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5:02 (토)
불편한 진실 그러나 털고 가야 할 역사
불편한 진실 그러나 털고 가야 할 역사
  • 김중걸 편집위원
  • 승인 2021.02.24 22: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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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 편집위원
김중걸 편집위원

불편한 진실은 불편하다. 그러나 불편하다고 진실을 언제까지 침묵하고 외면할 수는 없다.

최근 프로 스포츠계의 학교폭력 미투를 계기로 재소환 광풍에 휩싸인 과거와의 기억 전쟁으로 요동치고 있다.

학교폭력 가해자는 국가대표직 박탈과 무기한 출전정지, 은퇴 등 걷잡을 수 없는 추락의 길을 걷고 있다. 국민 영웅으로 불렸던 스포츠 스타들의 추락은 국민에게는 허탈감과 상실감, 국가 위신 추락 등 후폭풍이 거세다. 학교폭력 미투 폭로가 연예계로 번지면서 매스컴은 연일 관련 기사 솟아내기로 바쁘다. 미투 광풍이 우리 사회 전반으로 확대되지 않을까 전전긍긍이다.

25일 재개봉 되는 한편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또 하나의 불편한 진실을 재소환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기억의 전쟁`(연출 이길보라)(2020년 2월 27일 개봉) 이 그것이다.

이 영화는 베트남에서 우리가 묻어두었던 기억과 마주하게 하는 아주 불편한 영화다. 이길보라 감독은 장교로 베트남 전쟁에 참전한 군인의 손녀다. `기억의 전쟁`은 할아버지에 대한 기억으로 기획됐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국가로부터 받은 훈장과 표창장을 자랑스러워하면서도 베트남 전쟁 당시 무슨 일이 있었는지에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고 한다. 고엽제 후유증으로 오랜 투병 끝에 돌아가실 때까지도 끝끝내 말문을 닫았다. 할아버지의 말버릇에 따라 `베트남 전쟁 참전용사`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내뱉던 감독은 베트남 여행지에서 우연히 접하게 된 이야기에 혼란을 느꼈다고 한다. 할아버지의 침묵에 대한 궁금증을 안고 찾아간 베트남에서 50여 년 전 전쟁의 참상과 실체와 마주하게 된 것이다.

`기억의 전쟁`은 베트남 전쟁 당시 한국군에 의해 희생된 민간인의 아픔을 기록하고 있다.

이야기는 화려한 휴양도시 베트남 다낭에서 20분이면 닿는 마을인 퐁니, 퐁넛에서 벌어진 과거 1968년 2월 그날의 사건으로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 살아남은 `응우옌 티 판` 아주머니의 증언으로 시작된다. 지난 2016년, 2018년 4월 한국의 한 민간단체가 주최한 시민평화 법정에서 사촌 동생 등 가족의 죽음을 증언하는 모습을 담았다. 영화에서는 그날의 현장을 두 눈으로 목격한 딘 껌 아저씨, 전쟁 때 매설된 지뢰로 두 눈을 잃은 응우옌 럽 아저씨가 50여 년 전 그날의 아픈 기억을 하나하나 꺼집어 낸다. 아이러니하게도 증언자는 `KOREA`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있다. `기억의 전쟁`은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비밀처럼 감춰왔던 기억을 꺼집어 낸다. 한국 민간단체가 주최한 시민 법정 앞에서 `나는 살인마가 아니다`며 시위를 하는 참전군인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그 끝에 서 있는 `우리 모두의 불행의 역사`와 직면하게 된다.

과거 1955년 11월 1일 내전 발발로 1975년까지 진행된 베트남 전쟁은 1964년 미국이 개입하면서 국제전쟁으로 확대됐다. 한국은 미국의 요청으로 1964년 9월 참전했다. 참전용사는 국가의 부름으로 전쟁 속으로 달려가 청춘을 모두 바쳐 나라 부흥에 일조했다.

영화에서 `백 명의 베트콩을 놓치더라도 한 명의 양민을 보호한다`는 표어와 참전용사의 증언은 피해자들의 증언과 달라 혼란스럽다. "영화를 완성해 나가는 과정에서 어떻게 보면 그들(참전용사) 역시 또 하나의 피해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는 감독의 말에 전쟁의 폐해를 가늠케 한다. `기억의 전쟁`이 할아버지, 할머니 세대를 이해하기 위한 현재 세대들의 첫걸음이 될 것임도 암시한다. 피해자들은 한국정부를 상대로 국가배상 소송을 준비 중이다.

진실은 감춘다고 감춰지지는 않는다. 그것이 학교폭력이든 사찰ㆍ공직 비리, 언론의 부역 행위든 뭐든 간에 감춰진 진실은 언젠가는 드러난다.

불편한 진실과 마주할 때 침묵과 외면이 아닌 세상에 드러낼 용기는 자신을 살리고 더 나은 미래를 있게 하고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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