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지 마오
아프지 마오
  • 김병기
  • 승인 2021.01.20 2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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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일을 마치고 쉬는데 오늘따라 오른쪽 귀가 먹먹하다. 높은 산에 올라간 것도 아닌데 하면서 오른손바닥으로 귓바퀴를 감싸고 공기압을 이용해 울림을 준다. 그래도 아무런 차도가 없다. 이상하다. 샤워를 해 귀에 물이 들어간 적도 없는데 왜 이리 먹먹하지. 내일이면 괜찮을 것이라며 애써 태연함을 가장하고 코로나 백신 개발 뉴스에 눈길을 준다.

자고 일어나니 먹먹하던 오른쪽 귀가 열렸다. 그럼 그렇지. 평생을 잘 들리던 귀가 왜 말썽을 피울까? 그럴 일이 없을 것이라며 마음을 놓았다.

하루해가 지고 집으로 가는 길이다. 경찰서 출퇴근을 하면서 몇 번이고 본 해반천의 풍광이 오늘따라 정겹다. 봉황교 아래 실개천에는 철새 된 원앙무리가 자맥질 바쁘고, 덩치 키운 새 오리에 청둥오리는 물고기 잡기 시합 중이다.

여름철 암수 뒤엉켜 물보라를 일구던 잉어 가족을 찾아 자전거 페달을 지그시 밟으며 수초 더미로 눈길을 준다. 잉어는 보이지 않고 새끼물고기들이 떼 지어 공기 방울을 만들어 올린다. 그 많던 잉어들이 물길 따라 깊은 조만강으로 자리했나 보다.

나비공원을 지나 집에 도착하니 또 오른쪽 귀가 먹먹하다. 이상하다? 괜찮았는데 반문하며 문을 여니 어린이집을 마치고 온 손자가 반긴다.

갓 말을 배워 장난감 재미에 빠진 손자를 보느라 귀가 먹먹한 것도 잊고 자고 일어나니 말짱하다.

계속 나았다가 먹먹하기를 반복하다니 틀림없이 귀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 시내에 있는 오래된 이비인후과 의원을 찾았다. 상태에 대해 듣더니만 대뜸 돌발성 뭐라 하면서 청력검사를 했다. 10명 중 3명이 완치되는데 일단 주사 맞고 7일 약을 먹고 다시 오란다.

집에 오니 간호사로 낮 근무를 하고 온 큰딸이 듣고는 MRI 검사 등을 해봐야 한다며 호들갑이다. 큰딸 승용차를 타고 강일 병원을 찾았다. 젊은 과장께서 귀로서는 응급상황이라며 입원을 권한다.

64년을 살아오면서 지금껏 병원에 입원한 적 한번 없는데 기록이 깨졌다. 환자복을 입고 수액을 다니 영락없이 중환자다. 밤늦게 문자 소리에 잠이 깨었다. 큰딸이다. "아프지 마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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