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24 02:13 (수)
왜 주역이 어렵다고만 할까
왜 주역이 어렵다고만 할까
  • 이광수
  • 승인 2020.11.01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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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수 소설가
이광수 소설가

‘공부’하면 머리에 떠오르는 선입견이 ‘아이고 골치야’이다. 이 세상에 공부하길 좋아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생각을 깊이 해야 하고 재미가 없으니까. 물론 학자나 발명가 같은 분들은 보통 사람과 다르다. 공부가 좋아서 즐기는 사람도 있지만 그건 천성이라기보다 습관화되어 즐거운 낙으로 변한 것뿐이다.

주역이 다들 어렵다고 하는데 그건 학교공부처럼 반복학습해도 이해가 잘 안 되기 때문이다. 재미없고 골 때리는 공부라 쉽게 포기하고 만다. 그러나 공부에 재미가 붙는 것처럼 자기 수준에 맞는 주역 책을 인내심을 가지고 통독하고 나면 알 듯 모를 듯 아리송하지만 뭔가 어렴풋이 감이 오기 마련이다. 능률적인 학습방법론이 있듯이 주역공부에도 나름대로 정석이 있다. 대개 초심 학역자들의 경우 남의 말만 듣고 공자의 계사전이나 상ㆍ하경 64괘를 해석한 책을 사서 읽다보면 곧 답답함을 느낀다. 도무지 무슨 소린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이 말이 그 말 같고 그 말이 이 말 같아 마치 ‘이현령비현령’식 해석이라 머리가 혼란스럽다. 필자 역시 학역 초기에 겪었던 경험이라 공감이 간다. 책벌레라 부를 정도로 독서광이었던 필자도 주역의 거대한 장벽 앞에 기가 죽어 책장을 몇 번이나 덮었다. 주역은 막연하게 계사전이나 64괘 해설서부터 읽어서는 쉽게 정복되는 간단한 공부가 아니다. 끈질긴 노력과 오랜 시간, 자기 자신과의 기나긴 싸움이다.

주역 공부의 요체는 음양의 원리에 대한 철저한 이해부터 출발해야 한다. 명리학은 오행이 중심이지만 주역은 음양이 중심이다. 물론 의리학파는 음양만 따지고 상수학파는 음양에 오행을 접목해 점서로 해석하기 때문에 의리학파는 상수학파를 이단으로 폄하한다. 주역의 기본은 태극에서 양의(兩義)인 음양이 나오고 양에서 태양과 소음, 음에서 소양과 태음이 나와 사상(四象)이 된다. 이에 한 획의 양음을 더하면 4괘(소성괘)가 되고 이것이 상하로 중첩되어 8괘인 건, 태, 이, 진, 손, 감, 간, 곤이 된다. 8괘를 기본 괘로 삼아 각각의 8괘 위에 기본8괘를 차례대로 중첩하면 64괘(8x8)가 되고, 64괘를 각 6효변 하면 384효(64x6)가 된다. 64괘를 주역의 체괘(명리학의 일간 체에 해당)라하고 384효를 용괘(명리학의 용신에 해당)라 한다. 이는 64괘 괘상의 의미를 384효로 효변해 확대 해석함으로써 주역의 의미해석을 크게 확장시킨 것이다.

여기에 상괘와 하괘 간에 정응(음양 교합)과 불응(음양 불교합)관계가 생기는데 즉 상하 대응괘가 음양끼리라야 좋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상괘 5효가 양이고 하괘 2효가 음이면 정응(正應)해 좋다는 뜻이다. 음음 양양 끼리는(명리학의 정,편원리)불응해서 좋지 않다는 것이다. 그리고 6효가 위치한 자리순서의 의미를 알고 있어야 괘상의 의미해석을 이해할 수 있다. 각 효의 위치가 1, 3, 5 양효냐 2, 4, 6의 음효냐를 따져 제자리(양은 양자리 음은 음자리)에 위치하면 정(正)하여 좋은 것이고 특히 상괘와 하괘의 중심인 5효와 2효에 위치하고 정하면 중정(中正)의 위를 득해서 가장 좋다고 한다. 또한 양효의 바로 아래에 음효가 오면 상효를 돕고 보필하여 길하고 양효의 위에 음효가 오면 하효를 극하고 통제해 흉하다고 한다. 이는 음양의 강유(剛柔)원리를 따른 것이다. 이처럼 주역은 음양의 원리에 철저한 경학이다.

주역공부가 어느 정도 심화되면 경방과 우번이 기준을 세우고 다산 정약용이 새롭게 체계화시킨 14벽괘와 50연괘 간의 승강왕래의 원칙인 괘변과 변역의 원리를 공부해야 공자십익의 해석을 명쾌하게 이해할 수가 있다. 지면상 뒤에 몇 차례 기고할 계획이지만 특정한 괘의 생성 원천인 모괘(생지괘)를 구명한 다산의 주역사해와 삼역지의를 습득해야만 명실상부 64괘에 대한 해석을 막힘없이 할 수 있게 된다. 다산의 주역사전(周易四箋)을 읽어보니 그렇게 어려운 것도 완벽한 해석법도 아니니 겁낼 필요는 없다. 세상일이 복잡다단해질수록 천고의 비전이 담긴 주역은 배울 가치가 있는 시대를 초월한 인생 공부이자 생활철학임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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