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5 21:47 (목)
"1년 버텼는데 감염되면 억울하잖아요"
"1년 버텼는데 감염되면 억울하잖아요"
  • 김중걸 편집위원
  • 승인 2020.12.16 22: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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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중걸편집위원
김중걸편집위원

"지금까지 이렇게 오래 살았는데 이제 와 죽으면 무슨 소용입니까? 안 그래요"

지난 8일(현지 시각) 세계 최초로 화이자(Pfizer)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한 영국 런던 길거리에서 우연이 TV 인터뷰를 한 마틴 케년(91)씨가 한 말이다. 세계 최초로 화이자 코로나19 백신을 접종한 영국인은 마거릿 키넌(90) 할머니이다.

두 번째 접종자는 윌리엄 세익스피어(81) 씨다.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 접종자에게 언론 등 세계의 이목이 쏠려야 하지만 런던 길거리에서 우연이 인터뷰를 한 케년 할아버지가 인터넷을 평정했다.

세계 최초 코로나19 백신 접종 상황을 생중계 리포트를 준비한 CNN의 시릴 배니어 기자는 마틴 케년 할아버지에게 마이크를 내밀었다.

케넌 할아버지는 기자의 질문에 답하면서 영국인 특유의 간접화법 즉 `대단히 대단한 일도 대단히 별것 아닌 것처럼 말하기`의 정수를 보여줬다. 할아버지는 "이제 이 망할 병(코로나19)만 안 걸리면 좋겠네요, 나는 걸릴 생각이 없습니다. 손녀딸들이 있는데 오래오래 살아서 크는 걸 보고 싶어요"라고 말했다.

할아버지 역시 코로나19로 오랫동안 손주들을 만나지 못했다. "이제 와 죽으면 무슨 소용입니까?"라고 말한 할아버지의 인터뷰 마무리가 심장을 친다. 그렇다. 1년 가까이 힘들게 버텨 오다 지금에서야 감염되면 억울하지 않은가? 수개월 후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다 된 밥에 재를 뿌리는 형국`이 되면 얼마나 억울할까? 코로나19 발생 초기 공적 마스크 사기, 가족 친지와 생이별 등 고단했던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지금에 와서 감염될 수는 없다.

집단감염사태를 빚은 진주시의 거리두기 2단계 시행에 이어 부산시도 서울에 이어 지난 15일부터 거리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됐다.

시행 첫날인 부산은 황량한 도시로 변모했다. 이날 오전 0시부터 거리두기가 강화돼 헌팅포차, 감성주점 등 유흥시설 5종과 함께 실내체육시설, 노래연습장 등이 집합이 금지됐다. 그나마 오후 9시까지 문을 열었던 헬스장 곳곳은 이날부터 아예 문을 닫았다.

2.5단계의 경우 사우나, 찜질방 시설은 아예 문을 닫아야 한다. 목욕탕은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었지만, 확진자 동선에 목욕탕이 종종 포함돼 거리두기 격상과 무관하게 오래전부터 손님들의 발걸음이 끊겨 업주들은 자포자기 심정이다.

충북 증평의 한 목욕탕을 고리로 번지기 시작한 코로나19는 빠르게 확산 중이다. 증평군 경계를 넘어 청주로 확산돼 불과 사흘 만에 12명이 연속감염되고 전북 김제시 한 요양원에서도 62명이 집단 감염되는 등 경기도 부천, 부산 등 요양병원 연관 연쇄 감염이 끊이지 않는 등 코로나19 감염 안전지대는 없다.

중앙방역대책본부는 지난 15일 "방역당국이 코로나19 유행을 파악 관리한 이래 가장 많은 규모의 사망자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14일 하루 동안 코로나19 사망자는 총 13명이다. 지난 1월 20일 국내 첫 확진자 발생한 이후 하루 사망자가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처음이다.

미국 농무부는 지난 15일 야생 밍크 확진을 확인했다. 농장에서 키우던 밍크, 집에서 기르던 고양이와 개, 동물원 호랑이 확진은 있었으나 야생동물 확진은 처음이다. 사람에 이어 동물도 감염되고 있다.

1년 동안 거리두기 등 감염병 예방 수직을 강조했으나 연말을 앞두고 빚어지고 있는 집단감염 사태를 볼 때 형식에 그친 것 같아 답답하다. 국내 확진자는 12일 1030명에 이어 14일 880명에 이르는 등 15일 0시 기준 누적 확진자는 4만 4364명, 사망은 600명이다.

전 세계 확진자는 지난 15일 현재 7100만 8421명이며 사망자는 160만 8064명이다.

이제 와서 죽을 수는 없다. 터널 끝에 빛이 보인다. 하지만 경계를 늦춰 서는 안된다. 잠시 멈추는 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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