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준제 대표원장
( 부산 보람산부인과의원 )
21년간 부산 당감동서 개원 진료
7월 은석문화회 창립 이사장 맡아
은석문화회관에 문화ㆍ예술 공간 창조
문화 사역, 하나님께 드리는 다른 삶
1층에 고석규비평문학관 자리 잡아
2층에 청소년문화의 집 꾸밀 예정
3-5층 공연장서 다양한 무대 선봬
"산부인과 의사로서 오랫동안 새 생명의 탄생을 돕는 일에 매진해 왔지만, 나중에 하나님께서 `세상에서 무엇 하다가 천국에 왔냐`고 물으시면 할 말이 없을 것 같아서요. 내가 받은 것을 사회에 돌려주는 일에 더 힘을 써야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박준제(59) 부산 보람산부인과의원 대표원장은 5년여 전에 "이대로 가면 죽기 전에 후회만 남겠다"라는 회한에 휩싸였다. 박 원장은 그 당시 무기력증에 빠져 있었다. 진료를 오래 보다 허리를 다쳐(디스크가 터졌음) 한쪽 다리를 제대로 쓸 수도 없었다. 수술하고 침대에 누워서 "사람은 이 땅에서 영원히 사는 게 아니구나, 아프면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라는 후회 같은 밀물이 마음속에 들어왔다.
`이대로 살면 안 되겠다`는 반응에서 나온 하나의 큰 결실이 지난 7월 21일 김해시 삼방동 은석문화회관에서 열린 (사)은석문화회 창립총회로 연결됐다. 이날 박 원장은 은석문화회 이사장을 맡았다. 박 원장이 만든 은석문화회의 `은석`은 `은혜로운 반석`이란 뜻으로 박 원장의 아호에서 왔다. 그는 올해 부산 백양로교회 장로로 선정돼 내년 5월께 장립(교직을 주는 일)된다.
"아기 분만을 오랫동안 받다보면 사고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생기는 데도 운이 좋았는지 어려운 일을 당하지 않았어요. 한번은 분만이 진행 안 돼 제왕 절개를 했는데 탯줄에 매듭이 져 있었어요. 계속 자연 분만을 유도했다면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 텐데…." 박 원장은 숱한 어려운 수술 과정에서 피할 길을 연 분으로 자신이 믿는 하나님을 내세운다. 그런 큰 위기를 대여섯 번을 넘기고 박 원장은 하나님께서 눈을 밝히고 손을 예민하게 해 주셨다고 고백한다.
새벽마다 "어디로 갈지 길을 알려 달라"는 박 원장의 기도 손을 하나님께서 붙잡아 주시고 길을 밝혀 주셨다. 지난 2018년 3월 은석문화회관(연면적 6646㎡ 지하 3층~지상 6층)을 인수하고 문화 사역에 구체적인 칼을 대기 시작했다. 문화 콘텐츠를 은석문화회관에 채워 넣으려는 계획을 하면서 자연스레 많은 전문가들이 박 원장 주위에 몰려들었다.
박 원장과 뜻을 합한 남송우 교수는 1층에 고석규비평문학관을 거의 다 꾸몄다. 내년 가을께 정식 개관을 하게 되면 김해 지역에 괜찮은 문학관이 생겨 지역 비평문학의 새 장을 연다. 앞으로 고석규비평문화기념사업회가 주축이 돼 지역 인문학 활동과 출판물 발간, 문화 콘텐츠 연구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은석문화회관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모이고 있어요. 채워 넣을 문화 콘텐츠의 방향을 잡고 세세한 내용을 그리는 여러 아이디어를 쌓고 있지요. 남송우 교수나 김길구 이사 등은 은석문화회관에 생명을 불어넣는 실제적인 일을 하고 있어요."
