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23:54 (목)
초록은 동색이다
초록은 동색이다
  • 이우진 지방자치부 부국장
  • 승인 2020.12.28 2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우진지방자치부 부국장
이우진지방자치부 부국장

초색과 녹색을 합해 초록이라 하듯이 서로 같은 무리끼리 잘 어울린다는 뜻으로 `초록은 동색`을 쓴다. 즉 명칭은 다르나 따져보면 한가지 것이라는 말로서 이와 유사한 표현으로 가재는 게 편이요, 솔개는 매 편이요, 초록은 한 빛이라는 속담과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는 사자성어가 있다.

`춘향전` 중에서 변 사또의 생일날, 암행어사가 된 이몽룡이 출두해서 변 사또와 그 지방 탐관오리들을 모두 잡아넣고 춘향이를 불러 "너는 기생 딸인데 왜 본관 사또의 청을 듣지 않았느냐?"고 물으니 "저는 기생도 아니고, 또 이미 지아비가 있습니다. 그래서 사또의 청을 들을 수 없었습니다"고 대답했다. 이에 몽룡이 "나는 지나가는 어사이니, 내 청을 거절하겠느냐?" 하니 춘향이 왈 "초록은 동색이요, 가재는 게 편이라더니 양반들은 다 똑같은가 보우! 차라리 내 목을 베시오!"라는 대사가 나온다.

지금 거창은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 이전 협상을 두고 집행위와 군, 군의회, 시민단체가 서로 다른 대립의 양상으로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지난 3일에는 거창YMCA 시민 사업위원회가 기자회견을 열고 거창군과 집행위 간 협상을 `밀실거래`라고 비판하면서 주민 눈높이에 맞는 수준으로 결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오직 연극을 위해 존재했던 초심은 사라지고 돈과 문화, 권력으로 얼룩진 만신창이가 됐다며 싸움의 당사자가 된 군과 기득권을 내려 놓지 못하는 집행위 모두 거창군민의 눈에 마땅치 않다고 지적했다.

이런 논란 속에 군은 지난 7일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 이전 관련 대군민 담화문을 발표했다. 그간 분쟁의 대상이었던 연극제 상표권을 10억 원에 이전받기로 집행위와 합의서를 체결하고, 집행위는 관련 소를 취하했다고 전했다.

거창국제연극제는 30여 년간 거창군 대표 축제로 자리매김했으나 예산집행 과정의 불투명, 단체 내분, 감사 등으로 수년간 지역 내 갈등을 빚어왔고 이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구인모 군수는 후보시절부터 `거창국제연극제 정상화`를 공약으로 선정했고, 민선 7기 출범 이후 정상화를 위해 군, 문화재단, 집행위 3자 간 업무협약을 체결코자 했으나 의견 차이로 체결치 못하고 지난 2018년 12월 24일 상표권 감정평가를 통해 이전 가격을 결정하기로 하고 1년 반이라는 긴 시간 법정공방을 펼쳤고, 5차례의 변론 끝에 지난달 13일 법원은 군은 집행위에 17억 3500여만 원을 지급하라는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군의회는 군이 10억 원에 집행위와 합의서를 체결한 것은 사전 협의와 군민과의 소통 없이 결정된 결과라며 제253회 정례회 제2차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거창국제연극제 상표권 매입비 10억 원과 소송변호사 착수금 5500만 원을 전액 삭감했다.

이제 거창군은 군의회, 집행위와 시민단체 아울러 군민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정당성과 타당성을 입증해 보여 초록은 동색이 될 수 있도록 서로가 합의점을 모색해 연극제 도시로서의 명성 회복과 `더 큰 거창도약, 군민 행복시대`를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