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8 21:51 (목)
동살에 피어나는 소금 꽃
동살에 피어나는 소금 꽃
  • 문인선
  • 승인 2021.01.11 21:1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문인선
문인선

새벽바람 헤치고 자갈치가 일어선다

동해 물 서해 물로 살찌운 어족들이

찬란한 은빛 금빛 뽐내며 모여든 곳

새벽안개 같은 애환과 삶의 진액, 눈물이 있는 곳

저 구릿빛 경상도 사나이의 우직한 사랑도

수줍은 부산 아지매의 따스한 인정도 여기에 있다

냉동 김이 펄펄 나는 생선더미 나르는

목이 긴 장화 신은 아저씨의 어깨에는

딸아이의 학원비가 얹혀있고

회 접시를 나르는 저 종종걸음 아주머니 둥근 가슴에는

대학생 된 아들의 푸른 꿈이 출렁거린다

저기 저 좌판위에 늘씬하게 누워 있는 고등어와

손놀림이 부지런한 젊은 새악시

시부모 봉양할 생활비가 거기 있다

“여 와보소, 싸게 줄랑교?”

저 찰진 흥정소리, 부산사투리의 호탕한 웃음소리

살찐 어족들은 자판위에서 퍼덕거리고

은빛 금빛 비늘에 아침 해는 조명을 쏘아댄다

깃을 털며 날던 갈매기도 멈춰 서서

눈을 찡긋 윙크를 하고 자갈치는

풍요와 활력이 터질 듯 풍선처럼 부푼다

바다를 안고 사는 사람들 소금꽃이 눈부시다

새해의 아침, 자갈치는 더욱 더 부산하다. 삶의 현장을 실감하기에는 여기만한 곳이 또 있을라고!

새벽바다가 몽땅 밀물로 밀려와 출렁댄다.

이곳 자갈치를 지키는 사람들에게선 추위도 힘없이 밀려나고 그들의 뜨거운 활력이 우리에게도 싱그럽게 전달된다. 그대, 생의 활력을 잃고 웅크려지거든 가보라. 자갈치로 가보라.

시인 약력

- 시인ㆍ시낭송가

- 문학평론가

- 경성대 시창작아카데미 교수

- 교육청연수원 강사

- 전 평화방송목요시 담당

- 한국문협중앙위원

- 시집 ‘천리향’ ‘애인이 생겼다’ 외 다수ㆍ동인지 다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