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바람 헤치고 자갈치가 일어선다
동해 물 서해 물로 살찌운 어족들이
찬란한 은빛 금빛 뽐내며 모여든 곳
새벽안개 같은 애환과 삶의 진액, 눈물이 있는 곳
저 구릿빛 경상도 사나이의 우직한 사랑도
수줍은 부산 아지매의 따스한 인정도 여기에 있다
냉동 김이 펄펄 나는 생선더미 나르는
목이 긴 장화 신은 아저씨의 어깨에는
딸아이의 학원비가 얹혀있고
회 접시를 나르는 저 종종걸음 아주머니 둥근 가슴에는
대학생 된 아들의 푸른 꿈이 출렁거린다
저기 저 좌판위에 늘씬하게 누워 있는 고등어와
손놀림이 부지런한 젊은 새악시
시부모 봉양할 생활비가 거기 있다
“여 와보소, 싸게 줄랑교?”
저 찰진 흥정소리, 부산사투리의 호탕한 웃음소리
살찐 어족들은 자판위에서 퍼덕거리고
은빛 금빛 비늘에 아침 해는 조명을 쏘아댄다
깃을 털며 날던 갈매기도 멈춰 서서
눈을 찡긋 윙크를 하고 자갈치는
풍요와 활력이 터질 듯 풍선처럼 부푼다
바다를 안고 사는 사람들 소금꽃이 눈부시다
새해의 아침, 자갈치는 더욱 더 부산하다. 삶의 현장을 실감하기에는 여기만한 곳이 또 있을라고!
새벽바다가 몽땅 밀물로 밀려와 출렁댄다.
이곳 자갈치를 지키는 사람들에게선 추위도 힘없이 밀려나고 그들의 뜨거운 활력이 우리에게도 싱그럽게 전달된다. 그대, 생의 활력을 잃고 웅크려지거든 가보라. 자갈치로 가보라.
시인 약력
- 시인ㆍ시낭송가
- 문학평론가
- 경성대 시창작아카데미 교수
- 교육청연수원 강사
- 전 평화방송목요시 담당
- 한국문협중앙위원
- 시집 ‘천리향’ ‘애인이 생겼다’ 외 다수ㆍ동인지 다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