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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 ‘이제 개국공신교서’가 산청서 빛을 발하다
국보 ‘이제 개국공신교서’가 산청서 빛을 발하다
  • 김영신 기자
  • 승인 2020.11.01 17: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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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사예담촌서 교서 전달 재현

조선 최초 공신교서ㆍ실물 유일 존재

지난 2018년 국보 제324호로 지정돼

창작가무극 형식 문화예술제로 표현

전통소리ㆍ춤 등으로 교서전 공연
 

산청군 남사예담촌 기산국악당 태조교서전 태조 이성계가 개국공신교서를 이제에게 전달하고 있다.
산청군 남사예담촌 기산국악당 태조교서전 태조 이성계가 개국공신교서를 이제에게 전달하고 있다.

“천명은 덕이 있는 자에게 돌아가고 인심은 어진 이를 따르게 되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 따라서 경에게 아무리 작위를 높여 주고 표창하는 윤음을 내려도 내 마음이 흡족하지 못하다. 문무대신에 명하노니! 20명의 사람을 보내 가사를 돕게 하고 180결의 논밭을 내려주어 녹봉을 삼게 하며 경의 초상화를 단청으로 그리고 그 공적을 기재해 대대로 보이도록 하라!” - 이제 개국공신교서(李濟 開國功臣敎書) 내용 중 -

‘이제 개국공신교서’는 조선 최초의 공신교서이자 현재 유일하게 실물이 존재하는 개국공신교서다. 지난 2018년 국보 제324호로 지정된 조선시대 국왕 문서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가 자신의 신하이자 사위인 ‘이제’(李濟)를 일등 개국공신으로 삼고 ‘개국공신교서’(開國功臣敎書)를 내리는 모습이 산청에서 재현됐다.

‘이제’는 태조 계비 신덕왕후 셋째 딸 경순궁주와 혼인한 뒤 이성계를 추대해 조선 개국에 큰 역할을 한 개국공신 1등에 기록된 인물이다.

이번 재현행사는 창작가무극 형식으로 국악 뮤지컬과 퍼레이드, 대동놀이 등 종합 문화예술제 모습으로 진행됐다. 특히, 태조 이성계가 직접 산청을 찾아 이제와 경순궁주에게 교서를 내린다는 상황을 연출해 눈길을 끌었다.

역사적인 장면을 전통적인 소리와 춤을 통해 실감하도록 만들어진 창작가무극 ‘태조교서전’. 그 장면들을 지면을 통해 다시 한번 만나보자.

◆남사예담촌 전통문화축제-태조교서전

산청군 남사예담촌 기산국악당 태조교서전 이제가 개국공신교서를 받은 뒤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산청군 남사예담촌 기산국악당 태조교서전 이제가 개국공신교서를 받은 뒤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산청군과 기산국악제전위원회는 지난달 단성면 남사예담촌 기산국악당에서 ‘남사예담촌 전통문화축제-태조교서전’을 개최했다.

이 행사는 ‘이제 개국공신교서’의 역사적 의의와 전통문화의 고장 남사예담촌을 널리 알리고자 마련됐다.

창작가무극 ‘태조교서전’은 사단법인 기산국악제전위원회 최종실 이사장이 총연출을 맡아 ‘왕의 행차’ 등을 웅장하게 그려냈다.

‘태조교서전’은 태조 이성계와 계비 신덕왕후 딸인 경순궁주와 혼인, 조선을 개국하고 태조 즉위에 공을 세운 1등 개국공신 ‘이제’가 교서를 전달받는 장면을 재현했다.

특히, ‘이제’를 모신 재실인 ‘영모재’(永慕齋)에서 기산국악당으로 향하는 길에는 왕과 신하들이 펼치는 화려한 퍼레이드가 진행됐다.

기산국악당에서 치러진 교서 전달 재현 퍼포먼스는 왕실 번영과 나라 태평성대를 기원하는 신덕왕후의 춤, 조선의 국태민안과 태평성대를 노래하는 이제의 ‘진국명산’, 태조와 신덕왕후의 만수무강을 기원하는 경순궁주의 ‘춘앵무’도 함께 공연됐다.

기산국악당 전경.
기산국악당 전경.

