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05:16 (금)
2020년 끝맺음 잘하기
2020년 끝맺음 잘하기
  • 하성재
  • 승인 2020.12.28 20: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시론하성재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매일시론하성재선한청지기공동체 대표굿서번트 리더십센터 소장

2020년의 끝자락에 서 있다. 코로나 팬데믹으로 올 한해 정말 고생이 많았다. 그리고 이제 며칠 지나면 한 해를 마감하고, 2021년의 문을 열고 새 출발을 하게 된다. 2021년 신축년(辛丑年)을 시작하기 전에, 끝맺음을 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이 끝맺음을 잘하는 것(Finishing Well)은 리더십에서 중요한 과정으로 배운다. 특히 밥 버포드가 같은 제목의 책을 써서 더 유명하다. 그런데 끝맺음을 잘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생각보다 쉽지 않다. 필자가 강의 때마다 주로 인용하는 `대모소 이야기`를 함께 나누면서 끝맺음에 대한 생각들을 해봤으면 좋겠다.

중국 극동지방에 자라는 `모소`라는 대나무는 씨앗을 심고 싹을 틔어 정성을 들여도 4년 동안 평균 3㎝밖에 자라지 않는다. 이 대나무는 4년 동안 겉으로 자신의 면모를 드러내지 않고 뿌리만을 키운다. 하지만 이 대나무는 5년째 되는 날부터 하루에 무려 30cm가 넘게 자란다. 그렇게 6주 만에 15m 이상 자라고 그 주변이 울창한 대나무 숲이 된다. 6주 만에 15m 이상 자라는 대나무가 되기까지는 4년이라는 긴 세월이 있었다. 나무는 천천히 자란다고 나무라지 않는다.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모소`라는 대나무를 통해서 `숨어서 자신을 은밀히 키울 줄` 아는 지혜를 배운다. 지혜는 자신을 어느 기간 동안 감출 줄 아는 데 있다. 적절한 감춤과 은밀한 성장과 인내가 지혜다. 대나무는 때가 충분히 차기까지 기다릴 줄 안다. 그런데 우리는 조급하다. 서둘러 결과를 보려고 한다. 과정을 무시한 채 과속하려고 한다. 하지만 과정을 무시하고 과속하는 것은 참으로 위험한 일이다.

서서히 그리고 올바로 자라야 오래간다. 물론 감추는 데에만 초점이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감추며 미래를 준비하고, 자신을 감추며 은밀히 그리고 서서히 성장하는 데 지혜가 있다.

대나무는 보이지 않는 뿌리를 잘 가꿀 줄 안다. 근본을 잘 세울 줄 안다. 대나무는 먼저 아래로 자라는 지혜를 가졌다. 위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먼저 아래로 잘 자라야 한다. 나무가 견실하게 자라기 위해서는 뿌리를 깊이 내릴 줄 알아야 한다. 뿌리 깊은 나무는 흔들리지 않는다.

대나무 속은 비어 있다. 대나무가 비어 있기에 아름다운 소리를 내는 피리를 만들 수 있다. 비움이 있기에 아름다운 음악이 만들어지고, 비움이 있기에 유연하다. 유연함이 지혜다. 대나무는 유연하기에 폭풍우에도 부러지지 않는다.

또한 뿌리가 서로 연결돼있어 폭풍우에도 쓰러지지 않는다. 딱딱하면 부러진다. 너무 고개를 높이 들면 공격을 받는다. 유연하고 머리를 숙일 줄 아는 것이 지혜이다. 유연하게 머리를 숙이는 것은 비굴한 것이 아니다. 더 아름다운 미래를 위해 겸양의 덕을 쌓는 것이다.

대나무를 관찰해보면 그냥 성장하는 것이 아니라, 매듭을 지으면서 성장하는 것을 본다. 지혜로운 사람은 매듭을 지으면서 성장하는 사람이다. 매년 한 해, 365일이라는 선물을 받는 이유는 지나간 한 해를 잘 매듭짓고 새롭게 성장하라는 것이다.

`매듭짓기`는 무엇을 의미할까? 물론 사람마다 다를 것이다. 용서해야 할 사람을 용서함으로 매듭을 지을 수 있다. 화해할 사람들과 화해함으로 오해와 갈등을 매듭지을 수 있고, 악연을 끊으므로 매듭지을 수도 있다. 더 이상 입지 않는 옷이나 사용하지 않는 물건들을 나누고 버리고 비움으로 매듭을 지을 수 있다. 나쁜 습관을 버리고 좋은 습관을 선택함으로 매듭을 지을 수 있다.

떠나야 할 과거를 과감하게 떠남으로 매듭을 지을 수 있다. 과거에 집착하지 말자. 과거는 결코 돌이킬 수 없다. 우리가 장차 머물 곳은 과거가 아니라 미래이다. 물론 과거에 받은 고마움과 소중한 교훈과 지혜는 간직해야 한다. 하지만 도움이 안 되는 과거는 과감하게 떠나야 한다. 심지어 과거 성공에 대한 집착도 내려놓아야 한다.

그래야 새로운 역사가 시작된다. 2020년 `Finishing Well` 하시고 2021년 `Starting Well` 하시기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