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9 21:11 (금)
가야 ①
가야 ①
  • 도명스님
  • 승인 2021.01.18 22: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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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여정사 주지ㆍ가야불교연구소장 도명스님
여여정사 주지ㆍ가야불교연구소장 도명스님

나는 `가야`라는 단어를 떠올릴 때마다 알지 못할 복잡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비단 나만 그런지 몰라도 가야라는 단어는 활달함과 화려함, 스펙터클한 스토리와 진취적인 기상 그리고 달콤한 로맨스가 연상 되는가 하면 역사에 묻혀버린 아련함과 힘이 없어 억눌리고 또 누군가의 입맛대로 강제로 요리당하는 도마 위의 생선 같은 느낌도 있다.

가야는 한때 강력한 철기문화를 바탕으로 동아시아의 넓은 바다를 휘저으며 해상무역으로 성장한 부강한 해상왕국이었고 나라를 개국한 청년 군주와 2만 리 머나먼 바닷길을 건너온 인도 공주와의 아름다운 사랑은 고대판 로맨스의 끝판왕이었다.

또, 한편으로는 강력한 주변국들의 견제와 침략으로 고전하다가 끝내는 신라에 복속되는 아픔을 겪고도 삼국통일의 주역으로 부활하는 모습을 보면 꺼지지 않는 가야의 저력이 느껴지기도 한다.

그 이후 수많은 세월이 지나도록 가야땅 사람들의 가슴속으로만 전해오던 실낱같은 부활의 희망이 채 피어나기도 전에 일제의 칼질 아래 어떤 때는 있었다가 어떤 때는 없었다가 어떤 때는 커졌다가 어떤 때는 작아 졌다가 하며 난도질당하는 시련도 있었다.

그래도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고 나라는 잃어도 문화는 남는 법`이라서 웅대하고 찬란했던 가야문화와 흔적은 시간이 지난 오늘날까지 곳곳에 전해지고 있다.

이익의 성호사설에 보면 추석 차례의 기원이 팔월 보름날 수로왕께 차를 올리는 데서부터 시작됐다고 하고 있으며 낙동강 이란 강 이름도 가락의 동쪽 이란 데서 유래 되었다고 전해오고 있고 가야권역 일대 곳곳에는 가야산 이란 이름들이 산재해 있다.

비록 신라에 복속돼 사라졌지만 그래도 520년이라는 장구한 세월을 견디며 실재했던 가야의 역사에 대해 간략히 살펴보기로 하자.

삼국유사 <가락국기>에 의하면 가야의 시작은 기원후 42년 김해 분성산 아래 구지봉에서 시작된다.

삼월 삼짇날 계욕일에 아홉 명의 이 지역 지도자들과 200~300명의 사람들이 구지봉에 모여서 하늘에 제사를 드릴 때 홀연히 몸을 숨긴 어떤 존재가 말하길 "하늘의 명을 받아 내가 이 땅에 왔으니 발을 구르고 춤을 추면서 거북아 거북아 머리를 내밀어라. 만약 내밀지 않으면 구워서 먹으리라"라는 왕을 영접하는 노래(龜旨歌)를 하라고 시켰다.

사람들이 그렇게 하니 얼마 되지 않아 보라색 줄이 하늘에서 내려오는데 줄 끝에 보니 붉은 보자기에 금으로 된 상자가 싸여있어 열어보니 여섯 개의 황금알이 있었다.

이튿날 상자를 열어보니 알은 잘생긴 어린 동자로 변해 있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쑥쑥 자라 어른이 됐는데 모든 사람들이 추대해 왕이 되었다.

알 중에서 처음 나온 김수로는 김해 가락국의 왕이 되었고 나머지 형제들은 대가야,아라가야, 고령가야, 성산가야, 소가야 등 오 가야의 왕이 되었다.

김수로가 왕이 된 후 신답평에 도읍을 정하고 궁궐과 관청을 지어 국가 운영의 기반을 다질 즈음 용성국 출신 석탈해의 도전을 받았으나 지혜롭게 이기고 500척의 배를 몰아 계림으로 쫓아 버렸다.

나라를 연 지 6년 후인 서기 48년 총각 군주 수로왕은 16세의 아리따운 인도 아유타국의 공주 허황옥을 만나 결혼해 10남 2녀를 낳고 덕으로써 함께 나라를 잘 다스렸다.

세월이 한참 흘러 서기 189년 허왕후가 먼저 서거하고 구지봉 동북 언덕에 능묘를 썼으며 10년 후인 서기 199년 수로왕도 서거하여 대궐 동북쪽 평지에 능묘를 조성했다.

이후 태자인 거등이 왕위를 계승했고 가야는 마지막 구형왕까지 10대 490년을 이어 가다 서기 532년에 신라에 복속되었다.

가야의 역사를 520년으로 보는 것은 가락국 금관가야가 신라에 복속된 30년후인 서기 562년 대가야가 신라에 병합된 해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다.

이상이 가락국기에 나오는 가야 탄생과 소멸까지의 간략한 스토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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