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16:06 (금)
의리역과 상수역 논쟁
의리역과 상수역 논쟁
  • 이광수
  • 승인 2021.03.14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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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공자가 차서해 집대성한 <역전>에 대한 해석논쟁은 3000년이 지난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의리역과 상수역으로 양분된 두 학파의 주장은 <역전> 해석을 현학적 철학적인 관점이냐, 오행과 점서를 부회(附會)한 상수역적 관점이냐의 대립적 시각이다. 이는 주역에서 경(經)과 전(傳)의 관계는 <역경>에 대한 <역전>의 해석이 있어야만 이해할 수 있다는 전제 때문이다. 두 학설의 당위성은 주역해석의 흐름을 6기로 나눠 분석한 주역철학사(심경호 역)를 개괄해보면 그 해답이 나올 것이다.

제1기는 점서에 머물렀던 주역을 공자가 철학적 경지로 끌어올려 <역전>을 차서(次序)함으로써 의리역이 성립 되었으며 이 시기가 바로 선진시기이다. 제2기는양한(兩漢:동한 서한)의 한역 시기로 천문역법과 융합하는 한편, 점성술 및 천인감응설의 영향을 받아 괘기설(卦氣說)을 중심으로 상수역의 체계가 성립 되었다.

한역의 대표 주자는 맹희와 경방으로 설괘전을 근거로 삼아 기수(홀수)와 우수(짝수)의 수와 팔괘취상설로 주역을 풀이하고 괘기설로 역리를 해석함으로써 음양재변(陰陽災變)을 강론하였다. 동한 때 정현은 효진설과 오행설을, 순상은 건곤 승강설을, 우번은 괘변설과 방통설, 호체설, 반상설을 통해 한역을 복잡다단하게 상수역으로 해석했다. 제3기는 위진수당 시기로 역학이 의리역인 현학의 길로 발전하는 전환기를 맞았다. 의리역의 대표 주자는 왕필로서 그는 <역주>에서 상수역을 극력 배격하여 의리를 중심으로 공자의 역해학풍을 진작시키고, 노자를 주역에 부회해 현학역(玄學易)을 창건했다. 이는 왕필, 한강백 주(注)에 공영달이 소(疏)를 단 <주역정의>에서 의리역의 발전성과를 명징하게 엿볼 수 있다. 한편, 이때 상수역은 왕필의 의리역에 가려 빛을 보지 못하고 이정조가 상수역의 자료를 모아 집필한 <주역집해>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었다.

제4기는 송원시기로 남북송의 역학은 역학과 리학의 융합으로 통칭된다. 송원대는 상수역의 전성기로 진단, 주돈이와 점서의 비조인 소강절이 대활약했다. 상수역은 각종 도식을 만들어 역을 해석하는 학풍이 생겼으며, 수학파라고 하는 도서상수학파가 상수역을 수리로 복잡하게 해석했다. 북송 의리학파의 종주격인 정자(정이)와 장재는 도서상수학파에 반기를 들었다. 정이는 역학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제가를 절충해 왕필과는 다른 견해의 의리역을 완성해 주역을 현학화 했으며, 장재는 정이와는 달리 기 일원론을 주장했다. 주자(주희)는 <주자어류>에서 의리역과 상수역을 융합해 <역전>을 해석함으로써 정자와 쌍벽을 이루었다.

제5기인 명청 시기는 명대의 송역 시기였으며, 명말 청초에는 황종희 형제와 모기령, 호위가 도서상수학을 비판하자 송역의 기세가 기울고 박학역(朴學易)이 흥기를 맞았다. 이 시대는 고대역학의 집록시기로 명나라 영락제는 호광 등에게 명해 정자의 <이천역전>과 주자의 <주자본의>를 통합해 <주역전의대전>을 편찬했다. 또한 청나라의 강희제는 이광지 등으로 하여금 <주역절중>을 편찬케 함으로써 역학집록의 완성을 보았다. 제6기인 현대는 5.4운동 이래 대만과 대륙에서 70년대 이후 지금까지 양대 학설에 대한 연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주역철학사에서 의리역과 상수역의 흐름을 개략적으로 살펴보았듯이 두 학설은 성쇠를 거듭하면서 양립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역전>해석의 종주인 정자와 주자가 의리역과 상수역에 대한 절충적 해석의 당위성을 인정한 이상 두 학설에 대한 선택적 수용은 연구자의 판단에 따를 수밖에 없다. 학역자들이 공부하는 주역교재들은 <주역전의대전>의 정자와 주자해석과 공자<십익>의 단전, 상전해석으로 의리역과 상수역을 함께 배우고 있는 셈이다. 공자 역시 설괘전에서 고점서례를 수용한바 한편으로 치우친 견해는 편협한 <역전> 해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자기수양적, 학제적 연구목적이냐, 직업적인 연구목적이냐에 따라 의리역과 상수역을 적의 안배해 공부하는 것이 바른 주역학습법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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