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13:28 (토)
전유진의 향기
전유진의 향기
  • 한승범
  • 승인 2021.02.08 21: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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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한승범 맥신코리아 대표

평생 트로트를 `뽕짝`으로 여기고 외면했던 나에게 한 소녀가 나타났다. 그가 부른 `서울 가 살자` 첫 소절을 듣고 그만 눈물을 쏟았다. 작년에 읽으며 수도 없이 눈물을 흘린 책 토지에서 느꼈던 엄청난 감동이 그의 노래를 통해 전해졌다. 그는 평범한 노래를 고급스럽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이렇게 트로트에 `입덕(푹 빠짐)`하게 되었다.

내가 빠지게 된 전유진은 포항 어촌에 사는 가난한 집안의 중학생이다. 공부도 못하고 스스로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여겼던 이 소녀가 갑자기 트로트에 푹 빠졌다. 전문 보컬 트레이닝도 안 받고 독학으로 코인노래방에서 트로트를 연습했다. 단 3개월 만에 19회 포항해변전국가요제에 출전해 압도적인 무대로 700만 원 상금과 대상을 거머쥐었다.

일년 반이 지나 TV조선 `내일은 미스트롯2`에 출전한 전유진은 그야말로 광풍과도 같은 인기몰이를 했다. 그가 부른 `서울 가 살자`와 `약속`은 수 많은 사람들에게 엄청난 카타르시스와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5주 연속 `대국민 응원투표` 1위를 차지하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세웠다. 여러 가지 지표를 종합해보면 전유진 득표율은 나머지 참가자 전체와 비슷할 정도로 압도적이다.

그는 수년 내에 K-트롯 한류로 전 세계를 사로잡을 재원이다. 단언컨대 그는 방탄소년단과 함께 21세기 한류를 이끌 것이다.

그런데 경연 초기부터 흉흉한 소문이 온라인에 퍼지기 시작했다.

전유진을 최대한 흥행몰이에 이용한 후 준결 전에 내친다는 논리이다. 사상 유례를 찾을 수 없을 정도의 거대한 인기를 누리는 국민픽을 누가 내칠 수 있단 말인가? 정말 터무니없는 것이라 여겼다.

그런데 이 소문이 현실로 바뀌었다. 지난 4일 방송된 `미스트롯2`에서 전유진은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시청률을 위해 조롱에 가까운 취급을 당한 소녀는 급기야 눈물을 흘렸다. 그날 나를 포함한 수많은 팬들이 눈물을 흘렸고, 다른 네티즌은 17년간 끊었던 담배를 폈을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탈락 후 그는 "제가 떨어져서 아픈 마음보다 응원해주시고 매일 문자투표 하트 보내주신 팬들의 마음이 아플까 봐 걱정"이라며 "바르고 착한 어른으로 커서 마음을 치유하는 노래를 부르겠다"고 글을 올렸다.

부끄럽다. 낯이 뜨거울 정도로 부끄럽다. `바르고 착하지 못한 어른들`에게 이용당하고 내침을 당했음에도 `바르고 착한 어른`으로 크겠다는 어린 소녀에게 부끄러움을 느낀다.

오늘 밤에도 전유진의 향기가 바람에 스치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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