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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택풍수론 소고
양택풍수론 소고
  • 이광수
  • 승인 2021.03.21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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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좁은 땅덩어리에 5천만이 넘는 인구가 살다 보니 주거문제는 우리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이다. 의식주라 하여 주를 맨 뒤에 둔 것은 농경시대에 만들어진 용어이기 때문이다. 그때는 몸 붙이고 사는 주거는 큰 문제가 아니었다. 잘사는 부자는 큰집에 살았고 못사는 민초들은 작은 집에 제 분수대로 살았을 뿐이다. 집도 스스로 산에 가서 벌목해 온 나무로 서가래, 기둥, 마루, 창문을 만들고 벽체는 흙과 돌로 간단히 지어서 살았다. 그러니 형색과 먹고사는 의와 식이 주보다 앞선 것이다.

그러나 문명사회인 산업화 도시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농촌인구가 대도시로 집중되는 바람에 도시주거문제는 심각한 사회문제이자 국정과제로 등장했다. 역대 정부의 주거문제해결을 위한 도시주택공급정책에도 불구하고 대도시 특히,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인구 과밀화로 `백약이 무효`처럼 돼 버렸다. 부동산 가격폭등은 수요와 공급의 불균형으로 인해 발생되는 구조적인 문제다. 최근 수도권 등의 개발지역과 혁신도시개발정보를 이용한 LH직원들의 부동산 투기문제로 공직사회의 부동산투기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정부가 투기범 색출을 위해 전쟁(?)까지 선포한 상태지만 추락한 정책신뢰회복이 급선무다. 시장경제논리를 간과한 정부주택정책은 그 한계가 드러났기에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수립시행 돼야 할 것이다.

이처럼 온 국민이 오매불망 목을 매는 좋은 집의 기반인 집터에 대해 알아보자. 풍수에서 양택은 산자의 집터를 말하고 음택은 사자가 묻히는 묘지를 말한다. 예전과는 달리 요즘 화장이 80%에 이르러 봉분을 지어 묘지를 조성하는 사람이 적기 때문에 풍수사의 역할도 자연히 음택보다 양택으로 기울고 있다.

이조 영조 때의 실학자인 풍석 서유구가 지은 <임원경제지>의 `상택지`편에는 좋은 집터의 4가지 조건을 기술하고 있다. 첫째가 지리적 조건이고, 둘째가 생업조건이며, 셋째가 인심이고, 넷째가 산수라고 했다. 지리적 조건은 교통의 편리성과 그 택지가 위치한 곳이 풍수적으로 좋은 조건을 갖추고 있느냐이다. 다음은 인심으로 이웃사촌이 좋아야 하듯 인심이 후하고 자녀들 교육여건이 좋아야 한다는 것이다. 생업조건은 먹고사는 일터가 많은 곳을 말한다. 인구가 수도권으로 집중되는 이유도 바로 직장구하기가 쉽기 때문이다. 산수는 주변경관으로 풍수와도 연관이 깊다. 주변 경관이 좋으면 집값도 비싸다. 한강조망권이 좋은 아파트 값이 금값인 것도 그 이유다. 같은 값이면 집 앞으로 강이나 바다가 보이고 시냇물이 감돌아 흐르면 살기 좋은 집터이다. 산수가 수려한 곳은 건강과도 직결되기 때문에 예나 지금이나 좋은 집터의 필수조건이다.

한국 부동산전문가의 원조 격인 이조 영조 때의 실학자 청담 이중환은 <택리지>에서 좋은 집터의 네 가지 조건을 열거하고 있다. 그가 기술한 길지조건도 서유구가 `상택지`에서 기술한 좋은 집터조건과 비슷하다. 그가 복거론(卜居論)에서 언급한 터 잡고 살만한 양택의 조건을 보면 지리, 생리, 인심, 산수로 앞서 `상택지`에서 기술한 내용과 거의 같다. 두 실학자가 제시한 양택 조건은 문헌고증과 현장답사를 통해 이론적 당위성을 입증했다. 또한 높은 벼슬아치나 유학자 등 걸출한 인물을 많이 배출한 곳을 길지로 선정하기도 했으며, 풍수론에 근거해 산세와 수세, 인물배출, 물산이 풍부한 곳 등을 종합해 좋은 양택의 기준으로 삼았다.

풍수에서 말하는 길지선택법에는 양택3대간법이 있다. 첫째가 배산임수로 뒤에는 산이 있고 앞으로 물이 흐르는 곳이다. 두 번째는 전저후고로 집 앞은 낮고 뒤는 높아야 한다. 세 번째는 전착후관으로 출입구는 좁아야 하고 집안은 넓어야 재물이 밖으로 새나가지 않는다. 그밖에 동저서고 남저북고에 지질은 윤기가 있고 배수가 잘 돼야한다.

여기에 수맥이 흐르지 않고 지기가 강하며 땅속지열 또한 16도 이상 돼야 명실상부 명당지기라고 말할 수 있다. 주택유형을 불문하고 집을 구할 때 이런 기준을 따르면 부귀여산(富貴如山)하고 무병장수할 수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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