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기의 바람이 촛불에 일렁인다
광기의 바람이 촛불에 일렁인다
  • 류한열 편집국장
  • 승인 2020.10.18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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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한열 편집국장
류한열 편집국장

집단의 광기가 한 국가를 말아먹을 수 있다고 역사는 증언한다. 아돌프 히틀러의 연설과 사상에는 광기가 넘쳤다. 히틀러가 대중을 선동하는 연설에 숱한 눈빛들도 광기로 응답했다. 1930년 대 독일은 경제 상황이 살인적이었고 극좌ㆍ극우가 날뛰는 혼란의 시기였다. 새로운 변화를 바라는 틈으로 히틀러의 광기가 들어차 악의 축이 자연스럽게 탄생했다. 히틀러의 나치가 인류에게 각인시킨 죽음의 골짜기는 수천 년을 사죄해도 피는 마르지 않을 것이다. 아우슈비츠 등 강제수용소에 가보면 전율이 흐르고 인간의 잔혹성은 무한대로 달릴 수 있다는 음산한 체험을 할 수 있다.

`토착왜구`를 두고 조정래 작가와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간에 광기 논쟁이 붙었다. 친일파 논쟁까지 진영 논리에서 춤을 추고 있는 판에 역사를 보는 시각에 따라 광기의 불이 붙는 건 당연할지 모른다. 인간의 역사가 토해내는 굴곡의 현장에는 늘 광기가 흘렀다. 유럽 중세에 펼쳐진 마녀사냥은 누구도 부인 못 하는 태풍 같은 미친 기운이었다. 수십 명씩을 산 채로 불구덩이에 넣는 사악한 행위가 버젓이 대중 앞에서 일어났다. 중국에서는 홍위병 운동이 펼쳐지면서 중국 대륙은 피바람에 물들었다. 피바람 안에는 인간 광기가 스며있었다. 러시아의 볼셰비키 혁명에서도 광기는 뚝뚝 흘러내렸다.

인간 문화에서는 광기가 잘 반영되면 진보를 이끌어낼 수 있다. 광기가 문화를 적극적으로 표현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치 세력 간에 광기가 개입되면 엄청난 피해를 부른다. 그 현장에는 역사를 왜곡하기 위해 오직 힘만이 작용한다. 우리나라 근현대사에 6ㆍ25를 전후해 이데올로기의 폭풍이 광기를 만들었다. 두터운 이념의 광기로 인해 무수한 생명들이 희생양으로 스러졌다.

우리나라 역사를 더 올라가면 광기가 부른 피바람은 거세게 불었다. 조선이 들어서면서 무수한 고려 귀족은 새로운 권력의 칼끝에서 목숨을 거두었다. 근대에 와서 이데올로기가 팽배하던 현장에서는 광기가 흘러넘쳤다. 지리산 빨치산 토벌 현장이나 여순 반란사건, 제주 4ㆍ3사건에는 이데올로기로 인한 생명의 희생을 보면 인간의 광기가 뼛속까지 들어온다.

이번 정권 들어 진영 갈등이 더욱 강력해졌다. 상대 진영을 공격하는 정치 프레임을 보면 광기가 흐른다. 이데올로기를 미화한 대하소설이 역사적으로 백 퍼센트 팩트를 기반으로 했다고 강변하면서 베스트셀러로 읽힌다. 10권짜리 책을 읽으면서 불편한 내용이 거대한 진실로 굳어질까 두렵다. 12권짜리 책에서의 또 다른 불편함은 어찌할꼬. 광기의 바람이 촛불에 일렁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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