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집 아저씨가 가셨다
안테나 하나 꽂고 살았던 사람
방향은 언제나 우리 집
비 오는 날이면 스프링처럼 튕겨
우리 집부터 달려와 주던
자기 집 비설거진 누가 했을까
마당도 안방처럼 쓸어주시고
무거운 걸 들 땐 소 웃음으로 얼버무리고
가벼운 걸 들 땐
배추 속잎처럼 웃던 아저씨
가실 때도 그렇게 웃고 가셨을까
울 아버지 울 엄마 가시고 난 뒤
은사시 낙엽처럼 구르며
서둘러 따르자고 했을까
비 오는 오늘은 거기서도
비설거지 해 주고 계실까
작은 논마지기 같은 아저씨
알곡 같은 그의 발길 뒤에
아버지 칭찬 소리 황금 들판처럼 들린다
시골 마을 사람들은 내 부모가 아니어도 어른부터 찾고 섬겼지요. 농번기엔 오늘은 이 집, 내일은 저 집, 서로 도와 모내기를 하고 가을걷이를 하고, 가족같이 일하였죠. 맛있는 건 나눠 먹고 참 순정하고 순박하였죠. 대문을 꼭꼭 닫고 이웃도 모르고 사는 서늘하기만 한 이 도시와는 너무 달랐지요.
지금도 고향 사람들은 서로 그렇게 정 나누고 살겠지요. 아, 이 아침, 그런 인정스런 세상이 그립네요.
- 시인ㆍ시낭송가
- 문학평론가
- 경성대 시창작아카데미 교수
- 교육청연수원 강사
- 전 평화방송목요시 담당
- 한국문협중앙위원
- 시집 `천리향` `애인이 생겼다` 외 다수ㆍ동인지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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