신 칼립소에 의해 구해진다. 그에게 반한 칼립소의 극진한 사랑을 받으며 환락의 지상낙원에서 7년이나 지내지만, 오디세우스는 항상 고향을 그리워하며 돌아갈 생각을 버리지 않는다. 칼립소는 자신의 곁에 머무른다면 신의 음식인 넥타와 암브로시아로 불사의 몸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약속하며 붙잡았지만, 결국 아테나 여신 등의 도움으로 오디세우스는 칼립소를 떠나 귀향길에 오른다.

주목왕과 오디세우스는 모두 아름다운 여신의 절절한 사랑을 뿌리치고 되돌아갔다. 그것은 불멸의 낙원을 떠나 삶의 고통과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인간 세상으로 돌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가 그들이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들은 왜 그랬을까? 그건 아마도 `리더`이기 때문일 것이다.

리더의 핵심 가치는 `책임`이다. 일신의 이익과 행복을 위해 자신을 따르는 무리를 결코 버리지 않는 것이 리더이다. 리더는 조직의 사명을 지키기 위해, 개인의 귀중한 가치를 희생하더라도 반드시 제 자리로 돌아와야 한다. 인간으로서 불멸과 낙원을 버리는 결단은 오직 리더이기에 낼 수 있는 용기이다. 그런 용기가 고귀한 것은 자신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남들을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렇게 `불멸의 생존`을 버림으로써 `불멸의 명예`를 얻은 진정한 리더가 된다.

여행이란 결국 `되돌아오는 것`이다. 길을 떠나서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건 `방황`이다. 리더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여행을 떠나지만, 언제나 목표를 찾거나 목적을 달성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리더이기에 결코 방황하지 않고 제자리로 돌아온다.

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기업의 비즈니스 여행은 성공과 좌절 사이를 오르내리는 혼란스러운 파도를 타기 마련이다. 성공을 얻든 실패의 나락에 빠지든 당초 설정한 본연의 고귀한 가치 즉 비전과 미션으로 반드시 돌아와야만 기업은 지속 가능하다. 그 고귀한 가치로 되돌아오지 못하는 기업은 비록 성공하였더라도 갈 길을 잃고 방황하다 좌초되고 만다.

귀하와 귀사는 어디로 되돌아가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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