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9:06 (금)
듣는 것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듣는 것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 하성재
  • 승인 2021.03.22 2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하성재 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 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요즘처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기 어려울 때는 아마 없을 것이다. 코로나 팬데믹이 1년 넘게 지속되면서 사람들의 마음속에 불평불만을 넘어 좌절과 낙담, 우울의 감정들이 요동치고 있다. 이때 조직의 리더로서 어떤 모습을 보여야 하는가? 사람들이 불평을 쏟아낼 때 "그러게 말이야, 나도 죽겠다"라고 대꾸하는 `나도야 유형`을 써야 할까? 아니면 "미안하다 내가 도와줄 게 없네"라고 말하는 `미안해` 유형으로 나가는 게 좋을까? 그게 아니면 "그래! 그럼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라고 반응하는 `해결사` 유형으로 나가야 할까?

누군가가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을 때 그것을 자신의 짐으로 받아들이거나 해결하기 위해 대신 애쓰기 시작하면 듣기 자체가 어려워진다. 그러므로 공감을 다해 들어줄 때는, 상대를 돕기 위해 문제해결 방안이나 부탁을 들어주는 쪽으로 관심을 돌리기보다 상대방이 충분히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하다. 문제해결이 필요한 상황인가 아닌가를 논하는 것은 그다음이다. 다른 조치가 필요할 수도 있고, 마음을 알아주는 것만으로 충분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 진심을 끌어올리는 듣기의 기술이 필요하다.

수많은 기업과 개인 코칭을 해온 코칭심리학자 김윤나는 그의 저서 `말그릇`에서 듣기의 기술을 세 가지로 설명하면서, 각각의 기술을 별개로 사용할 수도 있지만, 함께 사용하는 게 더 큰 시너지를 일으킨다고 권면한다.

첫째는 사실 듣기이다.

사실 듣기란 상대가 말한 내용을 정리하며 듣는 것이다. 사람들은 말을 할 때 보기 좋게 디자인해 전달하지 않습니다. 이 이야기 했다가 저 이야기로 건너뛰기도 하고, 과장하기도 하다. 그럴 때 지금까지의 내용을 간단하게 요약하는 기술이 필요한데 이것이 사실 듣기이다. 상대방이 들려줬던 장황한 내용을 짧게 한두 문장으로 정리해 다시 들려주는 기술이다.

둘째는 감정 듣기이다.

감정 듣기란 말하는 사람의 감정을 파악해 말로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모든 사건과 상황에는 감정이 숨어 있다. 감정은 부정적이든 긍정적인 것이든 제 나름의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1차적인 감정, 즉 가장 먼저 일어나는 직관적이고 솔직한 감정을 직면하려고 하지 않는다. 자신의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고 표현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이때, 듣는 사람이 상대가 보여주는 눈빛, 표정, 목소리, 자세 등을 자세히 살펴보면서 감정을 읽어내고 적절하게 대응하면 비로소 숨어 있던 감정이 밖으로 나오게 된다.

셋째는 핵심 듣기이다. 핵심 듣기란 말하는 사람이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사실은 알아줬으면 하는 속마음이나 핵심 메시지를 발견하며 듣는 것을 뜻한다. 사람들은 사건 자체가 불러오는 부정적인 감정에 압도돼 그 너머에 있는 본심을 챙기지 못한다. 기대가 없으면 실망할 일도 없다. 잘해보고 싶었던 긍정적인 의도가 있었기에 실망이나 서운함 같은 감정이 생겨나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처음에 가졌던 기대나 목적, 의도는 까맣게 잊어버리고 그 순간의 감정에만 매몰된다. 갈 곳을 잃고 방황하는 감정들을 해소하라면 감정 자체를 막는 것이 아니라 길을 새롭게 내줘야 한다. 물이 흐를 수 있도록 수로의 방향을 틀어주는 것이다. 핵심 메시지를 잘 찾아서 적절한 반응을 해주면 부정적인 감정이나 말이 멈춘다. 더불어 새로운 기대를 일으킬 수 있다.

내담자 중심의 상담학자인 칼 로저스는 "깊이 있게 듣는다는 것은 단어나 생각, 감정, 개인적인 의미, 심지어는 말하는 사람의 의도 밑에 깔려 있는 의미까지 듣는다는 뜻이지요. 때때로 나는 그리 중요하지 않은 메시지 속에서 그 사람의 겉모습 아래 깊이 파묻혀 있는 인간적인 절규를 듣기도 합니다"라고 했다. 누군가의 말을 제대로 듣기 위해서는 발굴하듯이, 탐험하듯이, 채집하듯이 사람의 감정과 메시지를 찾아내려는 집중력과 노력과 세밀한 기술이 필요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