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3-29 19:07 (금)
뒤따르는 소리, 아름답다
뒤따르는 소리, 아름답다
  • 문인선
  • 승인 2020.11.09 19:3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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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인 선
문 인 선

앞집 아저씨가 가셨다

안테나 하나 꽂고 살았던 사람

방향은 언제나 우리 집

비 오는 날이면 스프링처럼 튕겨

우리 집부터 달려와 주던

자기 집 비설거진 누가 했을까

마당도 안방처럼 쓸어주시고

무거운 걸 들 땐 소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가벼운 걸 들 땐

배추 속잎처럼 웃던 아저씨

가실 때도 그렇게 웃고 가셨을까

울 아버지 울 엄마 가시고 난 뒤

은사시 낙엽처럼 구르며

서둘러 따르자고 했을까

비 오는 오늘은 거기서도

비설거지 해 주고 계실까

작은 논마지기 같은 아저씨

알곡 같은 그의 발길 뒤에

아버지 칭찬 소리 황금 들판처럼 들린다

시골 마을 사람들은 내 부모가 아니어도 어른부터 찾고 섬겼지요. 농번기엔 오늘은 이 집, 내일은 저 집, 서로 도와 모내기를 하고 가을걷이를 하고, 가족같이 일하였죠. 맛있는 건 나눠 먹고 참 순정하고 순박하였죠. 대문을 꼭꼭 닫고 이웃도 모르고 사는 서늘하기만 한 이 도시와는 너무 달랐지요.

지금도 고향 사람들은 서로 그렇게 정 나누고 살겠지요. 아, 이 아침, 그런 인정스런 세상이 그립네요.

- 시인ㆍ시낭송가

- 문학평론가

- 경성대 시창작아카데미 교수

- 교육청연수원 강사

- 전 평화방송목요시 담당

- 한국문협중앙위원

- 시집 `천리향` `애인이 생겼다` 외 다수ㆍ동인지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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