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이 일깨우는 우리를 찾는 시간
찬바람이 일깨우는 우리를 찾는 시간
  • 영 묵
  • 승인 2020.11.02 1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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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묵 사회복지학 박사
영 묵 사회복지학 박사

찬바람이 불면 세월의 흐름을 느끼면서 한 번쯤 삶을 뒤돌아보게 된다. 존경을 받지 못할지언정 욕은 먹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지면 주위를 살펴보는 게 지혜일지 모른다. 소동파의 시에 나오는 설니홍조(雪泥鴻爪)라는 표현은 `기러기가 눈밭에 남기는 선명한 발자국은 눈이 녹으면 없어지고 만다`는 뜻이다. 한 치 앞도 내다보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아웅다웅 살아가다 시간이 흐르면 저절로 인생의 의미를 깨닫게 되는 경우가 많다. 한 해의 끝자락이 보이면 지나온 시간을 그리면서 자연스레 알게 된다. 더 넓게 생각하면, 인생을 언젠가 기억이나 역사에서 사라지는 덧없는 여로라고 여기면 문제 해결은 더 쉬워진다.

뜻있는 일을 하면서 성실하게 살고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지내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지 새삼 느끼게 된다. 중국 고사에 강산이개 본성난개((江山易改 本性難改)라는 문장이 있는데 `강산은 바꾸기 쉽지만, 본성은 고치기 힘들다`는 뜻이 담겨있다. 세월을 먹을수록 본성이 더욱 더 성숙해지고 부드러워야 하는데 섭섭함과 서운함이 더 많게 느껴짐은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요즘 한창 유행하는 나훈아의 `테스 형` 노래 가사에 "너 자신을 알라"라는 내용이 있다. 소크라테스의 일화 중에서 그의 친구들이 "그럼, 당신은 자신을 아느냐"라고 되물었다. 그때 소크라테스는 "나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나 자신을 모른다는 것은 알고 있다"라고 말했다. 자신의 부끄러움을 아는 것이 본성을 고치는 좋은 이야기일 것이다.

자신에 대해 모든 것이 완벽하다 해도 또 뒤돌아 봐야 하고 그 완벽함이 다른 이에게 불편함이 없었는지 살필 줄 아는 배려도 필요하다. 약간의 부족함도 있어야 어울릴 수 있고 또한 넘치면 내려놓을 줄 아는 지혜로운 배려도 있어야 한다. 너무 많이 가진 요즘의 모습을 보고 세상의 변화에 새삼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내가 필요하고 원하면 언제 어느 때 가질 수 있는 물질만능주의가 판치는 세상에서 자기 자신에 대한 행복의 기준을 찾아보라고 권하고 싶다.

건강해야 한다, 몸도 마음도. 늘 하루를 뒤돌아보고 나로 인해 불편한 사람은 없었는지 챙기고 가족 간의 사랑이라는 명분으로 권위를 내세웠는지 살펴야 한다. 아랫사람에게 함부로 대하지는 않았는지, 돈 있다고 자랑은 하지 않았는지, 나이 먹었다고 혹은 젊다고 함부로 사람을 대하지 않았는지 또한 살펴야 한다. 이것은 우리가 함께 살아가는 모든 사람과 바른 관계를 형성하기 위한 가장 기초적인 일이다.

세상은 변하고 또 변한다. 세월은 가지 말라 붙잡아도 어김없이 우리를 비껴 지나간다. 지금부터라도 행복이란 과연 무엇이며 나는 왜 살고 있는지, 무엇을 해야 하고 그 일 중에서 가장 행복한 일이 무엇이었던가를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소크라테스의 말처럼 "나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나는, 나 자신을 모른다는 것은 알고 있다"고 말한 것처럼 자신을 돌아보자.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건강한 삶의 비결이기도 하지만 존경받는 삶의 길이기도 할 것이다. 존경을 받지 못할지언정 욕을 먹지 말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지니고 산다면 모두가 행복해지는 이웃이 되지 않을까 싶다.

큰 업적이나 결과보다는 지탄받거나 상처 주지 않는 인생이 더 위대한 삶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 삶에 있어 늘 행복하고, 이웃이 함께 행복하고, 모두가 행복해야 한다. 찬바람이 우리에게 주는 삶을 일깨우는 시간에 나를 찾는 일은 행복으로 가는 디딤돌이다.

가을 바람의 신선한 공기가 고맙고 눈에 보이는 산천의 울긋불긋 단풍이 더없이 아름다울 수 있는 이유는 우리 속에서 찾아야 한다. 자신을 돌아 볼 수 있는 사람은 부드러운 커피 향에서도 행복이 피어나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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