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0:47 (금)
‘항공 MRO사업’ 놓고 인천-사천, 골리앗-다윗 싸움서 이겨야 지역경제 산다
‘항공 MRO사업’ 놓고 인천-사천, 골리앗-다윗 싸움서 이겨야 지역경제 산다
  • 김영신 기자
  • 승인 2021.03.11 2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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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MRO사업’을 두고 인천광역시와 사천시가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인천광역시와 사천시 갈등은 극한으로 솟아오르고 있다. 사진은 이스타항공 정비 모습.
‘항공 MRO사업’을 두고 인천광역시와 사천시가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인천광역시와 사천시 갈등은 극한으로 솟아오르고 있다. 사진은 이스타항공 정비 모습.

인구 300만과 11만 ‘총성 없는 전쟁’

사천 KAI 기술력ㆍ사업 터 저리 유리

항공 관련 업체 밀집 입지조건 우수

인천 항공 MRO 인프라 약해

외국업체 위탁 땐 보조금 지급

한정된 물량 양 시 소모적 논쟁

민수ㆍ군수, 경ㆍ중정비 몰아줘야

사천에 MRO 사업 집중 당연

‘항공 MRO사업’을 두고 인천광역시와 사천시가 ‘총성 없는 전쟁’을 벌이고 있다.

골리앗과 다윗 싸움을 연상시키는 이번 전쟁 탓에 인천광역시와 사천시 갈등은 극한으로 고조되고 있는 처지다.

‘항공 MRO사업’은 향후 큰 성장이 기대되고 특히, 지역경제에 상당 부분 이바지하는 측면이 있는 만큼 한 치 양보도 없는 형국이다.

인구 300만 명의 인천광역시와 인구 11만 사천시의 ‘총성 없는 전쟁’은 과연 어떻게 결말이 날까?

사천시와 ‘항공 MRO사업’ 관련, 관계자를 만나 ‘항공 MRO사업’의 전반적인 내용과 사천 ‘항공 MRO사업’ 당위성에 대해 들어 봤다.
 

제주항공 정비 모습.
제주항공 정비 모습.

사천 항공 MRO사업 어디까지 왔나

사천시 대표 기업인 한국항공우주산업(KAI)가 지난 2017년 12월 국토교통부로부터 항공 MRO 사업자로 선정됐다.

국토부는 KAI 기술력과 사천시의 사업 터 저리임대 등 MRO사업 기반이 충분하며 항공우주산업단지와 항공제조 업체가 밀집된 탓에 입지조건이 우수한 것으로 판단한 것이다.

이후 KAI는 지난 2018년 항공정비 전문업체인 ‘KAEMS’를 설립했고 2019년 제주항공 B737 초도정비를 시작으로 제주항공, 이스타항공 등 국내 저비용 항공사(LCC) 업체들에 대한 기체 중정비를 수행하고 있다.

지난 해에만 국내 저비용 항공사 민간항공기 31대를 정비했고 같은 해 10월 신규 행거동을 준공, B737와 A320 등 단거리 항공기를 연간 100대를 정비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특히, 경남도와 사천시 행정적인 지원도 적극적으로 이뤄진 탓에 항공산업 발전과 ‘항공 MRO사업’을 위한 일정이 계획대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도와 사천시는 모두 4229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 사천읍 용당리 일원 31만 1880㎡ 규모의 항공 MRO 단지 조성에 전력하고 있다.

‘항공 MRO사업’ 국내 시장 규모와 미래는

우리나라 항공산업 성장률과 세계 6위권인 항공 운송시장을 고려하면 국내 MRO사업은 저조한 처지로 국내 MRO사업이 세계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미국과 유럽이 전체 시장의 62%,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21%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극히 미미한 수준이다.

세계 항공 MRO 시장은 지난 2019년 819억 불 규모에서 오는 2029년 1159억 불로 연평균 3.4% 증가가 예상된다. 특히, 아태지역은 지난 2019년 245억 불에서 2029년 426억 불로 연평균 5.6%의 고성장이 기대된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탓에 국내외 모든 항공기 운항이 중지되면서 항공산업은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 4여 년 걸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인천-사천 ‘총성 없는 전쟁’ 본격화

‘항공 MRO사업’을 두고 벌이는 인천광역시와 사천시 대립은 한마디로 골리앗과 다윗 싸움이라는 견해에는 이견이 없다.

양 지자체가 갈등과 함께 대립을 시작한 시점은 지난해 6월. 첫 포문은 인천광역시가 열었다. 인천지역 국회의원 더불어민주당 윤관석 의원이 인천공항공사 사업에 항공기정비업도 추가하는 내용이 담긴 개정안을 발의한 것.

사천시와 기업ㆍ시민사회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하는 등 즉각적인 방어에 나섰고 결국 해당 개정안은 장기 검토 계속심사 안건으로 보류되면서 일단락 됐다.

이후에도 진성준 의원이 개정법률안을 발의하는 등 인천광역시이 공격이 계속됐다. 이에 사천ㆍ남해ㆍ하동 출신 국민의힘 하영제 의원이 반격에 나서면서 양 지자체의 ‘총성 없는 전쟁’이 본격화 됐다.

