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0 03:12 (토)
김해 신공항 추락의 비가
김해 신공항 추락의 비가
  • 류한열 편집국장
  • 승인 2020.11.20 0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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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관문공항 입지 시험에서

최고 점수 받고도 떨어져

 김해 신공항이 추락하면서 가덕도 신공항이 곧바로 뜨고 있다. 김경수 지사는 지난 18일 24시간 운항이 가능한 동남권 신공항을 추진해야 한다며 가덕도가 신공항의 가장 좋은 대안이라고 도의회에서 밝혔다. 부산ㆍ울산ㆍ경남지역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7명은 이날 국회에서 가덕신공항 특별법을 공동 발의할 것을 제안했다. 김해 신공항 반대 범시민대책위 등은 같은 날 김해시청 프레스센터서 김해 신공항안(案) 폐기는 민심의 승리라고 흥분했다. 수조 원이 드는 국책사업인 김해 신공항안이 정치적 논리에 따라 폐기됐다고 봐야 한다. 짜놓은 각본을 보는 것 같다. 국무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가 "김해 신공항은 상당 부분 보완이 필요하다"는 근거가 별로 없는 말에, 태풍의 길목이라 위험한 가덕도에 신공항이 들어서는 것을 기정사실화로 몰아붙이는 솜씨가 예술이다.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내세우는 모양새를 보면서 펼쳐지는 상황을 정치 논리로 설명할 수밖에 없다.

 김해 공항을 확장하는 김해 신공항안은 4년 전 동남권 신공항 사업 타당성 용역을 맡았던 프랑스 입지 선정 전문 기관인 ADPi(파리공항공단엔지니어링)는 압도적인 점수 차이로 결정했다. 동남권 신공항은 김해 공항을 확장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ADPi에서 받은 총 점수를 보면 김해 1등, 밀양 2등을 했고 가덕도는 꼴찌를 했다. 여기서 질문 하나. 한 반에서 꼴찌 하던 친구가 수능에서 최고 점수를 받으면 의심이 들지 않나? 시험지를 빼돌렸든지, 수능관리위원회(가칭)에 아버지 친구가 있든지,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다. 아무리 생각해도 경남도민의 입장에서는 열 받는 일이다. 좋은 점수를 받았는데 턱없는 이유를 들어 순위를 바꾸면 공정은 공염불일 뿐이다.

 김해 신공항 백지화를 되돌릴 수 있는 방법은 별로 없어 보인다. 벌떼같이 일어나 가덕도 신공항 건설에 목을 매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예비타당성 조사를 생략하는 특별법을 올해 안에 처리할 태세다. 법안은 이미 만들어져 있다고 한다. 신공항을 가덕도로 가져가려고 연구용역비도 예산에 편성해 놓았다고 한다. 혹시 여당과 정부가 내년 4월 부산시장 선거를 의식해 시민에게 가덕도를 선물로 줄 심사라면 계산 잘못하고 있다. 부산시민은 민주당 소속 오거돈 전 시장의 성추행의 기억을 가덕도 바람이 다 씻지는 못할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가덕도 신공항이 가장 안전하기 때문에 추진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만 그 소리도 가덕도 바람에 견디지 못한다. 김현미 교통부장관이 "검증위의 검토 결과를 따르기로 지자체와 합의했으므로 이를 준수해야 한다"는 말도 짜진 각본 같다.

 김해가 아니고 가덕도를 몰아붙이면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다. 가덕도 신공항이 추진되면 다시 논란이 일어날 개연성이 높다. 경남ㆍ부산ㆍ울산 메가시티 전략의 핵심 인프라인 신공항의 입지를 결정한다고 보면 더더욱 한쪽에 몰아주기식으로 하면 안 된다. 심지어 지난 2016년 신공항 용역 결과에도 정치적 입김이 강하게 들어갔다는 주장이 나온다. 관문공항 추진이 정치적 희생양이 됐다 이제야 바로잡아가고 있다는 막말까지 나온 실정이다. 앞으로 꼬인 신공항 활주로를 제대로 펴는데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정부와 여당 그리고 부산지역 정치권은 `이제 가덕신공항이다`고 휘파람을 불고 있지만 1등한 학생은 쉽게 포기할 수가 없다.

 김해 신공항 건립이 백지화되자 경남보다 더 열받은 곳이 대구ㆍ경북 지자체다. 당연한 소리지만 합의대로 추진하라는 것이다. 국가 관문공항의 입지를 정하는데, 정치적 논리가 들어가면 안 된다. 하물며 선거 때 표를 얻기 위해 활주로를 틀면 더더욱 안 된다. 국가 운영에 가장 이로운 곳에 공항이 들어서야 한다. 관문공항 입지 시험에서 최고 점수를 받고도 추락한 김해 신공항을 보면서 `공정`보다는 `논리`가 낫다는 생각이 더 확연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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