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속 어렵사리 개막된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BIFF)가 30일 오후 폐막을 앞두고 있다. 부산국제영화제는 코로나19로 인해 개막식도 없이 지난 21일 개막작 상영을 시작으로 10일간 영화의 바다 항해를 시작했다.
코로나19로 예년과 다르게 개ㆍ폐막식, 레드카펫 입장, 야외무대 인사, 오픈 토크 취소는 물론 게스트 초청을 하지 않는 등 옥내ㆍ외 부대행사를 대폭 줄였다.
초청작 역시 예년에 비해 크게 줄어 68개국 192편에 불과하면서 상영관이 영화의전당 1곳만 운영됐다. 지난해에는 영화의전당을 포함한 롯데시네마 센텀시티점, CGV센텀시티, 메가박스 해운대(장산) 등 총 6개의 상영관과 37개 스크린을 운영했다. 그러나 올해는 영화의전당 야외극장과 하늘연극장, 중극장, 소극장, 시네마테크, 인디플러스 등 6개 상영관에 불과했다.
상영관이 줄어든 만큼 편당 단 1회만 상영에 그쳤다. 상영관 또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상영관 25%만 온라인 예매를 진행해 전석 400석의 100석이 채워졌다. 시네필의 아쉬움이 큰 대목이다.
이런 연유로 영화의전당 밖은 한산하기 그지없었다. 그저 가을날 낙엽이 구르는 고즈넉한 풍경처럼 싸~ 했다. 그러나 고요한 겉과는 달리 극장 안 열기는 뜨거웠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영화제의 풍경을 변화시켰으나 시네필의 열정만큼은 막지 못했다. 행사 규모를 대폭 축소했음에도 BIFF를 찾는 열성 관객들로 인해 안정적으로 순항했다.
첫 주말 대부분의 상영작이 매진됐고 상영마다 거의 빠짐없이 진행되고 있는 GV(관객과의 대담)에서도 관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이뤄졌다.
초청작 `미나리` 윤여정, 한예리와 `사냥의 시간` 이재훈과의 GV는 영화에 대한 열정으로 뜨거웠다고 한다. 일본 가와세 나오미ㆍ미국 프레데릭 와이즈먼 등 해외감독들은 온라인 영상으로 인사를 했다.
김혜수ㆍ주지훈ㆍ강하늘 등과 일본 드라마 `고독한 미식가`의 마츠시게 유타카 등 스타들은 지난 25일 아시아콘텐츠&필름마켓이 아시아 드라마를 대상으로 하는 아시아콘텐츠 어워즈 온라인 시상식에 참여했다.
지난 21일 베트남 영화 `은밀한`과 태국 영화 `스쿨 타운 래퍼`를 부산과 현지에서 동시 상영하고 각기 대화 자리도 열었다.
부산을 찾지 못한 해외 관객도 적극 참여했다고 한다. 코로나19가 영화제를 온라인으로 세계 영화인과 팬을 연결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했다.
외형만 본다면 BIFF가 열리고 있는지도 모를 만큼 영화의전당 주변은 고요했다. 1996년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개최 이후 매년 20만 명 안팎의 관객들이 북적이던 것이 일상이었던 영화제를 뒤돌아보면 이렇게 조용하게 치러지는 영화제는 처음이다. 생경하기까지 하지만 세월이 가면 추억거리가 된다.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 이사장은 지난 23일 영화의전당 맞은편 APEC나루공원에 나무 한 그루를 심었다. 부산시와 함께 `영화의 숲`을 조성하는 마당에는 배우 유준상, 최서희, 해운대 윤재균 감독이 나무에 자신들의 이름을 내걸었다고 한다. 이 이사장은 "(감염병 사태에)관객과 함께 고민하고 대안을 찾아가는 과정은 매우 중요하고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고 한다. 내년은 감염병을 이겨내고 더 많은 스타들이 나무를 심어 `영화의 숲`이 풍성해지기를 기원한다.
BIFF는 막을 내리지만 은막의 축제는 계속된다. 오는 31일부터 다음 달 1일까지 제9회 인도영화제가, 다음 달 5일~11일까지 제9회 스웨덴영화제, 31일~다음 달 2일 이음영화제가 영화의전당에서, 다음 달 6일~15일 부산평화영화제, 다음 달 19일~23일 부산독립영화제가 BNK부산은행 아트시네마, 카톨릭 소극장 등에서 각기 개막된다.
가을은 영화 보기 좋은 계절이다. 마스크 잘 쓰고 BIFF에서 못다 본 영화를 인도ㆍ스웨덴ㆍ독립영화제에서 영화로 세상을 보며 코로나19 독감을 이겨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