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22:08 (금)
다산 정약용의 호체론 개요
다산 정약용의 호체론 개요
  • 이광수
  • 승인 2021.01.03 20: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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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시론이광수소설가
매일시론이광수소설가

주역은 크게 의리역과 상수역으로 구분해 논한다. 주역해석을 놓고 양대 학파가 대립해온 근저를 <주역철학사>에서 상고해 보면 선진시기부터 이미 의리역과 상수역이 태생한 것에서 기원한다고 볼 수 있다. 의리역은 철학적이고 현학적인 주역해석법이고, 상수역은 수와 상에 오행을 접목한 서(筮)지향적 해석법이다. 대립적 관점인 두 학설에 대한 편향적 주역해석은 금물이다.

주역 철학사의 흐름에서 보듯이 시대에 따라 두 학설이 성쇠를 거듭하면서 동시에 엄존해왔기 때문이다. 이처럼 주역은 시대적 상황에 편승해 주역해석의 각론적 해석방법론이 다양하게 전개됐다. 필자는 본란을 통해 주역해석의 기초이론과 다산 정약용의 주역사법(周易四法: 추이, 효변, 물상, 호체)중 추이와 효변애 대해 개괄적인 내용을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추이와 효변의 벽괘→연괘식 복잡한 승강왕래원칙은 공자십익(역전)의 호위설처럼 모호하고 자의적인 측면이 강해서 추수 천착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번에는 다산이 주역해석방법론으로 다양하게 적용한 호체론(互體論:互卦)에 대해 그 개요를 설명한다.

일반적으로 잘 사용하지 않는 호체론은 주역해석의 영역을 크게 확장시켰다는 측면에서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 호체(호괘)란 소성괘를 중첩시킨 대성괘의 상하 괘를 통합해 해석하는 것으로 중간 괘를 새로이 작괘하는 것이다.

6효중 2, 3, 4효를 내호괘(하괘)로, 3, 4, 5효를 외호괘(상괘)로 중간 괘를 만든다. 상수역의 비조라 불리는 소강절은 <매화역수>에서 본괘와 효변괘(종괘)와 호괘(중간괘)를 두고 효괘는 사건의 결말을, 호괘는 사건의 과정으로 보고 점괘를 풀이한다. 효변으로 동(動)한 괘를 용괘(用卦), 부동한 괘를 체괘(體卦)로 삼아 오행의 생극제화원리를 적용해 점단한다.

호체설이 최초로 나온 것은 <춘추좌씨전>이지만 호체라는 명칭을 처음 쓴 사람은 전한시대 경방이었다. 호체론자들의 찬성근거는 주역해석의 한계극복이라고 본다. 청나라 왕상명은 `만약 호체가 없다면 64괘는 다만 64괘의 사건에 대해서만 말할 뿐이다. 어떻게 천지 만물의 이치를 세세하게 논하고 만사의 단서를 경위할 수 있겠는가`라면서 그 당위성을 주장했다.

그러나 의리역학파의 종회와 왕필은 호체설에 대해 `주역해석법을 상수학파들이 번잡하게 해 호체로도 부족해 괘변에까지 이르고, 괘변도 부족해 오행으로 유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주희가 <춘추좌씨전>에서 호체론을 사용한 용례가 있기에 폐지할 수 없다고 했으며, 호병문, 홍매 등의 옹호론에 이어, 다산 정약용이 <주역사전>에서 주자의 뜻이라고 호체론을 강력히 주장했다. 그러나 주희는 호체를 실제 적용하지는 않았다(왕인, 주역사전).

다산이 적용한 다양한 호체법의 형태를 살펴보자. 그는 상 하호를 취하는 단순한 방식 외에도 대호, 겸호, 도호, 복호, 반합, 양호법 등의 다양한 호체법을 구사했다. 다산의 가장 독특한 호체법인 양호작괘법(兩互作卦法)만 설명한다. 양호작괘법은 내호괘와 외호괘를 합해 새로운 괘를 만드는 것이다.

예를 들어 중화리괘에서 양호괘를 취할 경우 3, 4, 5위의 상호괘가 태(兌)괘요, 2, 3, 4위의 하호괘가 손(巽)괘로 양괘를 합성하면 택풍대과괘가 된다. 양호작괘법을 취할 경우 효변한 지괘는 무시한다. 양호작괘법으로 생성된 호괘와 본괘의 벽괘→연괘의 승강왕래를 추이와 효변ㆍ삼역으로 재해석한다. 양호작괘법의 적용대상 괘는 중천건괘를 비롯해 16괘가 된다. 다산의 양호작괘법을 적용해 한 괘를 해석하려면 최대 6~7개의 괘가 연계돼 있어 의미해석이 복잡다단해 종잡을 수가 없다.

이처럼 호체(호괘)가 주역해석의 지평을 크게 확장시킨 점은 긍정적이지만 괘 해석방법의 다번복잡성으로 인해 주역해석이 얼마나 난해한지 실감케 한다. 공자가 50이 넘어 주역에 천착해 `위편삼절` 하면서 외출 시에도 주역을 책 자루 속에 넣고 다닐 만큼 연구에 몰두한 심정을 이해할 것 같다. 누군가 필자에게 그렇게 난해한 주역을 왜 힘들게 배우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모르는 것`이 뭔지 몰라서 그걸 알고 싶은 지적 호기심 때문이라고 대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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