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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뺑소니` 교통사고에 관한 소고
이른바 `뺑소니` 교통사고에 관한 소고
  • 김주복
  • 승인 2021.03.10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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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복 변호사
김주복 변호사

통계에 의하면, 2019년 한해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229,600건으로 2018년 대비 5.7%가 증가하였다. 그중에서 도주차량(이른바 `뺑소니`) 운전사고 발생 건수도 증가하였다.

도주차량행위를 처벌하는 법률은 도로교통법이 아니라 특정범죄가중처벌법(약칭, `특가법`) 제5조의3(도주차량운전자의 가중처벌)이다. 법률이 정하는 형벌의 범위(법정형)은, 사건의 내용에 따라 다양한데, ①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②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 또는 500만 원 이상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특히,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사고 장소로부터 옮겨 유기하고 도주한 경우에는 더 가중처벌 되는데, ③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하고 도주하거나, 도주 후에 피해자가 사망한 경우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④ 피해자를 상해에 이르게 한 경우에는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진다. 실제로 법 위반자가 선고받게 되는 형량(선고형)은 개별 사건마다 담당 판사가 대법원양형기준에 따라 정하는 것임은 물론이다.

한편, 이 경우 운전면허는 취소되고 4년이 경과된 후에야 운전면허는 재취득할 수 있다.

그런데, 도주차량운전죄가 성립하려면, 어떤 법률요건이 충족해야 될까?

특가법 제5조의3은 "사고운전자가 피해자를 구호(救護)하는 등 「도로교통법」 제54조제1항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아니하고 도주한 경우"에 도주차량운전죄가 성립한다고 규정하는바, 이를 해석하면 ① 운전 중 교통사고가 발생하고, ② 이로 인해 인적 피해(사망, 상해)가 발생하고, ③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고운전자가 구호조치 등을 불이행한 경우에 도주차량운전죄가 성립한다. 다시 말하면, 인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은 경우나 구호조치 등을 다한 경우에는 도주차량운전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실무에서도 인적 피해가 발생한 것인지, 구호조치를 한 것인지가 주요 법률적 쟁점이 된다.

그렇다면, 인적 피해가 발생하기만 하면 그 피해 정도는 상관없이 없을까? 최근에 대법원에서 선고된 판결(2020도15208)을 살펴보자.

박씨는 무면허 음주 상태로 차를 몰다 이씨가 운전하는 승용차와 충돌했다. 이 사고로 이씨와 동승자 김씨는 각 전치 2주의 상해를 입었고, 피해 차량은 120만 원 상당의 수리비가 발생했다. 박씨는 교통사고를 내고도 이씨 등을 구호하지 않고 인적사항도 제공하지 않은 채 도주했다. 1심 법원은 "사고 당시 피해자의 충격이 크지 않았고, 피해자들이 사고 이후 물리치료 또는 약물치료 외에 특별한 치료를 받지 않았고,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사고로 피해자들이 구호 등 조치가 필요한 정도의 상해를 입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하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은 "교통사고로 피해자들에게 상해를 입힌 사실이 인정되는 이상, 피해자들에게 인적사항을 제공하지 않은 채 사고 장소를 이탈했다면 구호조치의 필요성이 있는지 여부에 관계없이 특정범죄가중법상 도주치상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하여 1심을 파기하고 유죄를 선고했다.

이에 관해 대법원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항소심판결을 파기했다. "사고의 경위와 내용, 피해자의 나이와 상해의 부위 및 정도, 사고 뒤의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피해자를 구호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었다고 인정되지 않는 때에는, 비록 사고운전자가 피해자에게 인적사항을 제공하는 조치를 이행하지 않고 사고 장소를 떠났다고 하더라도 특정범죄가중법상 도주치상죄가 성립하지 않는다."

이 판결은 도주차량운전죄 가중처벌의 입법목적과 취지, 도주차량운전죄의 형벌이 매우 중한 점 등에 비춰 피해자가 구호되어야 할 정도로 인적 피해를 입지 않은 경우까지 도주차량운전죄로 가중처벌을 하는 것은 국가의 형벌권의 남용으로 부당하다는 판단에 근거한 것으로 보인다. 대법원의 합리적인 판단에 동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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