이번 태조교서전에는 ‘제1회 한국뮤지컬 대상’ 남우주연상 수상에 이어 뮤지컬 ‘팬텀’에서 호평을 받은 뮤지컬 배우 박철호가 태조 이성계 역할을 맡았다.

신덕왕후 역할에는 ‘제10회 한국뮤지컬 대상’ 여우주연상 수상과 함께 단종과 세조 이야기를 그린 미스터리 사극 ‘여도’에서 열연한 배우 강효성이 출연했다.

이날 행사에는 국악 뮤지컬과 퍼레이드는 물론 대동놀이와 전통농악, 대북, 의장대 공연 등 다채로운 전통국악 공연이 진행돼 볼거리를 더했다.

이 행사는 네이버TV ‘기산국악당’ 채널에서 다시보기로 감상할 수 있다.

최종실 기산국악제전위원장은 이번 행사와 관련해 “한문으로 쓰여진 ‘이제 개국공신교서’ 의미를 더 잘 전달하고자 노래와 춤 등을 뮤지컬 형식으로 만들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 국악계 큰 스승 기산 박헌봉 선생 유지를 이어 받은 기산국악당에서 이처럼 뜻깊은 행사를 열게 돼 감개무량하다”면서 “앞으로 산청을 국악의 본고장으로 성장시키는 데 온 힘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제 개국공신교서’의 역사적 의의

‘이제 개국공신교서’.
‘이제 개국공신교서’.

‘이제 개국공신교서’는 태조 이성계가 조선 개국공신 ‘이제’에게 직접 내린 공신교서로 조선 최초로 발급된 공신교서이자 실물이 공개돼 전하는 유일한 개국공신교서다.

지난 2018년 국보로 승격된 이 교서는 단성면 남사리 남사예담촌에 있는 성주 이씨 경무공파 대종가에서 630여 년간 보관해 오다 최근 국립진주박물관에 위탁해 보관 중이다.

‘이제 개국공신교서’는 ‘이제’를 모신 재실인 ‘영모재’에서 발견됐다. 1392년(태조 1년) 태조 이성계가 조선 개국 일등공신 ‘이제’를 개국공신 1등에 봉한다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교서는 국왕이 직접 당사자에게 내린 문서로 ‘공신도감’(功臣都監)이 국왕 명에 따라 신하에게 발급한 녹권(錄券)보다 위상이 높다.

이 교서에는 ‘이제’가 다른 신하들과 대의(大意)를 세워 조선 창업이라는 공을 세우게 된 과정과 그의 가문, 친인척에 내린 포상 내역 등이 기록돼 있다.

특히, 교서 끝 부분에는 발급 일자와 ‘고려국왕지’(高麗國王之印)이라는 어보(御寶)가 찍혀 있다. 이 어보는 1370년(공민왕 19년) 명나라에서 내려준 고려왕 어보로 조선 개국 때까지도 고려 인장을 계속 사용한 사실을 알려준다.

산청군 남사예담촌 기산국악당 태조교서전 이제 개국공신교서 퍼레이드.
산청군 남사예담촌 기산국악당 태조교서전 이제 개국공신교서 퍼레이드.

문화재청은 ‘이제 개국공신교서’가 조선시대 제도사와 법제사 연구에 중요한 자료로 고려 말∼조선 초 서예사 흐름도 담고 있어 역사ㆍ학술적 가치가 매우 높은 문화유산으로 평가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산청은 석남암사지 석조비로자나불좌상, 이제 개국공신교서, 범학리 삼층석탑 등 3점의 국보문화재가 발견된 문화유산의 고장”이라며 “군이 가진 역사와 문화예술 가치를 더 높이고 이를 널리 알리는데 전력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사)한국에서 가장 아름다운 마을’이 제1호 마을로 지정한 전통한옥마을 ‘남사예담촌’은 우리나라 전통고택의 아름다움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예담’은 옛 담장이라는 의미로 예를 다해 손님을 맞는다는 뜻도 함축하고 있다. 3.2㎞에 이르는 토석 담장은 국가등록문화재 제281호로 지정돼 있다.

이곳에는 산청 남사리 이씨 고가(경남문화재자료 118호) 등 고택, 기산 박헌봉 선생을 기념하는 기산국악당, ‘파리장서운동’을 이끈 면우 곽종석 선생과 유림 137인을 기리는 ‘유림독립기념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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