박 원장은 이미 머리에 전체 설계도를 넣고 꼼꼼하게 수정 작업을 하는 중이다. 은석문화회관을 활용하는 핵심은 3~5층에 있는 공연장에 맞춰있다. 이 공연장에서 전문 오케스트라와 실버 오케스트라, 청소년 오케스트라 등이 활동하기를 바란다. 은석문화회관에서 3개의 오케스트라가 연동해 활동을 하면 `음악의 생산성`이 커질 것을 박 원장은 기대하고 있다. 음악을 통해 세대 간의 어울림이 일어나고 음악의 생산과 소비가 동시에 일어나는 곳을 꿈꾼다. 소공연장과 대공연장(600~800석)이 마련되고 음악 관련 부대시설이 들어서면 사람이 상주하는 공간으로 변모할 것이다.
2층에 청소년 문화의집이 들어서면 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동아리 프로그램을 돌릴 예정이다. 2층 청소년 문화의 집은 음악과 문학이 어우러져 김해 청소년의 복지를 한 단계 올리는 산실로 자리매김시킬 계획이다. 청소년이 몰려드는 공간이 김해 삼방동에 생기는 꼴이다. 실제 은석문학회관은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복합문화공간에 초점이 맞춰 있다. 정년퇴직한 전문 인력이 문학과 음악을 배우거나 재능 기부를 하고, 새터민 자녀나 동남아 근로자가 음악과 문학을 접하며 꿈을 그릴 수 있는 곳이 은석문화회관이 될 것이다.
"지난 3년 간 음악과 문학뿐 아니라 청소년 복지 등에 눈을 틔웠어요. 많은 지역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내가 할 일은 김해에서 상대적으로 예술ㆍ문화가 낙후한 삼방동에 문화교류의 큰 마당을 만드는 것"이라는 박 원장은 좋은 영향력이 삼방동에 뿌리를 내리고 그 향기가 널리 퍼지기를 소망한다.
박 원장에게 개인의 편안한 삶만 그리는 유혹은 없었을까? 믿음의 동반자인 아내가 한두 번 은석문화회관에 투입하는 만만찮은 금액에 불편함을 내비쳤다. 지금은 은석문화회관 문화 사역에 `함께하는 느낌`을 박 원장과 아내는 강하게 받고 있다. 은석문화회관이 `천국 환전소`가 되기를 바라는 부부의 마음은 고운 빛깔로 물들어 가고 있다. 현재 은석문화회관을 유지하는데 매달 2000만 원의 경비가 들어가고 있다.
박 원장은 "문화와 인문의 영역은 무한하기 때문에 은석문화회가 좋은 문화ㆍ예술 직거래 장터로써 기능을 충실히 하려면 10~20년을 보고 나아가야 합니다. 은석문화회의 운영은 개인 혼자로서는 쉽지 않아요. 앞으로 시설 리모델링뿐 아니라 채워넣을 콘텐츠가 많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의 손길이 필요해요"라고 말한다.
어릴 때 몸이 불편한 아버지를 보며 생긴 의사의 꿈과 아픈 사람을 보며 샘솟던 애틋한 마음이 뭉쳐 운명처럼 의료인의 삶을 사는 박 원장. 그는 은석문화회관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어 문화와 예술로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려고 한다. 육신의 병을 낫게 하는 일이 천만금의 가치가 있다면 마음을 치유하는 일은 얼마의 가치가 있을지는 앞으로 박 원장이 만드는 문화 공간의 무게에 달려있으리라.
박 원장은 의료인으로 살면서 평소 예술에 관심이 컸다. 그는 13년째 트럼펫을 불면서 `닥터심벌즈`의 회원으로 무대에 서기도 한다. 문화 사역자로서 큰 호흡을 하고 있는 박 원장은 "김해 지역사회에 문화 인프라를 만들고 실제적인 문화의 향기를 드리우는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한다. 앞으로 지역사회 구성원들은 은석문화회관을 중심으로 펼쳐질 문화예술의 글과 향기가 어떤 모습으로 가슴이 와닿을지 관심이 크다. 박 원장이 말하는 "은석문화회관을 은혜로운 반석으로 만들겠다"는 데서 울림은 한없이 퍼져나갈 것을 쉽게 짐작할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