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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대학 존립 허무는 태풍이 몰려온다
지방 대학 존립 허무는 태풍이 몰려온다
  • 경남매일
  • 승인 2021.01.14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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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지방 대학의 위기는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학령인구가 줄어드는데 대학에 들어가려는 학생이 자연스레 감소하는 건 당연하지만 뒤끝이 묘하다. 특히 벼랑 끝에 내몰린 많은 지방 사립대학은 앞으로 언제쯤 교문을 닫을지를 궁리해야 할 처지에 놓여 안쓰럽다.

이런 열악한 교육 구조 환경에서도 한 도시를 대표하는 대학은 버텨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힘을 받고 있다. 명문 지방 도시를 만드는데 좋은 대학의 존재는 필수 사항이기 때문이다. 지난 11일 마감한 2021학년도 대학 정시모집 원서 접수에서 도내 4년제 사립대학이 죽을 쒔다. 지난해보다 경쟁률이 많이 떨어져 학생 모집에 비상이 걸렸다. 지방대학의 위기가 가시화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인제대학교는 김해를 대표하는 대학이다. 인제대의 이번 정시 모집 경쟁률은 1.38 대 1이다. 743명 모집에 1028명이 지원했다. 올해 경쟁률은 2020학년의 모집 경쟁률 2.70 대 1에 비하면 급격하게 떨어진 수치다. 수치를 비교하면 두려운 마음이 들어 호들갑 한 번 떨고 넘어간다면 다행인데, 더 큰 문제는 올해 상황이 아직 최악이 아니란 얘기다. 몇 년 더 이런 추락이 계속되면 결국 대학이 소멸될 수도 있다.

국가 지원이나 대학평가 방식 변경, 수도권과 지방 대학의 균등한 인원 감축 등의 방안을 낼 수 있으나 먼저 자체 대학의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기회는 문이 닫힌 후에는 아무짝에도 소용이 없기 때문이다. 대학 경쟁력은 이제 사활이 걸린 문제다. 경쟁력에 빈틈이 큰 대학은 앞으로 급전직하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불행을 안게 된다. 한 번 더 하늘로 솟는 재미를 기대하는 건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도 대학 자체가 경쟁력에 찬물을 끼얹는 자살 행위를 한다면 자비가 들어가 틈이 없다.

김해 I 대학교는 이런저런 학내 문제로 시끄럽다. I대학 음악학과 교수들이 특정인을 미리 정해 두고 신임 교원을 채용한다고 반발하자 학교 측은 채용절차를 중지했다. 학내 교수 모임인 교수평의회도 성명서를 내고 "특정인 채용 사태에 대해 총장과 학교법인 이사회가 나서서 잘못이 있으면 책임자와 관련자를 중징계하라"고 칼을 뺏다. 학교 내에서 채용 비리 의혹이 불거진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우리 사회의 공정의 보루가 허물어지는 일이기 때문이다. 지난 13일에는 I대학에 대학원 소속 리드믹과 음악생리학 전공생 이름으로 `재학생 및 입학 예정자들은 모든 활동을 중단한다`는 대자보가 붙었다. "전공을 불투명한 미래로 만들고 학생들의 목소리를 묵살한 채 축소ㆍ은폐에만 급급한 대학 측"을 나무라고 "리드믹이 무엇인지도 모르면서 억지 주장으로 우리의 미래를 짓밟은 음악학과 교수진 6명"에게도 목소리를 높였다. 양측에게 "우리는 더 이상 참지 않겠다. 교육부와 언론에서 만나자"고 `싸움`을 걸었다. 이 싸움이 떨어지는 대학의 경쟁력에 반전하는 롤러코스터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았을지는 모르지만 대학이 자체 몸살을 겪으면서 제 살을 뜯는다면 대학 생존의 험한 파고를 넘기는 쉽지 않다.

지역 대학이 정시 경쟁률마저 뚝 떨어지면서 위기의 한숨이 대학에 내려앉는데 제 식구 감싸기 행태로는 생사의 늪을 헤쳐나갈 수 없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지역 정시 경쟁률도 지난해보다 다소 떨어졌다고 모두가 앓는 병이라고 생각하면 곤란하다. 서울과 수도권 대학은 이래저래 정원을 채울 수 있다. 허약한 지방 대학이 꼬꾸라져도 서울 수도권 대학은 자비를 베풀지 않을 것이다. 지역 대학은 자체 경쟁력을 높여 사선을 넘어야 한다. 이런 위중한 순간에 대학이 총장의 리더십에 회의가 일고, 공동체의 공정에 금이 가고, 구성원 간에 신뢰의 끈이 끊어진다면 존립을 장담할 수 없다.

대학의 사활은 기업의 존폐와도 같다. 소비자가 찾지 않으면 기업은 무너지고 학생이 들어오지 않는 대학도 쓰러지게 돼 있다. 조직 패망의 전조는 항상 일어나게 돼 있다. 리더의 덕목 중 으뜸은 시대를 읽는 능력에 있다. 조직이 무너지는데 자기 안위만 생각하는 리더는 공공의 적이다. 대학 경쟁력을 높이는데 리더가 걸림돌이 된다면 빨리 `가시`를 뽑아내야 한다. 자신이 가시라는 걸 아는 것으로 남은 리더십이 발휘되면 오죽이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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