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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호치민 존경해요, 우리 친해져요!
나도 호치민 존경해요, 우리 친해져요!
  • 백미늠
  • 승인 2020.11.04 0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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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미늠 시인
백미늠 시인

쇼파에 누워 핸드폰 갤러리를 넘겨 보다가 1년 전 겨울 베트남 여행 사진에 시선이 멈췄다. 베트남의 향기… 불과 1년 전인데도 10년이 훨씬 넘은 일 같다.

△베트남 여행은 흙냄새와 함께

비행기가 착륙하고 좌석에서 일어난 사람들에게 떠밀려 나왔다. 수화물을 찾고 M 여행사 피켓을 찾아 공항 대합실로 걸어가는 데 흙냄새가 났다. 베트남에서 제일 큰 공항에서 흙냄새라니? 베트남 여행은 흙냄새로 시작되었다. 한국에 처음 오면 마늘 냄새가 난다고 하듯이 나라마다 특유의 냄새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축구는 언어 그 이상의 소통 도구

박항서! 어디를 가도 박항서라고 말하면 모두 환하게 웃었다. 우리는 가는 곳마다 만나는 사람들에게 제일 먼저 박항서를 큰 소리로 말했고, 그들은 엄지를 세웠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그들은 한결같이 환한 미소를 지었다.

한국에서 베트남 사람을 대하던 나의 태도가 미안해졌다. 베트남은 프랑스 지배를 오래 받아서인지 프랑스풍 건물이 많았다. 천연노란색 건물은 밝고 생기가 있었다.

△베트남 여행의 절정 하롱베이!

하롱베이는 유네스코가 지정한 세계유산으로 2000개의 섬과 석회암 기둥으로 이루어진 곳이다. 바다 건너에서 쳐들어온 침략자를 지켜내고 용이 내뿜는 여의주가 바다에 떨어져 오늘날의 기암괴석의 모습이 되었다는 전설이다.

제각각 다른 모습을 한 섬은 신비 그 자체였다. 키스 바위, 옆얼굴 바위, 용머리 바위, 새를 닮은 새섬, 동굴 바위, 승솟바위, 원숭이가 사는 원숭이섬, 천천히 움직여 주는 배 위에서 우리는 모두 신의 선물 하롱베이를 마음껏 즐겼다. 우리는 영화의 장면 속에 있는 듯한 하롱베이를 온몸으로 오래오래 담고, 프랑스인이 발견했다는 승솟동굴 내부로 들어갔다. 오랜 세월 동안 흘러내린 촛농으로 만들어진 듯한 많은 석회 기둥을 관람하고 하롱베이 전망대가 있는 티톱섬으로 배를 돌렸다.

△왜 호치민인가?

호치민은 베트남, 베트남은 호치민, 호치민은 바로 베트남이다. 호치민은 베트남인에게는 최고의 자신감이며 자랑이다. 나의 장례식에 참석하는 사람들에게 나무 한두 그루를 심게 하라 그리하면 먼 훗날에 숲을 이루리라` 고 유언만 봐도 그가 얼마나 베트남을 사랑했는지 알 수 있다.

세계 역사상 유일하게 프랑스와 미국을 물리친 나라로 베트남과 베트남인의 중심이 바로 호치민이지 않는가. 역사적 격변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는 곳이 호찌민 시청 건물이다. 건물 첨탑에는 사회주의를 상징하는 베트남 붉은 깃발이 펄럭이고, 정면 광장 앞에는 베트남 독립의 아버지 호치민 동상이 서 있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자기 국기를 사랑하듯 애국심이 강하며 `호 아저씨` 호치민을 가장 사랑한다고 했다. 호치민은 한국을 좋아했고 활기찬 아이를 좋아했고 남에게 매우 친절하며 검소했다. `나도 편하게 살고 싶다네…` 호치민의 솔직하고 인간적인 면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4박 5일의 베트남 일정을 마치고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알 수 없는 감정에 휘감겼다. 내 뿌리가 베트남인가 싶을 만큼의 감회로 피가 뜨거워졌다.

△여행은 다시 돌아오는 것이다

한편으로 빨리 집으로 돌아가 베트남 사람들을 만나면 더 잘해 주리라 다짐했다. 평소 쌀쌀맞게 느껴지던 베트남 여성에게 하노이ㆍ하롱베이ㆍ호찌민에 갔다 왔다고 말을 하니 예전과는 다른 아주 밝은 표정을 지었다. `나는 하노이 사람이에요`, `나는 호찌민 사람이에요` 하며 좋아했다.

베트남 사람과 친하게 지내고 싶으면 이렇게 말하라. "나는 호치민 가장 존경해요!" 코로나가 끝나면 흙냄새 나는 베트남을 다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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