하 의원이 인천국제공항공사의 MRO사업을 제한하는 내용의 ‘인천국제공항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하자 인천지역 국회의원, 시민ㆍ사회단체 등도 소도시 밥그릇을 뺏고자 들고 일어난 것이다.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 꼭 필요한가?

꼭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법을 개정하지 않더라도 인천지역에서 ‘항공 MRO사업’을 운영하는 데 전혀 문제가 없다.

기본적으로 항공 운항사 경우 항공기 운항정비를 수행하고 있으며 인천국제공항의 샤프테크닉스 역시 저가 항공사 항공기 중정비를 하고 있다.

관련 법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항공 MRO사업’을 원하는 사업자는 항공 MRO 시장에 진출하면 되는 것이다.

그럼에도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직접 ‘항공 MRO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 발의로 항공 인프라 중복 투자로 말미암은 예산 낭비와 지자체간 갈등을 초래하고 있다.

인천지역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20대 국회부터 모두 5회에 걸쳐 ‘인천국제공항공사에서 직접 ‘항공 MRO사업’을 하도록 하자’는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 법률안을 발의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법 개정, 왜 안되는가

항공 MRO 인프라가 부족한 인천에서 법을 개정한 뒤 인천국제공항공사가 외국 항공 MRO 업체를 유치해 위탁 시행하면 사전준비에 막대한 비용이 투자되는 MRO사업 특수성을 고려할 때 보조금이 지급돼야 한다.

이러한 보조금 지급 행위는 외국 민간기업에게는 특혜가 되고 국내 기업은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게 된다.

국내 전문기업 대신 국외 MRO 전문기업을 유치한다면 이는 국부 유출이며 국내 MRO사업 경쟁력을 저해시키는 것이 될 것이다.

더구나 국내 MRO 사업자 신규 수주물량은 연간 150억 원에 불과하다. 이를 둘로 나눠 ‘윈-윈 하자’는 인천지역 주장은 함께 같이 죽자는 의미와 일맥상통 한다.

특히, 비행기는 자동차와 달리 계획정비가 대부분이다. ‘AㆍB 체크’라 불리는 비행 전 검검의 경우 인천이나 김포에서 하는 것이 당연하다.

하지만 중정비나 비행시간과 관계없이 주기로 이뤄지는 소위 ‘캘린더 정비’는 사천에서 이뤄지는 것이 맞다고 본다. 실제 인천공항처럼 세계적인 대형 국제공항에서 항공기를 정비하는 항공 MRO를 하는 곳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은 오클라호마, 일본은 오키나와, 프랑스는 툴루즈, 독일은 함부르크 등 대형 국제공항과 수십, 수백㎞ 떨어진 곳에서 항공정비가 이뤄지고 있다.

항공 MRO사업, 왜 사천이어야만 하는가?

우리나라는 인건비가 높은 탓에 단순 기체 정비가 아닌 고부가가치 MRO사업인 엔진 손상 수리와 기체 개조 MRO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이를 위해 항공기 제작에 준하는 기술이 필요하다. 사천시에는 항공기 개발기술을 보유한 국내 유일 완제기 업체인 KAI와 협력업체들이 있다. 항공제조업과 ‘항공 MRO사업’을 위한 인프라가 어느 지자체보다도 잘 조성된 점이 큰 장점이다.

더구나 사천지역은 정부가 지정한 항공 MRO 전문업체가 막 탄생해 뿌리를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지자체마다 전문적 지식과 충분한 검토없이 항공 MRO 단지를 조성, ‘항공 MRO사업’을 추진하면 정부지정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특히, ‘항공 MRO사업’은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고 끊임없는 노력으로도 기술 확보가 쉽지 않은 사업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이 사업은 항공기 개발에 준하는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 입장은 어떠한가

인천국제공항공사가 항공정비업을 직접 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 개정 법률안에 대해 국토부는 항공기 정비업 경우 공항공사에서 직접 정비업을 운영하기보다 지원사업으로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다. 이는 항공기 정비업이 민간 영역인 탓에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민간 영역을 침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따라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기본적으로 인천국제공항을 효율적으로 관리ㆍ운영하는 것을 목적으로 설립됐다는 점에서 사업 범위 확대가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천지역 입장은

사천지역에서는 정치권이 나서서 이제 막 뿌리 내리는 사천 ‘항공 MRO사업’을 짓밟으려 하는 행위는 국가적 손실 초래는 물론 지자체 간 갈등을 부추기는 행동이라는 분위기이다.

특히, 한국공항공사와 KAI 등 정부출자 기관이 참여하는 항공정비 전문업체인 ‘KAEMS’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국제적 경쟁력 또한 약화시키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천지역은 ‘양 지역 항공정비 사업이 동반 실패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며 인천지역의 현명한 판단을 기다리고 있다.

사천지역 기업 관계자는 “지금 대한민국은 MRO사업 후발주자로 산업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기”라며 “제한된 항공 MRO 시장에서 한정된 물량으로 지방자치단체 간 소모적 논쟁을 유발하는 것 자체가 국가적 손실”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국내 공항별 역할 분담은 걸음마 단계인 사천 ‘항공 MRO사업’을 일정 수준 이상 육성한 후에 논의할 사안으로 현재 단계에서 군수와 민수, 경정비와 중정비 등 역할을 나누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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