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를 보내면서
한 해를 보내면서
  • 이광수
  • 승인 2020.12.27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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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소설가
이광수소설가

경자년 한 해도 나흘 후면 과거라는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올해는 인류를 죽음의 공포로 몰아넣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얼룩졌다. 3차 대유행으로 확산되고 있는 역병은 생사람을 영어의 신세로 옭아매고 있다. 여러 제약회사에서 치료제와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접종에 따른 부작용이 해소되지 않아 문제다.

코로나가 세계적인 이슈였다면 국내적으로는 사법개혁의 광풍이 몰아쳤다. 다수당의 힘으로 사법개혁을 밀어붙이려는 현 정부와 그 저의가 의심스럽다며 저지하려는 야당과의 세 대결은 극과 극을 치닫고 있다. 집권당의 검찰총장 찍어내기 무차별 공세는 법무부의 정직 2개월 중징계 처분으로 승기를 잡는 듯했으나, 검찰총장이 불복해 제기한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법원이 인용함으로써 원점으로 되돌아가게 됐다.

조선시대 왕의 권력전횡을 견제하는 언론간쟁기관인 사헌부는 형조와 대립하며 당파싸움의 수단으로 악용돼 당쟁의 제물이 되기도 했다. 사헌부는 왕의 인사권 감시와 척신들의 비리는 물론 관료들의 비위까지, 국정전반을 감찰하는 막강한 권한을 행사했다.

이에 따라 자기당파의 이익보호를 위해 삼사(사헌부, 사간원, 홍문관)의 자기사람심기싸움은 치열했다. 그런데 우주를 정복하고 AI가 세상을 지배하는 초현대사회가 된 지금까지도 이조 500년의 구태를 답습하고 있으니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비는 그의 명저 `<역사의 연구(The Study of History)>`에서 인류문명의 흥망성쇠는 `도전과 응전, 창조적 소수자와 지배적 소수자, 내적 프롤레타리아와 외적 프롤레타리아의 대결과정`이라고 했다. 이는 인류역사는 정(正: 테제)과 반(反: 안티테제)의 대결구도가 치열하게 전개된 과정 속에서 절묘한 타협점을 찾아 `정반합`이라는 상생화합의 길로 나아가야 공존 공영할 수 있음을 말해준다.

왕정시대는 일극 중심의 권력체제로서 군주의 현덕(賢德) 여부에 따라 정파 간의 갈등이 어느 정도 완화됐지만, 민주주의 시대엔 국민의 참정권행사에 의해서 권력투쟁이 통제된다. 고금을 막론하고 민중의 고통과 정치집단의 권력싸움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정치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초죽음상태에 빠진 민심은 외면한 채 오직 자신들의 권력유지와 집권야욕으로 정쟁에만 몰두하고 있으니 통탄할 일이다.

주역 천택리괘의 단사는 `호랑이가 꼬리를 밟힐지라도 사람을 물지 않으니 형통하다`고 해석한다. 호랑이 꼬리를 밟으면 당연히 잡아먹혀 죽을 텐데 왜 죽지 않는다고 했을까. 이는 대상전의 해석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위로 하늘이 있고 아래에 연못이 있는 것은 이(履)가 드러난 모습이니 군자는 그 이치를 깨달아 위와 아래를 잘 분별해 백성의 뜻을 안정시킨다`고 했다.

이를 공자 논어 계씨(季氏) 편의 `군자유구사(君子有九思)`에서 더 자세히 살펴보자. `볼 때는 밝은 면을 먼저 생각하고(시사명視思明), 들을 때는 귀 밝음을 먼저 생각하고(청사총聽思聰), 얼굴표정은 온화함을 먼저 생각하고(색사온色思溫), 몸가짐을 할 때는 공손함을 먼저 생각하고(모사공貌思恭), 말할 때는 진실함을 먼저 생각하고(언사충言思忠), 일할 때는 삼감을 먼저 생각하고(사사경事思敬), 의심스러울 때는 물음을 먼저 생각하고(의사문疑思問), 분할 때는 어려움을 먼저 생각하고(염사난念思難), 얻음을 보면 마땅함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견득사의見得思義)`고 했다.

이처럼 군자(리더)는 아무리 힘 있는 자리(천택리괘 구5효, 중정)에 있더라도 국사나 일 처리 시 아래위를 잘 살펴 색색(두려하고 또 두려워함)하면 종길(끝내는 길함)해 화를 당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지금 우리가 처한 경색된 정국의 해법은 예(禮: 理致, 事理)의 치도를 궁행하는 지도자의 용단에 달려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리더 없는 나라가 존재할 수 없듯이 백성 없는 나라 또한 존재할 수 없다. 사람은 땅을 밟고 하늘을 우러러보며 삼재(三才: 하늘, 땅, 사람)의 한 부분으로 존재할 뿐이다.

새해에는 몹쓸 역병이 사라져 정상적인 일상이 회복되고, 대결과 갈등보다 양보와 배려로 화합하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어둠의 장막이 걷힌 밝고 희망찬 신축년 새해를 간절히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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