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7 08:02 (수)
기타(Guitar)는 왜?
기타(Guitar)는 왜?
  • 하태화
  • 승인 2020.12.22 23: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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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화수필가/사회복지사
하태화수필가/사회복지사

오케스트라(Orchestra)라는 말은 `여러 기악 연주자들의 집합체`라고 정의한다. 하지만 기악이라 해서 아무 악기나 오케스트라에 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일종의 불문율과 같은 것이 존재하는데, 클래식 곡을 연주하는 교향악단 즉, `심포니 오케스트라`는 현악기군, 목관악기군, 금관악기군 그리고 타악기군의 네 가지 악기군을 갖추고 있어야 하고, 각 악기군의 악기 구성과 악기의 자리 배치는 일반화된 관행을 따라야 한다.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고 정해 둔 것은 아니지만 심포니 오케스트라 업계의 반항아가 되지 않으려면 기존의 형태에서 벗어나지 않아야 한다.

방송국에도 오케스트라가 있다. `관현악단` 혹은 `팝스 오케스트라`라고 부른다. 그런데 클래식을 연주하는 심포니 오케스트라와 대중가요의 반주를 위한 방송국의 팝스 오케스트라는 악기 구성에서부터 차이가 난다.

클래식과 실용음악이라는 장르 때문일까. 이런 것을 보면 같은 오케스트라의 영역에서도 다른 계통이 분명 존재한다. 정통파가 있고 실용파가 있으며 퓨전파도 있다. 이들은 각기 자기 방식의 길을 가고 있는 것이니 이것을 독자 생존이라고 해야 할지 공존이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어쩌면 서로를 비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정통을 외면하는 이단들이` 혹은 `시대의 흐름도 모르는 꼰대들이` 하면서 말이다. 정통을 버리고 상업적으로 성공을 하느냐, 대중성은 낮더라도 정통을 고집하느냐는 그 집단의 가치관에 달려있겠지만, Andre Riew의 공연 영상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 든다.

심포니와 팝스, 두 오케스트라에 공통으로 사용하는 악기가 있다. 바이올린이나 첼로, 트럼펫 등이 그렇다. 그런데 전혀 다른 악기도 있다. 심포니에서는 심벌즈, 트라이앵글, 실로폰, 팀파니 등이 있는 반면에 팝스에는 드럼과 기타, 색소폰이 등장한다. 이들 악기는 왜 서로의 영역에 들어가지 못하는 것일까.

오케스트라의 악기 구성에 대한 국제법이 있는 것도 아닌데 어느 나라의 영상을 보든지 한결같다.

그래도 팝스는 심포니보다 많이 개방된 듯하다. 가끔은 아주 특별한 음색의 새로운 악기도 등장하고 음악의 장르에 맞추어 같은 계열의 다양한 악기가 등장하니 말이다.

그런데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현악기를 가만 보면 아주 특이한 것이 있다. 구성된 현악기에는 전부 활로 현을 문질러 소리를 내는 `찰현악기`만 있을 뿐, 손가락으로 줄을 튕겨서 내는 `발현악기`는 없다. 있다면 하프가 유일한데 이것마저도 항상 등장하지는 않는다.

기타(Guitar), 기타에도 여러 종류가 있지만, 일렉트릭 기타는 그렇다 치더라도 정통 클래식을 연주하는 클래식 기타조차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들어가지 못한다. 단지 음량이 적다는 이유만일까, 아니면 대중음악에 주로 사용되는 밴드 악기이므로 고상함을 추구하는 심포니에 들어오면 안 된다며 배척하는 것일까.

"너는 우리처럼 고상하지 못해. 현악기인데 우리와 달리 이상하게 프렛이 있잖아. 그리고 우리처럼 활도 없어. 우리는 찰현악기로 아르코(Arco) 주법이라 지속음을 낼 수 있지만 너는 손가락으로 줄을 퉁겨 소리를 내고 그 소리도 오래가지 못해. 그런 음색은 우리와 맞지 않고 그런 방법으로 소리를 내는 것은 그냥 싫어. 비슷하게 생겼지만 우리와는 근본이 달라. 그러니 너는 우리가 있는 곳에 오면 안 돼" 이러고 있는 것 같다.

이런 기득권 의식과 집단 이기주의가 심포니에 새로운 악기가 들어오는 것을 원천 봉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떤 심포니 오케스트라에서 `기타는 멋진 소리를 내는 악기이므로 오케스트라에 넣을 거야`라며 기타가 들어간 상태로 연주회를 했다면 그 오케스트라는 기득권 세력에 의해 비정통 집단으로 치부되고, 자신들의 수준을 과소평가했다는 관객으로부터도 배척되는 운명을 맞을지도 모른다.

기타와 심포니 오케스트라의 관계, 비단 이 세계에서만 그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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