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05:12 (목)
역사가 밥 먹여 주는가
역사가 밥 먹여 주는가
  • 도명스님
  • 승인 2021.03.01 22:0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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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여정사 주지ㆍ가야불교연구소장 도명 스님
여여정사 주지ㆍ가야불교연구소장 도명 스님

세계 여러 나라에는 각자 고유한 인사말이 있다. 예를 들면 영어권의 good morning `좋은 아침`처럼 말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인사말 중 `밤새 안녕하셨습니까`라는 인사말이 있는데 그 뜻은 `온갖 난리 통과 어렵고 힘든 일을 겪었음에도 불구하고, 어젯밤 돌아가시지 않고 이렇게 살아서 얼굴 보게 되니 반갑습니다` 라는 뜻이라고 한다. 고난의 삶이 지나간 흔적 이리라.

경상도 사람들의 인사말도 재미있는데 그중 흔한 말이 `밤뭇나` 이다. 산스크리트어를 오랫동안 연구하신 언어학의 대가 강상원 박사의 설명에 따르면 `밤`은 우유를 뜻하고 `뭇나`는 먹었나를 뜻하므로 `밤뭇나`는 `우유 먹었나`의 뜻이며 그래서 우리 민족은 원래 북방의 유목 민족이라고 하였다. 그럴 개연성이 다분한 것이 가야 유적 대성동 고분군에서 발굴된 유목민의 필수품인 동복(구리솥)으로도 알 수 있다.

이렇듯 일상의 인사말에도 인간은 생존과 깊은 관계가 있는 용어들을 흔히 쓰고 있다. 그러고 보면 `생존`이라는 이 한 단어야말로 인간의 생각과 행동을 설명해주는 핵심 키워드인데, 우리가 일을 하고 돈을 벌며 사람을 만나는 등의 행복한 삶의 영위뿐 아니라 종교에서 추구하는 영원한 삶도 알고 보면 영원한 생존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일 뿐이다.

고로 나의 생존은 그 무엇보다 소중한 가치이지만 그렇다고 나의 생존을 우선하여 타인에게 상처를 주거나 위협이 된다면 그것은 심각하게 고려되어야 할 문제가 되는것 이다.

최근 하버드대 램지어 교수의 위안부에 관한 왜곡된 논문으로 나라 안팎이 떠들썩 했다. 세계 최고의 학부에 있는 학자가 무엇 때문에 양심을 속이는 행동을 했을까 하고 살펴보니 그는 일본 전범 기업 미쓰비시 재단의 후원금을 받고 있었고 결론은 돈 때문이었다.

물론 학자가 손가락 빨고 살 수 없는 것이기에 학교든 기업이든 개인이든 후원은 필요한 것이나 그것으로 사실을 왜곡하는데 쓰는 곡학아세(曲學阿世)의 학문이라면 그것은 학문이 아닌 정치 또는 상술에 불과한 것이며 학자적 양심은 허울 좋은 장식일뿐 이다.

사실 나는 이번 램지어교수 사태와 관련 하여 우리 역사학계의 반응과 그 현주소에 대해 내심 실망스러움과 함께 놀라움을 금치 않을 수 없었다. 일반 국민들은 분노하고 들끓고 있는데 국가의 녹봉을 받는 동북아 역사재단, 한국학 중앙 연구원 등의 역사 관련 기관들이나 정부 지원을 받는 각종 역사학회와 그 수장들, 또 소속 연구원들이 반대성명서 하나 내지 않고 관망하는 것을 보고는 우리나라가 앞으로 큰일 나겠구나 하는 걱정도 되었다.

국민의 세금으로 밥 먹고 살아가는 분들이 국민이 상처받는 이 때에 적극 대응은 고사하고 그냥 관망한다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이며 여동죄(與同罪)에 해당한다고 보인다.

자국의 역사가 공격받고 그 국민들이 무시당하는데도 침묵으로 일관하는 우리나라 역사학계를 보면서 느낀 나의 추측 첫 번째는 램지어를 논박할 실력이 전혀 없거나 두 번째는 역사관 자체가 식민사관이든지 세 번째는 직ㆍ간접으로 그들의 후원을 받았든지이다. 왜냐하면 꿀을 먹게 되면 벙어리가 되고 소금 먹으면 물 켜이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이유로는 이도 저도 귀찮다, 적당히 보신하며 일없이 지내다가 정년 후 연금이나 타면 되지라는 안일한 보신주의이든지. 물론 일신상의 중대사를 겪는 분들은 예외로 하고 말이다.

다행히 며칠 전 실력 있는 하버드대 석지영 교수의 논리적 반박으로 램지어의 사과까지 받아내어 한국의 강단사학계 전체가 못한 일을 하는 걸 보면서 안도와 함께 씁쓸함을 느낀다. 수백억 예산으로 못 한 일을 한 사람이 해낸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그 한 사람을 지원하는 게 효율 면에서 훨씬 나을 것으로 보인다.

지금 동북아시아는 보이지 않는 역사 전쟁 중이다.

일본은 대개 우익만이 역사를 왜곡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데 반해 중국은 우리나라 학자들의 침묵과 동조로 성공적인 동북공정을 다 마치고 이제는 보란 듯이 중국 사회과학 연구소의 주도로 `중화문명 전파공정`을 공격적으로 하고 있으며 최근 김치가 자기들 것이라고 유네스코에 올린 것은 또 다른 시작에 불과하다.

이들은 지금 우리를 바늘로 툭툭 건드려 보다가 만만하게 보이면 나중에 심장 깊숙이 칼날을 디밀 것이고 그들의 오랜 관습에 비추어보면 그다지 놀랄 일도 아니다.

어제는 위정자가 잃은 나라를 국민들이 되찾자고 외치다 수많은 선열께서 죽어간 3.1절이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역사가 밥 먹여 주는가? 아니, 정신 단디 차리지 않으면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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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귀포거사 2021-03-02 14:09:26
날카로운 지적입니다. 수많은 일제성노예 국내 전문가들이 그 근거를 제시하지 못한것이 문제다.

이런 문제는 민초들은 화를 내야 하고, 전문가들은 근거를 제시해주는것이 맞다.

연구반박의 기본은 그가 주장한 근거의 진위성여부 아닌가? 첫번째로 매춘계약서를 확인 해야 하는것이 기본단계이고 그것을 석지영교수는 수행한것이다.

국내 학자들은 뭐했는지? 그들은 기본적 직무는 무엇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