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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유사 ②
삼국유사 ②
  • 도명 스님
  • 승인 2021.02.08 2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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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여정사 주지ㆍ가야불교연구소장 도명 스님
여여정사 주지ㆍ가야불교연구소장 도명 스님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는 고대 우리 역사와 문화의 보고인데 이제는 국내보다 국외에서 더 관심을 가지고 전 세계 20여 개국에서 번역되며 한국학의 고전으로 인정받고 있다.

2013년 체코 국립 카를대학교 한국학과의 미리암 교수는 삼국유사를 체코어로 번역하여 현지에서 완판 기록을 세울 정도로 뜨거운 호응을 얻었고 한국 문학 번역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최근 이탈리아의 나폴리 동양대학 리오또 전 교수는 "삼국유사는 문화, 종교, 언어, 민속, 철학, 인류학 등이 총 망라된 보물 같은 고전이며 완벽한 책"이라고 말하였다.

이어서 리오또 교수는 K-팝보다 K-클래식 삼국유사가 더 뛰어난 가치가 있다고 말한다. 현재 세계의 이러한 흐름에도 불구하고 삼국사기나 삼국유사를 폄훼하는 이른바 <삼국사기 삼국유사 초기기록 불신론>이라는 이상한 논리가 현 우리 사학계에 상당히 퍼져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정말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정작 조선 침략을 정당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학술적 가치가 전혀 없는 정치 논리인 `삼국시대 초기기록 불신론`을 만든 일본군 참모본부와 일본 관제 사학자들도 문제지만, 그것을 비판 없이 수용하는 우리나라 학자들의 태도에 대해서도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다.

만약 삼국시대 초기기록을 불신하고 기원전 57년에 세워진 신라는 356년 내물왕 대에 기원전 18년에 세워진 백제는 234년 고이왕 대에 성립되고 가야도 3, 4세기가 되어야 비로소 국가의 기틀을 갖춘다면 우리 역사는 뭐가 있으며 그 역사를 기록한 우리 선조들은 모두 거짓말쟁이란 말인가.

삼국사기 삼국유사 초기기록을 믿지 못하면서 그럼 후기기록은 왜 인정하는가? 아마 일연 스님도 개인의 이익이나 출세를 위해 사대하는 당대의 정치인과 학자들을 보면서 `삼국유사라도 남겨야 한다`라는 결심으로 오랫동안 자료수집과 집필을 위한 준비를 해온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저자인 일연 스님이 `승려` 신분이라 해서 불교적으로 윤색했다든지 몽고로부터우리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해 고조선과 단군을 역사화하고 창작했다는 검증안 된 추측으로 삼국유사의 사실성을 매도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만일 일연 스님이 삼국유사를 윤색하고자 마음먹었다면 가락국기에 나와 있는 왕후사 폐사와 관련한 기록들 즉 불교의 이미지에 전혀 득이 될 것이 없는 사찰 간의 불미스러운 사건들을 무엇 하러 남겼겠는가? 역사의 기록에는 나에게 유리한 것만 취사선택할 수 없다고 여긴 스님은 보고 들은바 그대로를 채록하여 삼국유사로 남긴 것이다.

세상에서 흔히 쓰는 말 중에 청출어람(靑出於藍)이란 말이 있고 불가에서는 `제자가 스승만큼만 되면 스승의 덕을 반감(半減)한다`는 말이 있다.

그 뜻은 제자가 스승만큼만 되어서는 안되고 스승을 뛰어넘어야 진정한 제자가 된다는 것이며 후학이 선학보다 더 나아야 선학의 덕을 선양한다는 것인데, 우리나라 역사학계는 선조의 유산을 계승 발전하는 것은 고사하고 가야사와 가야불교에 있어서는 오히려 뒷걸음치고 있으니 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또 하나 유의할 점은 우리의 문화유산을 말할 때 그것이 `불교다, 유교다, 도교다, 종교다. 철학이다, 사상이다. 현재 이익이 된다, 안된다`를 따지지 말고 있는 그대로의 유산을 소중히 보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역사는 과거에만 박제된 것이 아니고 시대에 따라 필요한 부분을 소환하고 당대의 이익을 위한 다양한 해석을 하기도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원형은 보존 해야 하는 것이다.

그래야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이 옛 역사에서 잘한 건 잘 한대로 본받고 못 한 건 못한 대로 나를 반성하며 돌아보는 교훈으로 삼을 수 있어서 각자 인생의 바른 가치관까지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도 삼국유사를 통해 그 속에서 새로운 가치를 찾아내어 잘 활용하고 우리의 후손들도 이 속에서 우리가 미처 찾지 못한 보물들을 찾아냈었으면 한다.

최근 주인도한국문화원이 600명 정원으로 모집한 한국어 강좌가 2분 만에 신청이 완료됐다 하니 이제 K-POP처럼 K-클래식도 세계화될 날도 머지않아 보인다.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 이라는 말을 점점 실감하는 요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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