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47% 징후 알아차리고 10명 중 6명만 신고한다
교사 47% 징후 알아차리고 10명 중 6명만 신고한다
  • 어태희 기자
  • 승인 2021.01.25 20: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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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아동학대 사건에 이어 양부모에게 학대당해 사망한 16개월 정인이 사건은 대중을 충격과 비탄에 몰아넣었다. 매년 벌어지는 끔찍한 아동학대의 80%는 가정에서 발생한다. 누군가 알아채고 구조하지 않는다면 그대로 방치돼 끔찍한 사건으로 귀결된다. 본지는 아동학대를 신고할 의무가 있는 신고의무자, 그 중 아동을 가장 가까이서 지켜볼 수 있는 경남 교사의 눈을 빌려 아동학대의 실태와 근절되지 않는 이유, 아동학대의 끈을 끊을 방법 모색 등을 세 차례에 걸쳐 짚어본다.

 

<아동학대, 이제 그만>
① 교사 눈을 통해 본 실태
② 주기적 학대 발생 원인
③ 방지대책과 정책 개선

 

사진- 18일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 양의 묘지가 눈으로 덮여 있다. 경찰은 이날 이른바 ‘정인이 사건’에 대해 당초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은 검찰과 협의한 결과라고 밝혔다.연합뉴스
사진- 18일 경기도 양평군 하이패밀리 안데르센 공원묘원에서 양부모의 학대로 생후 16개월 만에 숨진 정인 양의 묘지가 눈으로 덮여 있다. 경찰은 이날 이른바 ‘정인이 사건’에 대해 당초 살인죄가 아닌 아동학대치사 혐의를 적용한 것은 검찰과 협의한 결과라고 밝혔다.연합뉴스

허리띠로 목 조르거나 화상 입혀
신고 않은 이유 ‘부모와 별도 상담’
“경찰에 신고해도…” 방임 많아
당사자 도움 구하는 경우 드물어

 

#1, 유치원 교사 A씨는 담당 원아인 태영이(가명)가 신경 쓰였다. 태영이는 어린 나이에 맞지 않는 욕설과 험한 언어사용으로 원생과 싸우는 일이 빈번했다. 거기다 10월의 끄트머리에 접어들어 날씨가 쌀쌀해졌지만 여름 때 입고 다니던 반바지와 발가락이 드러난 샌달은 그대로였다. 식사시간이면 급하게 밥을 우겨넣어 매번 헛구역질을 하는 태영이를 의문을 가지고 지켜보던 나날 속. 하루는 옷을 입히다 태영이의 엉덩이에 든 보랏빛 피멍을 발견했다. A씨의 뇌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2, 초등학교 교사 B씨는 학급 학생과 학부모의 통화내용을 듣고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도를 넘어선 욕설과 ‘칼로 찌른다’, ‘아파트에서 떨어트려 죽여 버리겠다’는 협박이 수화기 넘어 들려왔다. 곧바로 경찰서에 전화했지만 학부모의 비협조로 조사는 흐지부지 마무리됐고 아동은 다시 가정으로 돌아갔다. 이후 B씨에게 ‘왜 신고했냐’는 학부모의 항의가 들어왔다.

경남은 2019년 2519건으로 전국에서 4번째로 많은 아동학대 의심사례가 발견됐다. 보건복지부의 ‘2019년 17개 시도별 아동학대 의심사례’에 의하면 경기도(9977건)에서 가장 많은 사례가 발견됐으며 서울(3353건)과 인천(3033건), 경남이 그 뒤를 이었다.

경남의 아동학대 사망자 수는 전국 최다다. 보건복지부의 ‘2019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경남에서 8명의 아동이 아동학대로 사망했다. 다음으로 경기도(7명)와 서울(7명), 인천(4명)이 뒤를 이었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대표는 “추계 아동을 떠나서 경남 인구는 334만 명이고 경기도가 1340만 명으로 배 이상 차이가 나는데, 통계만 봐도 경남에 유독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률이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아동학대 적발은 대부분 주변인의 신고로 이뤄진다. 지난해 있었던 창녕 여아 사건처럼 당사자가 직접 도움을 구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경남에만 25개 직군이 신고 의무자로 정해진 상황이다. 이 중 아동을 누구보다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교사는 조기에 학대 징후를 발견할 수 있는, 제일 막중한 책임을 지닌 아동학대 신고의무자다.

본지가 경남 교사 133명(중학교ㆍ고등학교 제외)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중 47%(63명)가 아동학대의 징후를 목격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거의 절반에 달한다. 이 중 아동이 직접 도움을 요청한 경우는 단 한 건으로 대상아동은 초등 고학년 학생이었다.

피해아동에게서 발견한 신체적, 심리적, 성적, 방임 정황 중 가장 많은 유형(중복 가능)은 신체적 학대로 34건을 차지했다. 뒤이어 방임이 23건, 정신적 학대는 12건이었다.

교사들이 발견한 아동학대의 징후는 처참했다. 몸의 이곳저곳에 든 멍은 예사다. 부모가 목을 허리띠로 졸라 멍이 들거나 고의적으로 화상을 입힌 사례까지 있었다. 많은 아동들이 방임으로 부모에게 제대로 보호받지 못했으며 정서적 학대는 불안정한 사고를 가진 아이를 만들어냈다.

그러나 모든 교사의 아동학대 징후 목격이 곧바로 신고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경찰서나 아동센터, 교육청 등으로 신고한 교사는 이 중 64%(39건)로 나머지는 신고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신고하지 않은 이유 중 7건으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부모와 별도로 상담했다’는 내용이다. 신고 후 받을 불이익 때문이라는 답변이 4건으로 뒤를 이었다. 이외에도 훈육의 일부분이라 생각했거나 학생이 신고를 원치 않는 등 다양한 이유가 있었다.

부모와 상담했다고 답한 대부분의 교사들이 파악한 아동 학대의 정황은 방임이었다. 방임은 신체적 아동학대에 비해 신고율이 낮았다. 한 교사는 “가정환경을 알고 있기 때문에 학부모와의 상담을 시도했고 행동 수정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반면 방임의 경우 경찰에 신고해도 부족한 후속조치로 개선의 여지가 없다 판단해 학부모와 개별면담을 시도한 경우도 있었다.

이어 신고 후 제대로 조치가 이뤄진 것 같냐는 질문에는 50%(23건)가 그렇다고 답했고 39%(17건)는 아니라고 답변했다.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한 교사들은 아동학대 신고가 경고조치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고 학대받는 아동이 분리되지 않고 다시 가해부모의 곁으로 돌아갔다는 점을 지적했다.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답한 교사는 “아동은 아빠에게 세뇌돼 자신이 잘못해서 맞은 거라고만 반복했다”며 “결국 경고조치로 넘어가 아동은 다시 폭력적인 환경으로 돌아갔다”고 설명했다.

신고가 제대로 이뤄졌다고 응답한 교사 또한 “신고 후 바로 경찰서에서 와서 아이의 상황을 살피고, 교육상담기관에서 당일 본교에 방문해 학생상담을 하는 등 조치가 이뤄지긴 했지만 과연 장기간의 후속 조치가 이뤄지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다”며 “초반에만 단기간 부모 상담 또는 부모 지도 등이 이뤄진 것 같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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