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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이라는 단어
안녕이라는 단어
  • 하태화
  • 승인 2021.03.02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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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화 수필가ㆍ사회복지사
하태화 수필가ㆍ사회복지사

그룹 015B가 부른 `이젠 안녕`이란 노래가 있다. 2집 앨범이 자신들의 마지막 앨범이 될 것이라고 해서 부른 노래라고 한다. 친한 사이에 만나거나 헤어질 때 `안녕`이라는 말을 한다.

`안녕`은 한자어다. 安寧(편안할 안, 편안할 녕). 인사말로 사용되는 이 말 자체는 `아무 탈이나 걱정이 없이 편안함`이란 뜻이다. 만날 때의 안녕은 `편안하냐`는 말이고, 헤어질 때의 안녕은 `편안하라`라는 말이리라. 만남과 이별의 의미가 다 담긴 말이 바로 `안녕`이다.

`어떠한 만남도 영원할 수가 없고, 어떠한 헤어짐도 결코 끝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인간의 생명이 유한한 이상 영원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존재하지도 않았지만 헤어짐이란 것이 끝이 아니라는 점을 상기해 볼 필요가 있다. 예전부터 헤어질 때 잘 헤어져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언제 어떻게 다시 만날지, 훗날 나에게 어떤 영향을 줄지 알 수 없기에 나온 말이리라.

`헤어지다`, `갈라서다` 등은 순 우리말이지만, 헤어짐을 뜻하는 한자어는 매우 많고 그 의미도 각기 다르다. 앞서 말한 안녕, `안녕`보다 더 좋은 인사말이 또 어디 있을까 싶다. 상대를 축복하는 헤어짐, 결코 흔치 않은 일이다.

헤어짐과 관련된 단어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절교(絶交)는 `사귀어 오던 교제를 끊음`이라는 말이다. 붙는 것은 더디지만 끊어지는 것은 순간이다.

`별(別)`이 들어가는 한자 말. 헤어짐의 의미로 쉽게 듣는 말은 역시 `이별`이다. `서로 오랫동안 만나지 못하리라 생각하면서 서로 갈리어 떨어짐`을 뜻한다. 다분히 하드웨어적인 의미가 들어있다. `만나지 못하리라 생각`이라는 것은 `본다`라는 뜻의 하드웨어적인 만남도 있지만 `교류`를 뜻하는 소프트웨어적인 만남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는 `사귐이나 맺은 관계를 끊고 따로 갈라섬`의 `별리(別離)`가 헤어짐에 더 적합한 말이 아닐까 싶다. 사적으론 관계를 끊어도 공적으로 보는 경우는 허다하니 말이다.

헤어짐 중에 `석별(惜別)`이라는 단어가 있다. 슬프고 안타깝고 애석하게 이별한다는 뜻이다. 아쉬운 이별을 하는 경우도 참 많다. `날이 밝으면 멀리 떠날 사랑하는 님과 함께……` `석별의 정`이란 노래다. 야속한 것은 이별이요, 기다림이란 고요하고 쓸쓸할 수밖에 없으리라. 못내 아쉬운 이별이 바로 `석별`이다. `작별(作別)`이라는 단어도 있다. `서로 인사를 나누고 헤어짐`이란 뜻이다. 비슷한 단어로 `고별(告別)`이 있다. `헤어지면서 이별을 알리다`는 말이다. 이임하거나 보낼 때 같이 지내던 사람들에게 고별사를 한다. 작별함을 알리는 것이다.

`송별(送別)`은 이별에 `보낸다`라는 말이 추가된다. 그냥 이별하여 보내기 섭섭하여 송별회로 모이고 송별주를 마시며 송별식으로 매듭을 짓는다. 결별(訣別)도 있다. `교제나 인연 따위를 아주 끊음`, `다시 만날 기약이 없이 헤어짐`을 뜻한다. 연예인 기사에서 많이 접하는 말이다.

사별(死別)은 `한쪽이 죽어서 서로 이별하게 됨`을 말한다. 같은 발음의 사별(辭別)은 `만나서 인사를 하고 헤어짐`을 말한다. 상별(相別)이란 단어도 있다. `사귐이나 맺은 관계를 끊고 따로 갈라섬`을 의미한다. 한별(恨別)은 `이별을 한스러워함`을 말한다. 이별이 얼마나 안타깝기에 마음에 한이 맺힐까. 원별(怨別)은 `이별을 원통히 여김`이다. 한별이나 원별이나 가슴 아픈 얘기다. 같은 발음의 원별(遠別)은 `서로 멀리 이별함`을 말하고, 애별(愛別)은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함`을 뜻한다. 애별(哀別)은 `슬프게 이별함`을 말하는데, 슬프지 않은 이별이 어디 있으랴. 구별(久別)은 `오랜 이별`을 뜻하고, 야별(夜別)은 `밤에 이별함`을 말한다. 영별(永別)은 `영원히 헤어져 다시는 만나지 못함`을 말한다.

인생의 여정 속 만남과 헤어짐에는 스치는 인연도 있고, 마음에 담아두는 인연도 있고, 잊지 못할 인연도 있고, 만나지 말았으면 좋았을 인연도 있다.

헤어져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될 때 서로가 반기는 인연이 되었으면, 행여 만나지 못하더라도 오래 기억되는 좋은 인연이었으면 참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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