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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호동양학 소고
강호동양학 소고
  • 이광수
  • 승인 2020.11.29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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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건국대학교 석좌교수인 조용헌 박사는 최근 한 칼럼에서 `자본과 사회과학 세대에 빠진 부분이 강호동양학이다. 적어도 50세 정도부터는 강호동양학을 공부해 놓아야 나이 들어서 외롭지 않다. 강호의 4대 과목은 사주(명리), 풍수, 주역, 보학이다`고 했다. 동양학은 강단(講壇)동양학과 강호(江湖)동양학으로 구분하여 논한다. 강단동양학은 대학 강단에서 정식학과목으로 강의하는 동양학이다. 강호동양학은 강호제현과 민초들 사이에서 주로 유통되는 전래 동양학으로 재야동양학으로 불린다. 강호동양학 4대 과목인 사주(四柱:명리), 풍수(風水), 주역(周易), 보학(譜學)은 강단동양학 범주에 든 과목도 있고 그렇지 못한 과목도 있다. 주역과 보학, 풍수는 어느 정도 강단동양학의 지위를 확보해 대학원 대학에서 정식 커리큘럼으로 학위까지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사주명리는 아직까지 강호동양학의 범주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사주 명리도 엄격히 따지면 주역상수학과 각종 전래 민간산술(점술)이 결합된 운명철학이다. 주역의리학파는 오행을 접목한 상수역을 혹세무민하는 산술로 폄하하고 있어 사주도 그런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풍수는 80년대 후반 최창조 교수가 등장하면서 학문적 영주권(강단동양학)을 어느 정도 부여받았다. 그동안 혹세무민하는 잡술로 치부되다가 `바람과 물`에 바탕을 둔 고유한 생태철학으로서의 인식이 바뀌면서 생태주의자, 건축가, 미학연구자에게 주목받게 되었다. 요즘 고급 빌라나 아트숍 등을 중심으로 풍수인테리어가 유행하고, 공공시설물 건축 시에도 풍수사의 자문을 받아 입지를 선정하기도 한다. 필자도 얼마 전 문중묘원건립 시 풍수사의 자문도 받고 필자가 나름대로 습득한 풍수이론을 적극 활용한바 있다. 풍수의 경우 명리나 주역에 대한 선험연구 없이 임상경험을 밑천삼아 패철과 지기 탐지기에 의존해 음택(묘지)과 양택(건물)을 보는 어중이떠중이 반풍수가 많아 문제다. 주역은 육경의 하나로 대학 철학과와 대학원 대학에서 강의하고 있어서 논의를 생략한다.

아직 산술로만 치부해 강단동양학의 지위를 얻지 못한 것이 사주명리다. 추명학으로 불리는 명리는 온갖 전래 중국의 산술(점술)과 주역 상수역, 전래 토속 신살론 등이 접목 가첨되어 혹세무민의 대명사가 되었다. 필자 역시 처음 명리에 입문해 독학으로 공부하다가 지명도가 있다는 명리술사의 강의를 들었으나 강의내용에 실망해 명리고전들을 구해 탐독했다. 주역과 마찬가지로 강호동양학도 어느 정도 한자의 독해력이 뒷받침 돼야한다. 원서를 해석한 책들도 번역내용이 부실해 원전과 대조해 보면 엉터리 의역이 수두룩하다. 한자는 품사의 구분이 모호해 어조사나 여러 품사가 문장구조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기 때문에 이해하기 어렵다. 이게 바로 표의문자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명리를 공부하려면 여러 명리술사들이 자기 생각을 가미해 제멋대로 해석한 책을 사보면 혼란스럽기만 하다. 먼저 연해자평을 일독한 후, 자평진전, 적천수, 궁통보감을 읽고, 명리정종, 명리약언, 삼명통회까지 잘 번역된 원전 해설서를 읽어야만 명리의 본류를 정통으로 이해할 수 있다. 여기에 풍수와 밀접한 구성과 기문, 점술의 진수라는 육효와 육임에 정통해야만 비로소 명리대가라 칭할 수 있다.

보학은 양반가문의 가족사, 문중사로서 조선시대 명망 있는 재야학자가문에서 생산한 가보는 우리나라 전통유학사상과 가풍 및 당시 문물을 엿볼 수 있는 귀한 기록물이다. 필자가 보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고려개국공신 사대화벌(四大華閥)인 전의이씨(全義李氏) `창원문중천년사`를 집필하면서다. 그 후 우리나라성씨본관 4,197개의 시조와 문중사에 흥미를 느껴 보학관련 기본서인 조선씨족통보, 전고대방, 사마방목, 국조방목, 조선유학사, 보첩 등을 두루 섭렵했다. 이처럼 우리민족의 정서가 녹아있는 강호동양학이 당당하게 강단동양학의 지위를 확립함으로써, 우리고유의 전통문화콘텐츠로 계승 발전시키는 좋은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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