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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 `확장시대`에서 `팽창시대`로
농업 `확장시대`에서 `팽창시대`로
  • 손용석
  • 승인 2020.10.20 2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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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용석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손용석 농협중앙회 창녕교육원 교수

 밝은 대낮이 갑작스레 칠흑 같은 어둠을 만난다면 순간 너무 당황스러워 우왕좌왕할 것이다. 이럴 때는 잠시 어둠에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 어둠에 익숙해지면 주변에 대한 감각을 다시금 가지게 된다.

 코로나19 영향이 우리 사회 곳곳으로 퍼지면서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 계속된다. 농업도 예외는 아니다. 어쩌면 소상공인의 절박한 위기에 묻혀 농민의 애타는 외침이 너무 작게 들리는 것 같다. 우리에겐 여명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러한 시점에서 지금까지 농업 진화의 방향성을 살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자고로 농업은 산업분류상 자원을 채취하거나 생산하는 1차 산업으로 분류돼왔다. 영국의 경제학자 클라크의 말처럼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1차 산업에서 2차ㆍ3차 산업으로 산업 비중이 커짐에 따라 농업도 그 범위를 확장시켰다.

 다시 말해 생산이라는 1차 산업에서 2차 가공, 3차 서비스로 농업은 진화돼 왔다. 기존의 산업 범위를 넓혔다는 점에서 이를 `농업의 확장`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농업의 확장이란 이를테면 콩을 생산해 원물 그대로 판매하는 1차 산업에서 콩을 메주나 두부로 가공 판매하는 2차 산업 그리고 된장 등 음식 제공 서비스 및 콩 농사 체험 서비스의 3차 산업으로 산업구조 내에서 그 영역을 넓혀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몇 해 전 중국 알리바바그룹의 마윈 회장은 "세상은 정보기술(IT)의 시대에서 데이터기술(DT)의 시대로 이전하고 있다"라고 적확하게 표현했다. 이 말은 일련의 데이터를 가공한 후 특정한 맥락 속에서 이해되는 고객정보를 예측해 제품의 가치를 만들어 내는 정보기술(IT)의 시대에서 각 개별 고객의 정황과 취향을 실시간으로 파악해 가공 처리되지 않은 상태의 데이터에서 효용 가치를 창출하는 데이터기술(DT)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DT시대란 롱테일(long tail)화된 소비자의 요구에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시대를 의미한다.

 이처럼 시대변화에 따라 새롭게 부상하는 표준인 뉴 노멀(New Normal)의 관점에서 보면 이제 농업은 산업구조 영역을 벗어나 `농업의 팽창` 시대에 접어들었다. 농업의 팽창이란 농업의 확장에서 경험한 개념들(맛ㆍ편의성ㆍ건강ㆍ체험ㆍ스토리 등)을 넘어 완전히 산업구조의 영역 밖으로 넓혀가는 것이다. 이를테면 농업을 통한 새로운 가치 세계의 발견이다.

 그렇다면 녹록치 않는 농업의 현실에서 미래 농업인은 어떤 농산물을 생산해야 할까? 농업의 팽창이라는 측면에서 다음과 같이 제언한다.

 첫째, 더 이상 농산물로 생산하지 말라. 농산물로 생산하면 농산물 이상의 가격을 받기 어렵다. 따라서 `맛있는 농산물`에서 `멋이 있는 농산물`을 생산해 보자.

 둘째, 농산물이 아니라 플랫폼을 만들어라. 농업을 공유경제 플랫폼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진입시켜야 한다. 농산물 생산, 가공 및 서비스의 단순한 공간을 넘어 생산자와 소비자뿐 아니라 소비자와 소비자, 심지어 생산자와 생산자가 상호 소통하는 새로운 교류의 공간, 즉 공유경제 플랫폼으로 농업은 진화해야 한다.

 셋째, 생산하는 농산물에는 나눔의 배려문화가 담겨 있어야 한다. 세상 진화와 공존의 조건인 구분과 나눔. 조금만 떨어져 세상을 바라보면 구분과 나눔은 동일한 개념이라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구분되는 세상에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다.

 `농업의 확장`을 넘어 그 이상의 품격 있는 콘텐츠를 담아내는 `농업의 팽창`의 개념을 인문학적으로 말하면 주체성 있는 나를 발견하고, 좋아하는 문학이나 예술을 공유하듯 농산물에 담긴 콘텐츠를 통해 상호공유의 문화를 만들고, 네트워크 공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배려라는 이름으로 한 시공간에 함께 공존하는 우리의 개념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누가 공유공존으로 생산한 농산물을 외면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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