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봉사 한 길 21년째… 소외 이웃과 평화를 품다
의료 봉사 한 길 21년째… 소외 이웃과 평화를 품다
  • 조성태ㆍ김용락 기자
  • 승인 2020.12.02 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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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이 사람

김기홍 원장( 밀양 삼세한의원 )

1999년부터 백태욱 원장과 활동

월 1회 오순절 평화의 마을 방문

100여 명 노인 침술ㆍ뜸 치료 진행

친밀감 형성 위해 가운 벗어 던져

밀양지역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도

법무부 법사랑 연합회장 등 맡아
 

김기홍 원장(왼쪽)이 밀양 삼랑진에 위치한 오순절 평화의 마을 사랑의 집 3층에서 무릎이 좋지 않은 거주인에게 침 치료를 하고 있다.
김기홍 원장(왼쪽)이 밀양 삼랑진에 위치한 오순절 평화의 마을 사랑의 집 3층에서 무릎이 좋지 않은 거주인에게 침 치료를 하고 있다.

“안녕하세요.” 지난달 25일 밀양 삼랑진에 위치한 복지시설 ‘오순절 평화의 마을’에 김기홍 삼세한의원 원장(59)이 방문하자 반기는 거주인들의 목소리는 사뭇 밝다.

‘오순절 평화의 마을’은 고 오수영 신부가 34년 전 설립한 사회복지시설로, 부산ㆍ밀양지역 노숙인ㆍ장애인ㆍ노인 등 소외된 이웃 350여 명이 한 가족을 이뤄 생활하는 곳이다.

이날은 평화의 마을 거주인들을 대상으로 매월 진행되는 의료 봉사활동 날이다. 곧이어 의료봉사단이 시설로 들어오자 거주인들은 하나 둘 모여든다.

“잘 지내셨냐”는 안부 인사부터 “몸이 괜찮아졌다”, “무릎이 아픈데 어떻게 해야 하나” 등 감사 표현과 질문도 이어진다. 침통을 들고 있는 중년의 한의사 2명은 저마다 이름을 불러주며 살갑게 이야기를 나눈다.

(왼쪽 두번째 부터)김 원장과 박기흠 신부, 백태욱 원장이 의료 봉사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왼쪽 두번째 부터)김 원장과 박기흠 신부, 백태욱 원장이 의료 봉사를 마치고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김기홍 원장과 백태욱 원장(66ㆍ우성한의원)은 제대로 병원조차 갈 수 없는 이들을 돕고자 뜻을 모아 지난 1999년 12월 처음 이곳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시작, 지금까지 21년 동안 한차례도 빠짐없이 방문해 환자들을 보살피고 있다.

이날 두 원장은 코로나19 방역 수칙에 따라 발열체크와 명부작성을 하고 마스크를 착용한 채 의료 봉사활동을 진행했다.

먼저 사랑의 집 3층을 찾은 김기홍 원장. 오순도순 모여 있던 여성 거주인들이 김 원장과 의료진을 살갑게 반긴다. 이후 의료진의 지도 아래 진료부를 받고선 허리, 어깨, 무릎 등 저마다 아픈 부위별로 자리를 잡는다.

허리가 안 좋은 거주인들은 일렬로 엎드렸고, 무릎이 좋지 않은 거주인들은 뒤쪽 소파에 앉아 진료를 기다리며 이야기 꽃을 피웠다. 이윽고 김 원장은 한 명 한 명 아픈 곳을 묻고 침술과 뜸 치료를 진행했다. 시설 내부로 쑥뜸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

오순절 평화의 마을에 수용 중인 장애인ㆍ노숙인들은 서로를 ‘가족’이라 부른다. 저마다 아픔이 있기에 김 원장이 이들과 친해지기까지는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김 원장은 “처음 의료 봉사를 시작했을 때는 다소 거리를 두는 것이 느껴졌다. 당시 의사 가운을 입고 있었는데, 가운을 입은 복장이 외부인처럼 보여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이후 일상복을 입고 진료를 가니 경계심을 허무는 것에 도움이 됐고 이제는 정말 한 가족 같다”고 말했다.

허리가 좋지 않은 거주인을 진료하고 있는 김 원장.
허리가 좋지 않은 거주인을 진료하고 있는 김 원장.

20여 년간 빠짐없이 진행하던 의료 봉사활동은 올 초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잠시 중단된 적 있다. 지금도 계속되는 코로나 시국에서 김 원장은 방문 자체가 조심스럽다.

김 원장은 “지난 2월께 시설 쪽에서 혹시 모를 상황에 대비해 의료봉사를 중단시켰던 적이 있다. 당시 몇 달간 평화의 마을 가족들을 못 만나니 오히려 건강이 걱정됐다. 지금은 다소 상황이 나아지고 방역대책이 수립되면서 다시 봉사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진료 과정에서 최대한 말을 아끼고 마스크를 필히 착용한다”고 말했다.

3층 여성 거주인의 진료를 끝낸 김 원장과 백 원장은 2층으로 이동해 남성 거주인들을 살폈다. 남성 거주인들도 이들은 기다린 듯 환영하며 궁금한 점을 묻고 진료를 받았다.

이날 침을 맞은 한 거주인은 “우리를 위해 매번 힘든 걸음을 해 주시는 의사 선생님들에게 고맙다”며 “치료를 받으면 아픈 곳이 많이 괜찮아 진다”고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오순절평화의마을 박기흠 신부는 “두 원장님은 아주 오랫동안 평화의 마을 가족들에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도움을 주고 있다”며 “지난 21년간 매월 평일 본업을 제쳐두고 대가 없이 이웃을 위해 나눌 수 있는 마음가짐 하나만으로 이곳을 찾아와 봉사해주셔서 언제나 감사하다”고 말했다.

김기홍 원장은 무료 의료봉사 이외에도 밀양지역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현재 밀양 법무부 법사랑 연합회장, 밀양지방법원 조정위원, 밀양 얼음골 동의제 집전 위원회 위원장 등을 맡고 있으며, 밀양 삼문동 청년회 초대 회장, 밀양 라이온즈 46대 회장 등을 역임했다.

이들 단체에서 꾸준히 지역 발전을 위해 봉사활동을 펼친 결과, 경남도지사 표창, 검찰총장 표창, 법무부장관 표창, 대한한의사협회 회장 표창 등 수상도 이어졌다.

김기홍 원장은 “어느덧 20여년 간 이곳에서 의료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데, 저 자신도 평화의 마을 가족들로부터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어가고 있어 감사하다”며 “백태욱 원장과 함께 앞으로도 계속해서 지역 소외 이웃을 돕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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