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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막신 장수와 짚신 장수 어머니
나막신 장수와 짚신 장수 어머니
  • 윤석홍
  • 승인 2020.12.23 23: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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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홍함양군 농축산과 농업지원담당
윤석홍함양군 농축산과 농업지원담당

옛날에 두 아들을 둔 어머니가 있었는데 첫째는 나막신 장수이고 둘째는 짚신 장수였다. 어머니는 날이면 날마다 걱정이 끊이지 않았다. 맑은 날이면 나막신 장수인 큰 아들의 장사가 안될까 걱정이 되고, 비가 오는 날이면 짚신 장수인 작은 아들의 짚신이 안 팔리기 때문이다. 날씨가 좋으나 궂으나 두 아들 걱정에 어머니는 한숨과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올해를 포함한 최근 3년간은 예년에 비해 심각한 수준의 폭염, 태풍, 장마 등 기상재해로 농업에 큰 피해를 줬다. 특히 올해는 함양군에서만 봄철 저온피해가 390농가 300㏊, 지난 7~8월 지속된 강우로 901농가 105㏊, 3개의 태풍으로 702농가 119㏊ 피해가 발생했다.

재해 복구를 위해 우리 군에서 긴급히 예비비를 편성해 재난지원금을 지원했지만 한해 농사를 망친 농부에게는 턱없이 부족할 것이다. 불행 중 다행으로 농작물 재해보험에 가입한 농가가 3년 전과 비교하면 건수는 86%, 면적은 60%로 증가해 보상을 받고 있다.

농작물 재해보험은 농가의 경영 불안을 해소해 소득안정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 2001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의 정책으로 시군에서 예산을 편성해 보험료의 최대 90%까지를 지원해 주고 있는 사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의 농작물재해보험 가입률이 38.9%로 다소 저조한 모습이다. 이것은 보험사인 농협손해보험이 산정하는 보장금액과 농민이 체감하는 실제 피해 금액의 차이가 큰 것이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게다가 전년에 보장받은 농가는 보험료를 할증하거나 보장 비율을 낮추는 것도 문제로 지적됐다. 이 밖에도 낮은 가입률에 대해 농작물재해보험의 비합리성을 개선해야 한다.

두 아들을 걱정하던 나막신 장수와 짚신 장수의 어머니는 비가 오면 나막신 장사를 하는 첫째가 돈을 많이 벌 것이고, 맑은 날이면 짚신을 파는 둘째 아들이 돈을 잘 잘 벌 것이기 때문이다.

두 아들의 어머니처럼 농부도 생각을 바꾸어보자. 비록 보상금액이 기대에 다소 미치지는 못하지만 보험에 가입하면 예측 불가로 찾아오는 기상재해 피해에 대처할 수 있고 어려운 상황을 이겨낼 힘도 생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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