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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에게는 가족, 누군가에게는 장난감?
누군가에게는 가족, 누군가에게는 장난감?
  • 최지혜
  • 승인 2020.12.30 22:3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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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혜회사원
최지혜·회사원

가족은 여러 의미를 가지고 있다. 다문 피가 이어지지 않았더라도 내 삶의 일원으로 받아들인다면 그것 또한 가족이다. 내게는 `후추`라는 이름을 가진 소중한 동생이 있다. 작고 어린 까만 고양이다. 밖에서 떨고 있던 후추는 마음씨 착한 어떤 사람이 발견해 인연이 닿아 내 품으로 오게 됐다.

지금은 활기차게 집 안을 뛰어다니며 호기심 많은 눈동자를 빛내지만 발견 당시에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위태해 보였다고 한다. 거기다 후추의 꼬리는 다른 고양이와는 다르게 뭉툭하게 짧은데, 그 형태가 인위적이라 누군가 후추의 꼬리를 다치게 했다고 추측하고 있다. 동물학대는 하루가 멀다 하고 뉴스에 나오는 사건이다.

30일에는 한 남녀가 강아지 목줄을 잡고 요요처럼 공중에서 돌리는 학대 영상을 누군가 SNS에 올려 대중의 공분을 샀다. 심지어 자신들의 애견이었을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애견이 가족인데 누군가에게는 장난감이 된다. 가슴 아픈 일이다.

송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동물학대 등으로 검찰 처분을 받은 사람 수는 지난 2016년 339명에서 지난해 1070명으로 215% 가까이 늘었다. 동물학대가 갑자기 많아졌다기보다, 동물학대를 범죄로 인지하는 추세에 따른 증가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여기서 집중해봐야 할 것은 이중 구속기소는 0.1% 에 그쳤다는점이다. 분명히 동물학대가 잔인하고 반인륜적인 행위라는 것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나 그에 따른 제도는 이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난 10월에는 김창룡 경찰청장이 `동물학대사범 수사 메뉴얼`을 개정하겠다 약속하기도 했다. 지난 2016년 이래 동물보호법이 다섯 번이나 바뀌었지만 경찰 수사 메뉴얼은 제자리걸음이고 이 때문에 필수 증거 확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지적에 따른 결정이다. 한 동물보호단체는 많은 동물학대 사건이 경찰 단계에서 내사 종결되거나 범인을 잡지 못하는 점에 대해 초기 대응에 있어 사체 부검, CCTV, 블랙박스 영상 등 필수 증거 확보에 경찰이 노력을 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겨울, 따뜻한 집 안에서 내 동생 `후추`를 안고 있을 때 가끔씩은 가슴이 아리다. 밖에서 떨어가며 궂은 위험에 직면했던 내 동생처럼 또 다른 동물도 위험한 상황에 직면해 있을 것이라는 불편하고도 당연한 사실. 동물을 집으로 데려오는 것이 동물에게 행복을 준다고는 단정 지을 수는 없다. 그러나 적어도 `소중한 생명`이 악의에 의한 위험에 노출되지 않도록 우리 인간이 최소한의 도덕성을 보여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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ㅇㅎㄹ 2020-12-31 14:52:44
멋져요, 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