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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 그리고 독도
동해, 그리고 독도
  • 하태화
  • 승인 2020.10.27 19: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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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화 수필가 / 사회복지사
하태화 수필가 / 사회복지사

`서해`라고 부르는 인천 앞바다의 공식적인 이름은 `황해(yellow sea)`다. 만일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서해`를 주장한다면 중국과 마찰을 빚게 될 것이 뻔하다. 우리 기준으로는 서쪽이지만 중국 기준으로는 동쪽이니 중국에서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동일한 개념으로 우리나라 동쪽 바다 동해, 우리가 사는 곳의 동쪽이니 동해라고 부르는 것이 당연하지만, 일본으로서는 서해가 된다. 사실, `동해`, 그것은 보는 이의 위치에 따른 개념이지 바다의 이름으로 적합한지 조금 의문스럽다.

옛날 우리 조상들이 동쪽에 있는 바다를 그냥 `동해`라고 했을 때, 일본은 자국의 서쪽 바다를 `서해`라고 하지 않고 `일본해`라 불렀다. 우리가 그냥 `동해`라는 이름을 사용한 배경에는 지금만 생각하는 단순함, 이웃과 사이좋게 지낼 수 있다는 순수함, 욕심 없음의 순진함이 자리하고 있지는 않았을까. 이에 비해 일본인은 욕심이 많고 약삭빨랐던 모양이다. 어쩌면 미래 국제관계를 예측하는 혜안을 가졌는지도 모른다.

국제사회에서 `일본해`와 `동해`의 병기가 많이 늘었다고 하나 `황해`처럼 위치 개념이 빠진 이름을 정하지 않는 한 `동해` 표기를 주장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해 보인다. 애초에 `일본해`에 대응하여 동해를 `한국해`로 바꾸고 국제사회에 `일본해`와 병기 하자고 했다면 어땠을까. 바다 명칭과 관련, 다음 달에 열리는 국제수로기구(IHO) 총회에서 특정지명 대신 `식별번호` 부여로 결론이 날 전망이라고 하니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 건지 기대된다.

동해의 명칭을 두고 옥신각신하는 그곳에 일본이 다케시마라며 영유권을 주장하는 우리 땅 독도가 있다. 몇 년 전 일본에서는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소하겠다고 했다. 물론 우리가 응하지 않으면 재판 성립이 되지 않지만, 제소를 운운하며 분쟁화하려는 것 자체가 한국과 대등한 관계에서 독도를 차지하려는, 다음 세대를 대비한 일본의 치밀한 전략이라는 것이다. 독도 문제를 국제사법재판소로 가져가면 우리가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이 없다고 한다. 국제정치 역학 관계상 판결이 우리에게 유리하게 나오리라는 보장이 없다는 것이다. 국제무대는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곳이며, 재판이란 것이 실체적 진실의 발견보다는 법정 기술에 의해 승패가 결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라 한다.

또한, 국제사법재판소가 영토 분쟁에 내린 타이-캄보디아의 프레아 비히어 사원 사건(1962년), 말레이시아-싱가포르의 페드라 브랑카 섬 사건(2008년)의 판례를 보더라도 `역사적 권원(權源)`이 판단기준이 아니라 상대국의 문제 제기 여부를 기준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독도가 우리 영토임을 표시한 우리의 고지도가 독도 문제를 다루는데 그다지 중요한 변수가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은 미래를 본다. 다케시마의 날을 제정하고 기념식에 중앙정부에서 관료를 파견하는 등 그들은 지속적으로 독도의 영유권을 주장하며 국제적인 분쟁지역으로 만들어 다음 세대를 대비하고 있다. 역사적으로나 실효 지배 면으로 우리 땅이라며 안이하게 대처했다가는 일본이 미래 어느 때 독도를 가져갈지 모른다.

지난 10월 25일은 독도의 날이었다. 독도 문제를 이날만 혹은 일본과 마찰이 있을 때만 이슈로 급등장 했다가 바로 잊히는 단편적인 문제로 여겨서는 안 된다. 동북아재단 아래에 독도 연구소란 이름의 기관이 있지만, 규모나 업무 내용 면에서 아주 미미하다. 유비무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미래 언젠가 있을지도 모르는 일본과의 국제적 분쟁에 대비, 차근차근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 독도에 대한 체계적인 문헌 수집, 재판에서 이기기 위한 논리의 개발, 일본 주장의 분석과 대응책, 국제사법재판소 판례연구, 판결의 흐름 등은 물론 실제 재판에 참여할 영어와 불어에 능통한 전문가도 키워야 한다. 그뿐만 아니라 독도 주변의 해양생태와 광물 자원, 동물자원, 기후 등을 포함한 입체적인 관리와 연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독도의 모든 것을 아우르는 명실상부한 독도 전문기관을 설립, 미래를 대비해야 한다. 우리 땅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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