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8:13 (금)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
  • 이광수
  • 승인 2021.01.24 2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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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시론 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코로나19로 집콕에 찌든 답답한 일상에서 가장 친애하는 소통수단은 스마트폰이다. 그러나 스마트폰이 생활의 편의성과 효율성을 극대화 시킨 문명의 이기이지만 과잉의존증상은 문제다.

인간의 이성적 판단력을 마비시키는 행위중독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집 안팎 어디서나 스마트폰 없이는 한시도 맘을 놓을 수 없는 집단 금단현상이 일상화됐다. 예전의 일반적인 중독행위는 흡연, 알코올, 도박, 마약중독이 대표적이다. 학창 시절엔 금연했던 청소년들이 군에 입대해 짬밥을 먹게 되면 골초가 돼 버린다.

잘못된 생활습관으로 인이 박힌 흡연의 금단증세에서 벗어나기는 말처럼 쉽지가 않다. 온갖 사건과 범죄의 근원이자 질병의 원인인 알코올 중독은 사회악의 온상이 되고 있다. 음주문화가 관대한 한국 사회에서 술로 인한 가정파탄과 각종범법행위, 건강악화는 심각하다.

예로부터 인간관계에서 술자리부터 갖는 오랜 관습은 알코올중독자를 양산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그러나 과음병폐를 개선하려는 개인의 의지부족과 사회 각계각층의 인식부재가 더 큰 문제다.

도박은 고래로부터 지금까지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돈 놓고 돈 먹기 투전판이다. 인간의 원초적 요행심리와 승부근성의 반복행위인 도박중독 또한 패가망신의 보증수표다. 모든 도락과 게임에 끼어드는 도박은 사행산업인 카지노, 경마로부터 각종 프로스포츠, 취미생활까지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요즘 전자매체를 통한 오락성 게임도박은 그 규모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예전이나 지금이나 도박은 끊기 힘든 악습으로 인류 역사와 동고동락해 왔다. 각종 전자게임의 대중화는 청소년들마저 도박판으로 유인해 사회문제화 되고 있다.

마약중독행위는 정신질환에 속하는 분야라 언급을 회피한다. 이처럼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무의식적으로 반복하는 중독행위는 통제하기 힘든 필요악이다.

그런데 문제는 지식정보화사회를 맞아 각종 전자매체와 스마트폰 같은 문명의 이기들이 인간의 순수한 감성과 행위분별의 이성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 뉴욕대 심리학 박사인 애덤 알터는 최근 그의 저서 <멈추지 못하는 사람들:Irresistible, 부키>에서 행위중독에 관여하는 요소를 여섯 가지로 대별해 설명하고 있다. 손에 잡힐 듯 말 듯한 목표, 뿌리치기 어렵고 예측 불가능한 긍정적인 피드백, 조금씩 향상되고 있다는 느낌,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더 어려워지는 과제, 해소하고 싶지만 풀리지 않는 미결상태, 강한 인간관계 등에 대한 행위강박이 인간을 행위중독의 늪에 빠져들게 한다고 분석하고 있다.

우리 인간이 현실적인 삶에서 앞서 언급한 여러 현상의 카테고리 속에서 필요 이상의 행위중독으로 삶을 피폐하게 만들고 있음을 적시하고 있다. 특히 고래의 행위중독보다 새로운 문명의 이기들로 인해 파생된 행위중독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스마트폰 없이는 불안해서 한순간도 평정심을 유지하지 못하는 일상이 정상적인 삶은 아닐 것이다. SNS에 넘쳐나는 가짜정보와 허위과장광고에 무의적으로 일희일비 부화뇌동하는 것이 호모사피엔스의 전형인지 성찰해 보아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이제 테크놀로지의 발전과 함께 우리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이런 행위중독을 심화시키는 기기나 소프트웨어의 발달은 더욱 가속되고 있다.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가상현실(VR)이 실현되는 혁명적인 변화 속에서 첨단 IT 기기에 의존한 행위중독은 지금과는 다른 특수형태로 구현될 것이다.

사회구조 자체도 점차 그런 이기들에 적합한 하이테크 시스템으로 작동할 것은 명약관화하다, 따라서 새로운 문명의 이기들은 중독성을 최소화한 인성 친화적인 제품을 개발해 사용하고, 절제와 합리적인 행위통제 수단도 제도화해야 할 것이다.

일과 게임, 기기 화면에서 자유로운 시간을 누리는 환경을 조성함으로써, 인간성 회복에 스스로 눈뜨는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 잠시 스마트폰이 끄진 멈춤의 시간 속에서 자유로운 영혼을 누리며 행위중독으로부터 해방되는 여유를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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